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에 180석을 몰아줬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 사회 개혁을 제대로 하라는 국민들의 열망과 요구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개혁과제가 있지만 그 중 대표적인 게 검찰개혁이다. 검찰개혁을 위해 20대 국회에서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조정을 패스트트랙으로 통과시켰고 21대 국회에서 공수처를 안착시키는 일과 검경수사권 조정이 시작됐다.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시작은 검찰개혁의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공수처가 고위공직자들의 권력형 비리에 관해 추상같이 법의 잣대를 들이댈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 큰 권력집단 중 하나인 언론도 소유권과 편집권이 독립돼야 기자들이 기사를 쓰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언론환경이 만들어질 거고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되어 오보로 인한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21일 <오마이뉴스>의 <“민주당, 국민 마음 얻으려면 온정주의에 엄격해져야”>란 인터뷰 기사에서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강조한 향후 개혁과제다. 강 최고위원은 이어 “민주당에 실망하는 국민들이 많다”란 질문에 “민주당에 힘을 실어 준 이유가 검찰개혁, 언론개혁뿐 아니라 민생도 철저히 챙기라는 의미가 담겨있다”며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및 주택임대사업자 관련 정책 등을 예로 들며 중단 없는 민생 법안 추진을 약속했다. 

이처럼 강 최고위원은 최근 ‘개혁 후퇴’ 조짐이 나오는 ‘송영길 신임 당대표 체제’에 쓴소리를 내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 중 하나다. 강 최고위원은 ‘김진표 부동산 특위’를 향해서도 “부동산정책 실패의 원인 진단도 처방도 엉터리라고 생각한다”며 “부디 우리당의 부동산특위가 부자들 세금 깎아주기를 위한 특위가 아니길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신임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민생이 개혁’인 동시에 ‘개혁이 민생’이란 주문이 쇄도 중이다. ‘김진표 특위’를 두고 4.7 보궐선거 패배 이후 자칫 중도층 표심을 잡기 위한 우클릭 행보에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비교적 젊은 지도부에 속하는 강 최고위원이 ‘민생’과 함께 중단 없는 검찰개혁 및 언론개혁을 천명하고 나선 것이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여당 최고위원이 21일 ‘개혁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당 지도부의 약속을 상기시켰다. 바로 이날 민주당 미디어혁신특위 위원장에 임명된 김용민 최고위원이었다. 

▲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강병원 최고위원 <사진제공=뉴시스>

강병원 이어 김용민도 개혁 또 개혁 

“지난 5월 2일 전당대회에서 국민과 당원들은 새 지도부의 약속을 믿고 선출해 주셨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후보들은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을 약속했습니다. 민생을 강조하던 후보들도 ‘개혁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라는 약속을 분명하게 했습니다. 전당대회를 보면 우리 당은 어느 지도부가 선출되더라도 당장 약속한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을 똘똘하게 완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였습니다. 

실제로 저를 포함해 당선된 지도부의 대부분은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을 전면에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우리 당은 오늘 지금 당장 개혁의 고삐를 당기고 당원과 국민들께 약속한 것들을 지켜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최고위원으로서 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서 약속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이날 김 의원이 당 최고위원회 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천명한 내용이다. 김 의원의 이 같은 약속은 최근 여당 지지자들이나 일부 언론이 제기하는 ‘개혁 후퇴’ 우려를 의식한 발언이라 할 수 있었다. 

이를 의식한 듯 김 의원은 앞서 “지난 4월 7일 보궐선거를 전후해서 국민들은 우리 당에 대해 무능하다거나 말 바꾸기를 하는 당이라는 비판을 많이 제기하고 있습니다”라며 “이런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서 약속을 지키는 정치, 신뢰를 주는 정치 풍토를 만들어야 합니다. 무능과 말 바꾸기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국민들의 사랑과 선택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렇게 검찰개혁과 함께 언론개혁의 완수를 약속한 김 최고위원이 미디어특위 위원장을 맡으면서 범여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일련의 언론개혁을 위한 각종 법안들이 현실화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17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개최한 <좋은 뉴스는 국민이 후원한다 : 미디어 바우처 도입의 필요성> 토론회에서 ‘미디어바우처법’ 입법을 제안한 판사출신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포털에 종속된 언론이 선정성 보도와 가짜뉴스의 범람으로 신뢰를 잃었고, 미디어 산업 전반의 위기가 찾아 왔다”며 “국민들도 미디어 바우처를 통해 언론 신뢰성 회복을 위해 직접 나서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고 밝혔다. 

또 같은 당 김남국 의원은 포털뉴스 알고리즘 공개법을 발의해 주목을 받았고, 한겨레 기자 출신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이른바 ‘공영포털’, 즉 ‘공공뉴스플랫폼’ 설립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 모두 ‘검찰개혁 다음은 언론개혁’이란 기치 하에 장기적으로 언론개혁을 도모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들고 나왔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검찰개혁과 달리 언론개혁의 경우 정부여당이 주도할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국민 참여’가 강조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17일 토론회에선 의미 있는 설문 결과가 공개되기도 했다. 

국민들 다수가 동의하는 언론개혁이란 대전제 

“우선 시민들은 미디어바우처에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4월30일부터 5월4일까지 언론재단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국민이 참여하면 언론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주장에 86.9%가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바우처에 대해서는 28%가 ‘들어본 적 있다’고 답했다. 미디어바우처에 대한 설명 이후 미디어바우처 제도 실시에 대해 의견을 물은 결과에선 76%가 ‘찬성한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72%는 ‘미디어바우처가 언론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디어바우처 지급방식은 ‘신청한 국민에 한정해 지급’ 48% ‘전 국민 일괄 지급’ 31% ‘잘 모르겠다’ 21% 순이었다. 미디어바우처로 후원하고 싶은 뉴스 기사 유형을 물은 결과(복수 응답)에선 ‘허위정보 사실 검증’이 86.8%로 1위를 나타냈다. 뒤를 이어 ‘정치인 및 기업 비리 고발’이 86.4%, ‘기후위기 등 전문적 보도’ 76.1% 순이었다.”

▲ <이미지 출처=미디어오늘 홈페이지 캡처>

지난 17일 <미디어오늘>의 <‘좋은 뉴스’ 후원할 수 있는 쿠폰 통장에 들어온다면> 기사 중 일부다. 비록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이긴 하지만 무려 86.9%에 해당하는 국민들이 ‘국민이 참여하면 언론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주장에 동의했고, 또 76%가 미디어바우처 실시에 찬성했다고 한다. 

현재 바닥을 치고 있는 언론에 대한 불신 및 언론개혁을 향한 일반 국민들의 열망을 엿볼 수 있는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미디어바우처 및 공영포털, 그리고 포털뉴스 알고리즘 공개법 모두 대전제는 신뢰할 수 없는 언론 지형을 어떻게든 개선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세부 방안은 17일 토론회처럼 전문가들과 업계 인사들이 향후 머리를 맞대고 개혁안을 도모하면 될 일이다. ‘중단 없는 개혁’이란 대전제에 국민들이 동의한 가운데 언론개혁의 세부안을, 실제 정책 및 법안을 마련해나가는 것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 내 최고위원들이 개혁 노선을 천명한 것은 반가운 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미디어특위가 기존 언론개혁안들을 구체화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그래픽 출처=리서치뷰>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