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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하루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는 87만 5천여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누적 접종자 수는 845만 6천 명, 인구대비 접종률은 16.5%입니다. 특히 60세 이상의 적극적인 참여가 접종률을 높이는 핵심 동력입니다. 80대 이상은 70.6%, 70대의 경우 66%가 접종을 마쳤고, 60~74세도 사전 예약률이 80% 이상입니다. 접종에 갈수록 가속도가 붙으면서 1천만 명 접종도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8일 MBC <뉴스데스크>의 <이번 주에 ‘1천만 명 접종’…65세 이상 ‘접종 스티커’> 리포트 중 일부다. 이처럼 백신 접종 속도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11월 집단 면역이 앞당겨질 거란 예상이 팽배하다.
그에 따라 정부 또한 백신 접종자에 대한 인센티브와 함께 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내놓는 중이다. 그 일환으로 9일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의 단체여행에 한해 방역 우수 국가에 대한 격리 없는 자유로운 여행, 즉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여행안전권역)‘ 추진 계획을 내놨다. 트래블 버블 대상 후보 국가는 싱가포르, 태국, 대만, 괌, 사이판 등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등 백신을 둘러싼 보수언론의 ‘태세 전환’ 역시 관심을 끈다. 이에 대해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8일 <미디어오늘>에 “지금이라도 변한 건 고마운데, 그것도 정파적 이익 때문인 것 같다. 계속해서 반대하다가는 후폭풍 맞을 것 같으니까 태세 전환한 것 아닌가. 지금의 태도가 4월부터는 있었어야 했는데 너무 늦게 변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애초 언론이 “정치적이면 안 되는 사안을 정치적으로 다룬 것이 문제였다”면서 “과거의 보도가 대안 있는 비평이었다면 지금 돌아서는 게 어색하지 않았을 것”, “(백신) 이상 반응이 늘면 또 태세 전환할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이렇게 실제 가속도를 내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집단 면역 조기 달성과 함께 <조선일보>까지 변화시키는 등 국민들에게 가시적인 메시지를 내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데 선별진료소에 근무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의료진이 9일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된 것과 같은 분위기가 매우 우려스럽”고 “공포스러울 정도”라며 인터넷 커뮤니티에 남긴 글이 주목을 받고 있다. 경청할 만한 그의 경고는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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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9월 2일 코로나19 확진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퇴원해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
“이대로라면, 확진자 수는 줄지 않고 접촉 활동은 더 늘어나고?”
“올해 만약 8.15일에 전광훈이가 대형 집회를 벌인다면 막을 수 있을까요? 접종 완료자에 한해서는 집회 제한도 없앨 예정이고, 실외에서 마스크 벗는 거 허용하고 오늘 보니까 해외여행도 부추길(?) 예정이던데…. 저런 상태에서 접종 완료된 고령층이 집결하여 올해의 8.15 집회를 연다면…. 조선일보에서 백신 맞자고 1면 선동기사 올린 게 권영진이가 추진한 일 때문이 아니라 정부 규탄 야외 집회를 준비하기 위해서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이제 막을 수도 없으니 집회를 하던 말던 알아서 할 일이겠지만 그 뒷처리는 모두 우리 의료진들의 몫이라는 생각에 정말 일하기 싫어집니다. 정말 정말 일하기 싫네요. 일해 줄 이유가 없지 않나요? 정치적인 것을 완전히 배제하고 생각해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위험한 전염병으로부터 모두 함께 노력하는 것도 아니고 이제 한쪽은 멋대로 놀아나고 뒤쫒는 사람들만 고생하고. 그럴 의도로 우리가 일하는 건 아니거든요.”
<조선일보>의 태세전환을 두고 갑론을박이 오갔던 것도 사실이다. 이중 “(백신)이상 반응이 늘면 또 태세 전환할 것 같다”는 이 교수처럼 그 진위를 의심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백신 접종자에 한 해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게하겠다는 정부의 접종 유도책과 극우보수단체의 태극기 집회를 연결 짓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해당 글을 쓴 선별진료소 의료진도 그 중 하나였다. 특히 글쓴이는 의료진들이 업무량이 선별진료소 기준으로 확진자 수 곱하기 사람들의 활동에 비례한다고 지적하며 여름 휴가철에 비례해 늘 수밖에 없는 활동량을 우려하고 있었다.
이미 집회를 예고 중인 극우보수단체의 움직임도 그 중 하나였다. 이러한 활동량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현장 의료진이니만큼 글쓴이는 “확진자 수는 줄지 않고 접촉 활동은 더 늘어나고?”라고 반문하며 이런 우려를 더하고 있었다.
“마스크 안 써도 된다고 해놓고서 무슨 밀접접촉자고 자가격리는 왜 하라는 거냐 등등의 방역불복사태도 예상되구요. 일선 공무원들은 시끄러운 거 싫어해서 역학조사 사실상 대충 하는 선으로 넘어가고…. 그러면 모든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갑니다.
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규제 완화의 적절한 시기는 여름휴가 지나서 추석연휴 정도입니다. 7월부터 접종이 더욱 늘어나서 9월까지 진행될 예정인데 그쯤이면 괜찮다 생각합니다. 백신 접종은 이제 시작인데, 코로나는 다 끝난 것처럼 행동하는 국민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윤석열이가 마스크 벗고 다른 사람들과 사진 찍은 거 뉴스에 버젓이 올라온다는 것 자체가 이제 코로나 이슈에는 관심이 다들 떨어진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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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5일 서울의 한 모처에서 K9 자주포 폭발사고 피해로 인한 장애를 딛고 모델과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찬호(왼쪽 두번째) 씨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윤석열 전 총장 측 제공, 뉴시스> |
현장 의료진의 절절한 당부
실제 1차 접종을 마친 이들이 오랜 시간 억눌려왔던 코로나19에 대한 해방감을 털어 놓는 가운데 가장 기대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마스크를 벗고 야외 활동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라 할 수 있다. 일부 언론은 벌써부터 마스크 재고를 심각성을 경고하는 기사를 내며 이러한 분위기를 부채질 하는 중이다. 그런 점에서, 선별진료소에 근무한다는 해당 글쓴이가 전한 개별 에피소드는 확실히 생생한 경고에 다름 아니었다.
“방금도 어떤 사람이 와서 검사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 달라 아프지 않게 해라 코 아프면 손해배상 청구한다 이런 식으로 한참 마스크 벗고 떠들고 갔습니다. 작년 같았으면 공포심에 마스크도 못 벗었을 사람들이, 이젠 선별진료소 검사구역에서 항의나 하고 침 튀기고 다니는 수준의 마음가짐으로는 코로나 극복 못합니다.
지금 이대로(라)면 2021년 8월 15일에 있을 예정(?)인 정부 규탄집회 참석자들의 방역 안전을 위한 선제검사를 해 줘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주최 측은 방역에 모든 조치를 다했다고 선전하겠죠. 물론 전 그런 식의 검사를 막을 수 없다면, 즉 선별진료소가 검사 따까리로 전락한다면 사직서를 낼 생각입니다.”
집단 방역 조기 달성을 위한 방역 당국의 갖가지 인센티브와 너무 빠르게 샴페인을 터트리는 것 아니냐는 경계의 목소리 사이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 나가는 지혜와 국민들의 협조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방역 청정국에서 일일 확진자 300~400까지 치솟은 대만의 예를 반면교사 삼아 말이다. 글쓴이는 이렇게 글을 마쳤다. 현장 의료진의 당부라 더욱 고개가 끄덕여지는 고견이 아닐 수 없었다.
“예방접종 분위기에 활동제한 풀리는 걸 방역이 잘 된다는 식의 호재로만 생각하기보다는 지나치게 일찍 축포를 터뜨려서 불필요하게 어려움이 길어질 수 있다는 식으로도 함께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정부에서도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도 많은 생각을 해 주십시오. 제발, 부득이하게 일부 방역상 위험을 감수하고 가야겠다고 결정하신 것이라면 우리 의료진들도 납득할 수 있는 방향의 조정도 반드시 고려해 주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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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수단체들이 지난해 8월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주변에서 8·15 대규모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뉴시스> |
하성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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