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페이스북 캡처>

“ㄴㄴ(노노) 선동하지마 최고의 백신은 화이자야 ㅇㅇ.”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지난 4월 27일 페이스북 글에 ‘마스크가 최고의 백신’ 문구가 포함된 지하철 내 홍보물 사진을 공유하며 주장한 내용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불안을 조장하는 주장이 아닐 수 없었다. 앞서 같은 달 15일 이 후보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겨냥해 이런 예언을 전하기도 했다. 아무런 근거도 없는 모략이었다.

“예언해보자면 이재명 지사(가) 가지고 오려고 추진한다는 거 중국 백신일듯. 정부는 러시아백신에 매달릴테고 둘이 서로 언플(언론플레이) 할 거임. 이 예언이 맞으면 수락산 정상에 돗자리 펴고 라이브 방송하겠음...”

▲ <이미지 출처=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페이스북 캡처>

또 같은 달 21일 ‘11월 집단 면역만 외치는 무능한 정부의 보여주기식 소통’이란 유튜브 영상을 통해 “백신 회사들이 제발 백신 도입해달라고 읍소했다던 문재인 정권이 이런 대재앙을 만들었죠”라며 비난 수위를 올렸던 이준석 후보.

이렇게 꾸준히 ‘백신 공포’에 앞장서왔던 그는 지난 해 12월 MBC <100분토론>에 출연, 최민희 전 의원과 이런 내용의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일찌감치 본인이 수락산 정상에 돗자리를 펴는 일이 없을 걸 알고서 퍼트린 일방적인 왜곡에 가까웠다. 

“우리는 이미 (백신) 4400만분 확보 했구요. 여론조사를 보면 바로 백신 접종 받겠다고 하는 비율이 굉장히 낮아요. 안정성이 확보되면 맞겠다는 거죠.” (최민희 전 의원)
“그 논리라면 안정성이 가장 높은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구해야지, 왜 3상도 안 끝난 백신을 구합니까?” (이준석 후보)
“뭘 잘 모르면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구요, 영국에서 만든 백신이 안정성이 없는 게 아니라, 미국에서 허가를 안 내주는 겁니다.” (최민희 전 의원)
“그런걸 보통 안전하지 않다고 합니다.” (이준석 전 의원)
“미국이 허가 안 해주면 안전하지 않은 겁니까?” (최민희 전 의원)
“FDA가 최고 권위 기관입니다.” (이준석 전 의원)

이 같은 대답에 당시 최 전 의원은 “친미 수준이 너무 높으세요”라며 폭소를 터트렸다. 그간 이 후보가 ‘백신 공포’ 조장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그 논리가 얼마나 빈약했는지, 또 평소 이 후보의 토론 태도가 어떤지를 잘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그랬던 지난 1일 이 후보가 백신 접종 예약 소식을 알렸다. 그렇다면 이 후보는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맞기로 한 걸까. 

‘백신 공포’ 조장 세력의 실제 속내  

“저도 백신 맞으러 갑니다. 안전한 접종을 통해 온 국민이 마스크를 벗는 그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6월 17일은 백신 휴가일이니 참고하세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예약 소식을 알렸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이 후보 역시 얀센 백신 접종 사전 예약 소식을 전했다. 민방위 대원으로서 얀센 백신 매진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 <이미지 출처=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페이스북 캡처>

일찍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소식을 알렸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지난 연말 이후 ‘백신 공포’ 조장에 ‘올인’했던 보수야당 인사들이 이렇게 자랑스레(?) 백신 접종이나 접종 예약 소식을 공표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국민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코로나19 백신 정책을 정쟁의 수단으로 일삼았던 이들도 자신의 목숨이 걸린 백신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모습에 인간적인 연민을 보내야 할까. 그럴 리가. 

“그런데 정부 여당이 일방적으로 밀리던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는 조짐이다. 지난달 22일부터 화이자 백신 접종이 정상화된 게 가장 컸다. 이후 미국의 얀센 백신 100만 명분 추가 제공 등으로 심리적인 안정감도 커졌다. 정부는 ‘상반기 1400만명 1차 접종’으로 목표치를 상향했다. 

변이 바이러스 등 아직 변수는 있지만 정부가 11월로 제시했던 집단면역 달성 시기가 어쩌면 조금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조금 부드러워졌다. 일단 본인이 백신을 맞게 되면 세상을 보는 눈은 너그러워질 수밖에 없다.”

2일자 <중앙일보> 서승욱 정치팀장의 <‘백신 되치기’ 경계령>이란 ‘서소문 포럼’ 칼럼 중 일부다. 칼럼 전반부에 그간 정부의 백신 정책을 요목조목 폄훼하던 서 팀장은 최근 고령층 일반인 접종 직후 급속도로 안정화 되는 일련의 분위기를 짚은 뒤 보수야당 지지층의 우려를 전했다.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이는 최근 <조선일보>가 시작한 ‘백신을 맞읍시다’ 캠페인을 비롯해 ‘백신 공포’를 조장하던 보수진영 일각의 태세전환에 대한 알리바이이자 그간 ‘백신 공포’를 조장했던 이들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자백과 같았다. 제 정치적, 사적 이익을 위해 ‘백신 문제로 정부를 몰아 붙였다’는 자백 말이다. 

“그러자 야당 지지층은 다른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백신문제로 정부를 너무 코너로 몰아세우면 안 되겠다. 그러다가 정부 말대로 집단면역이 이뤄지고 코로나가 잡히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으로 대선에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는 ‘백신 되치기 경계령’이다.

코로나 반사이익을 기대했다가 국정안정론에 되치기를 당했고, 결국 역사에 유례없는 참패를 당했던 지난해 4월 총선의 악몽을 야당 지지층은 쉽게 잊을 수 없다. 어찌보면 이런 경계령은 ‘반대만 하는 야당 정치’에 대한 자성이자 경고이기도 하다.”

화이자가, 모더나가 아니라 유감입니까 

“‘백신 되치기 경계령’을 발령한 지지자들은 ‘반대만 하지 말고 실력을 키우라’고 주문하는데, 야당의 수준은 아직 지지층에 못 미치는 것 같다.”

해당 칼럼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결국 ‘보수야당 좀 잘해’란 결론인데 ‘백신 공포’에 앞장섰던 ‘중앙’의 모럴헤저드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주장이 아닐 수 없었다. 3일 이 칼럼을 페이스북에 공유한 최배근 건국대 교수의 일침이 유효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대한민국의 자칭 보수를 부패 세력이자 매판 세력이라 부르는 이유. 자신들의 사적 이득을 위해서는 국민 생명이나 국가 이익도 수단에 불과하고, 공공자원을 사적 축재 수단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일부 언론은 여전히 ‘백신 공포’를 조장하며 허위‧왜곡 뉴스를 퍼트리는 중이다. 같은 날 이재갑 한림대 교수는 <정은경 설명과 다르다.. 영국 사망 신고율, AZ>화이자>란 <국민일보> 기사를 공유하며 ‘제목 장사’라 규정한 뒤 팩트 체크와 함께 이런 한탄을 내놨다. 

“이미 영국이나 미국의 이상반응 신고 시스템에 대하여 여러 전문가들이 데이터를 인용함에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언론 인터뷰를 하였고 여러 신문이나 방송에서 팩트체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잘못 된 정보만을 제목에다 써서 기사를 쓰는 이유를 전혀 모르겠습니다.”

“최고의 백신은 화이자”라던 이준석 후보도, ‘백신을 맞읍시다’ 캠페인을 통해 극적인 태세전환을 이어가는 ‘조선’과 ‘백신 되치기’ 운운하는 ‘중앙’ 기자들에게 묻고 싶다. 정부가 무료로 제공하는 백신을 맞으면서 혹은 백신 접종 예약을 하면서 무슨 기분이 들었는지, 화이자가 아니라 얀센이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라 기분이 나빴는지, 그렇게 욕하고 의심하던 백신을 맞고도 부끄럽지 않았는지 말이다. 

또 백신을 접종할 생각이 있는 ‘백신 공포’ 조장 세력에게도 묻고 싶다. 적어도 책임 있는 정치인이나 언론인이라면 언행일치를 실천해야 하는 것 아닌지, 그러려면 끝까지 백신을 맞지 않고 버텨야 하는 것 아닌지 말이다. 씁쓸하기 짝이 없다. 정부의 집단 면역 달성을 두고 ‘대선 유불리’만 따지는 이들에게도 그 집단 면역 달성을 위해, 전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 백신을 제공해야 한다는 사실이.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