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9일 22회 전국 국제영화제가 개막했다. 이번 영화에서 EBS PD 출신으로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있는 김진혁 감독이 연출한 다큐 영화 <여파>가 상영되었다. <여파>는 반민특위 관련자들에게서 듣는, 당시 생생한 역사를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사실 김 감독은 EBS PD 시절 반민특위에 대한 다큐를 제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EBS는 다큐를 중단시키기 위해 김 감독을 다른 부서로 배치했다. 결국 그는 퇴사했다. 그리고 시작한 지 8년 만에 완성했다. 연출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4월 30일 전주에서 김진혁 감독을 만났다. 다음은 김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김진혁 감독 <사진=김진혁 감독 제공>

“국회 프락치 사건, 반민특위와 세트인데 잘 안 다뤄…레드콤플렉스 때문”

- 반민특위를 주제로 한 다큐 영화 <여파>가 22회 전주 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됐잖아요. 처음 시작이 2013년이니까 8년만인데 어떠세요?

“저는 뭔가 끝난 느낌은 안 들어요. 이야기가 끝난 느낌이 아니잖아요. 그것보다는 그냥 일단 한고비를 넘겼다는 거죠. 최종은 아니지만 그래도 영화제에서 한번 상영을 함으로써 돌아가신 노시선 선생님을 포함해 결과물을 봤으면 했던 후손 분들에게 그래도 뭔가 좀 보여 드릴 수 있다는 거에서 감사하죠. 하지만 영화제에서 트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일반 관객들을 만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들고요.” 

- 반민특위 문제는 아픈 손가락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당연하죠. 어차피 저는 반민특위 다큐를 만들다가 EBS를 나왔던 거기 때문에 저에게는 반민특위 다큐는 굉장히 아픈 손가락이죠. 해결을 못 한 거니까 숙제로 갖고 있고 후손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많아요. 그런데 이번에 상영했다는 것으로 뭔가 해소됐다는 기분은 안 들어요.”

- 영화 러닝티임이 174분이잖아요. 다른 영화보다 긴 느낌이 있는데.

“원래 예전에 다른 버전으로 몇 번 편집을 했어요. 그때는 반민특위부터 시작해서 시간대로 축을 마련하고 위에다가 후손분들의 이야기를 넣었어요. 어떤 분을 좀 길게 어떤 분은 좀 짧게 해서 만들었어요. 장점은 좀 보기가 편하고 러닝타임이 짧아진다는 거죠. 단점은 이분들이 스토리의 도구가 되는 거예요. 그렇다고 제가 상업 영화처럼 그렇게 이용해먹는 수준은 아니지만 사실이 왜곡 되죠. 그 버전으로 작년에 다른 영화제를 했는데 안 됐어요. 그래서 어차피 안 될 거면 내가 굳이 그거를 하기보다 그냥 이분들의 이야기를 온전히 다 넣는다고 생각했죠. 그러니까 러닝타임이 늘어나기 시작한 거예요.”

- 내레이션을 직접 하셨던데 이유가 있나요?

“이야기가 저하고도 연관되어 있어서 그랬어요. 앞부분에서 제 이야기를 해야 되는데 제 부분만 하다가 갑자기 다른 사람이 내레이션하는 게 이상하기 때문에요. 그리고 뒤에도 보면 조금씩 제가 어떤 소회를 얘기하면서 스토리가 진행되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래서 그럴 바에는 그냥 내가 하자고 해서 한 거죠.”

▲ 다큐멘터리 <여파>(2021년 제작, 김진혁 감독) 스틸컷

- 반민특위 다큐를 EBS에서 PD 하실 때 제작하시다가 중단되었죠. 그럼 <여파>는 노시선 선생님의 전화로 시작된 건가요?

“이제 좀 설명이 필요해요. 노시선 선생님 전화가 시작은 맞는데 그 이전에 사실은 반민특위 다큐를 다시 만든다고 해도 이렇게 만들 거라고 생각을 안 했어요. 원래 만들던 버전과 비슷하게 만들려고 생각했고 원래 만들던 버전은 이분들이 주인공이 아니고 이분들 아버님들이 주인공인 거죠. 당시 친일파를 잡으러 다니고 총 쏘고 이런 걸 원래 EBS에서 만들려고 했거든요. 그래서 사실은 퇴사하고 나서도 어떻게 하면 그 버전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던 거죠. 근데 가장 큰 문제는 제작비였어요. 2010년에 2억 천이었으니까요. 제 나름대로 머리도 굴려서 하다가 안 된 것도 있고요. 그러다가 해직언론인 다큐를 하느라고 2~3년 갔죠. 어쨌든 마음의 짐이 계속 있으니까 어떻게든 해야 하는데 이렇게 만들면 안 된다고 전 생각했어요.”

- 왜요?

“너무 지루해서요. 제가 이런 얘기를 하는 게 되게 웃긴데 퇴사하고 나서 김정륙 선생님과 노시선 선생님을 한 번 만났어요. 제가 카메라를 들고요. 이분들 인터뷰를 해서 어떻게 해 보면 안 될까 해서 만났는데 그날 처음 인터뷰해 보고 안 되겠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왜냐하면 인터뷰 다큐는 사람들이 지금 많이 알고 있는 걸 해야 돼요. 그래야 설명을 안 해도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핫한 거 지금 예를 들어서 조국 전 장관 다큐를 만든다 그러면 설명을 안 해도 되는 거죠. 근데 이분들 이야기는 이분들이 열정적으로 하는 말을 이해하려면 앞에 설명을 붙여야 해요. 너무 지루해질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래서 어렵겠다고 생각했는데 노 선생님 전화를 받고 내가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 거죠.”

- 운명이라는 생각을 하신 건가요?

“운명이라기 보다는 여파죠. 나비효과 같은 거요. 운명은 되게 필연적인 거잖아요. 그게 아니라 되게 작은 날갯짓 같은 게 계속 증폭돼서 그분들의 인생도 집어삼켰죠. 물론 그분들에 비하면 큰 영향은 아닐지 모르지만 저도 어쨌든 EBS를 나오고 삶이 많이 바뀌었거든요. 그리고 노 선생님 전화 한 통으로 또 뭐가 바뀌는 것이 그냥 여파라는 생각이 들어요. 운명인지 아닌지 모르겠어요.”

- 처음 전화 왔을 때 어떠셨어요?

“아무 말도 안 하니까 처음 전화 받고 되게 당황했죠. 영화에선 제가 전화 받고 아무 말도 안 하고 끊었다고 나오잖아요. 그게 아니라 문자 보내고 전화 드리고 난리가 났어요. 그런데 전화도 안 받고 답문도 없고요. 그러니까 뭐가 이상하잖아요. 근데 좀 이따가 또 오니 제가 안 되겠다 싶었던 거예요. 알고 보니 혈관성 치매가 오신 거예요.”

- 노 선생님 병원에 가셨잖아요. 예전에 만났을 때와 많이 달랐을 거 같아요.

“많이 달랐어요. 다른 사람이 돼 있었죠. 근데 분명한 거는 그건 안 변했던 거예요. 큰 아버지에 대한 집착과 반민특위에 대한 집착은 살아 있는 거죠.”

- 반민특위 위원 후손들하고 인터뷰를 다시 하겠다는 얘기를 길게 하셨잖아요. 어떻게 이야기를 꺼낼지 고민이 많았을 거 같은데.

“거기는 잠깐 나왔는데 처음에 바로 만난 게 아니라 (김상덕 반민특위 위원장 아들인) 김정륙 선생님을 먼저 만났어요. 김정륙 선생님이 대장이거든요. 사실 촬영분도 있는데 여기는 안 넣었어요. 제가 ‘죄송하다. 그동안 좀 뭔가 제대로 만든다고 하면서 아무것도 안 된 것 같다. 노 선생님 전화 받고 너무 당황했고 솔직히 이렇게 촬영해서 어떻게 만들지 잘 모르겠고 계획도 없는데 일단 촬영은 다시 해야 되는 게 맞는 거 같다’라고 말씀드렸죠. 그랬더니. 정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가 후손분들한테 다 연락해 놓을 테니까 걱정마’라고 하셨어요. 제가 모임을 만든 게 아니라 그날 모임 세팅을 김 선생님이 하신 거예요. 근데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얘기를 해야 되잖아요. 그래서 그날 중국집에서 제가 길게 얘기했죠.”

- 반응을 예상해볼 수밖에 없잖아요. 어떨 거라 생각하셨어요?

“저는 그래도 박하게 대하실 거라고 생각은 안 했어요. 왜냐면 제가 처음 2012년에 인터뷰했을 때 느낌이 있었거든요. 그렇게 본인들이 이야기를 정성스럽게 귀를 기울여 준 건 처음이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거든요. 그래서 딱 그렇게 막 ‘뭐야’라고 할 거라고는 생각 안 했어요.”

- 어쩌면 그분들은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는 것도 있지 않았을까요?

“물론이죠. 그래서 제가 내레이션에서도 얘기했지만 가장 중요한 거는 저와의 관계보다 그냥 그분들이 이런 자신들의 이야기를 누군가 해 주길 원하는 마음이 제일 컸던 거죠.”

▲ 다큐멘터리 <여파>(2021년 제작, 김진혁 감독) 스틸컷

- 70년이 지났는데 그분들의 이야기 들어주고 또 전달하는 사람이 없었던 거잖아요. 이유는 뭘까요?

“레드콤플렉스죠.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꺼내는 거 자체가 빨갱이가 되니까요.”

- 감독님은 반민특위 어떻게 아셨어요?

“저도 사람들이 아는 수준만 알았던 거죠. 반민특위를 안다는 건 뭘 이해한다는 거냐면 국회 프락치 사건을 알아야 해요. 두 개는 세트란 말이에요. 근데 예전에 반민특위를 다룬 드라마가 있었어요. 특별 드라마로요. 근데 거기서는 이념 얘기가 크게 다뤄지진 않아요. 이념이 국회 프락치 사건이에요. 거길 잘라서 빼고 그냥 독립운동가와 친일파가 싸웠는데 친일파가 이겼다는 정도만 얘기하지 이념 얘기를 쉽게 못 했단 말이에요. 지금 제 작품이 어떤 점에서 좀 다르냐면 빨갱이 얘기를 대놓고 하고 있다는 거죠.”

“친일파가 독립운동가들을 죽여 신분세탁한 것…더 잔인·가혹한 역사”

- 아직도 한국엔 레드 콤플렉스가 있다고 보세요?

“그럼요. 일단 분명한 예를 들면 이 기자님은 ‘납북하고 월북하고 다르지 않나’란 생각 안 했어요? 그게 레드 콤플렉스예요. 왜냐면 검열하는 거예요. 우리 안에 납북은 괜찮은 거고 월북은 나쁜 거라는 건 자기 검열하는 거예요. 그리고 납북자 이야기, 재북 인사를 보면 그 사람들이 무슨 상을 받았단 말이에요. 수구 보수 세력의 기준으로 보면 간첩이에요. 그래서 EBS나 KBS에서 못 튼단 말이에요. 저런 접근을 할 수가 없는 거죠. 그게 레드컴플렉스이에요. 여전히 레드 컴플렉스는 유효하다는 거죠.”

- 전체적인 걸 후손들 인터뷰로 구성하셨잖아요. 인터뷰하실 때 어떠셨어요?

“저는 인터뷰 목표를 내가 듣고 싶은 부분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지 말고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충분히 듣는 쪽으로 잡고 했어요. 사실은 그것도 EBS에서 만들 때와 좀 달라졌죠. EBS에서도 그렇게 했지만 EBS에서는 제가 자료조사를 좀 하고 싶어서 그렇게 했던 거지 그렇게 해서 그걸 쓰겠다는 의도는 아니었어요. 근데 다큐는 그것보다 이분들이 자신의 삶을 얘기하게 했어요.”

- 톡 같은 내용의 인터뷰를 두 번 한 거잖아요. 그럼 차이가 있을 거 같아요.

“차이가 있었죠. 너무 다르니까요. 달라졌다는 게 되게 흥미로웠어요. 거의 유사한 질문을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6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서 다 달라졌어요. 그러면서 이렇게 달라지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김용민 선생님처럼 정치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좀 마음의 여유가 생긴 분도 있고 그래서 자기가 좀 편해질 분도 있고 어떤 분은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옛날에는 막 이렇게 토로를 하시다가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으신 분도 있어요. 노시선 선생님처럼 혈관성 치매로 인해 기억의 본질적 부분만 남은 분도 있고 이러한 변화가 저는 가장 흥미롭고 이 다큐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영화를 보면 후손들이 연좌제로 많이 고생하신 것 같아요.

“맞아요. 그게 굉장히 광범해요. 예를 들면 아들딸 뿐만 아니라 사돈의 팔촌까지 다 스크리닝을 하고 필터링을 다 때리는 거예요. 그래서 취업 제한, 해외여행 제약을 해요. 그런데 거기도 이를 피하기 위한 편법도 있더라고요. 이것은 다큐에 안 넣었는데 가호적이라 들어보셨어요? 가짜호적이죠. 이분들이 호적을 가짜로 만들어요. 우리 김진원 선생님처럼 바로 아들은 못 도망가는데 약간 먼 친척들까지는 그렇게 빡빡하게 관리를 안 한 것 같아요. 그래서 가호적을 만들어서 다들 적당히 피한 경우도 있더라고요.”

- 반민특위 분들은 월북이든 납북이든 대부분 북한으로 가셨나요?

“많이 갔어요. 이 다큐에 등장하는 분들의 부모들이 다 반민특위 핵심 인물들인데 상당수가 월북하거나 납북을 당했어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잘 풀린 경우가 별로 없는 거로 알고 있어요. 반민특위에 참여했던 분들 대부분이 다 북한으로 갔다고 하기보다는 이렇게 표현하는 게 맞죠. 반민특위에 참가했던 분들이 레드컴플렉스에 신경 쓰게 된다는 거죠. 꼭 북한에 안 가도 말을 못 해요. 왜냐하면 지금은 아니지만, 옛날 빨갱이 하면 그냥 한 방에 날아가니까요. 그러니까 아예 반민특위의 ‘반’자도 안 꺼내죠.”
 
- 그럼 지금도 모르는 후손들이 많겠네요?

“눈치를 보니까 그래도 조금씩은 알고 있는데 커밍아웃을 안 한달까요. 그렇게 반신반의하는 거죠. 아버지 명의로 명예를 찾아드리고 싶다는 마음도 있지만, 괜히 얘기했다가 피곤해진다는 생각이 있죠.”

- 반민특위 후손으로 산다는 것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엄청 힘들어요. 이게 독립 운동가들이 친일파와의 싸움에서 졌잖아요. 예를 들어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싸워서 이긴 쪽이 진 쪽 자리까지 빼앗진 않잖아요. 그다음에 또 싸워서 엎칠락 뒤치락 하는 거죠. 그런데 이 싸움은 그런 게 아니라 친일파가 독립운동 진영을 거꾸린 다음에 그 섹터를 자기들이 먹은 거예요. 뭐냐면 친일파가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한 게 아니라 친일파가 독립운동가 행세를 한 거란 말이에요. 굉장히 가혹한 상황이란 말이에요. 왜냐면 친일파가 독립운동가들을 죽임으로써 자기가 신분세탁을 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진짜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이런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사생아인 거예요. 부모가 없어진 거죠. 그러니까 자기가 누구라고 얘기를 하면 안 되는 거예요. 되게 가혹하고 잔혹한 그림자처럼 살아야 되는 거죠. 지금은 시대 상황이 좀 바뀌어서 괜찮은데 제가 2012년 처음 느낀 건 공포와 두려움이었어요. 그분들 눈에 있는 건 공포와 두려움과 의심이었어요.”

▲ 다큐멘터리 <여파>(2021년 제작, 김진혁 감독) 스틸컷

-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다 기억나지만 노시선 선생님을 만나러 병원에 갔다 온 게 기억나네요. 사실 하루에 한 것처럼 편집돼 있는데 하루가 아니에요. 사실은 촬영하러 갔는데 촬영을 못 한 거예요. 그래서 그냥 스케치 좀 찍어 오고 인터뷰도 못 했어요. 병원 왔다 갔다 하는데 운전기사 노릇을 좀 했죠.”

- 제작하며 느끼시는 게 있을 것 같아요.

“일단은 2012년도만 해도 여전히 친일파와 독립운동가의 구도 범주에서 생각을 많이 했던 게 사실이에요. 그때 인터뷰하면서 갸웃갸웃했던 것들을 이번 다큐의 주요 내용으로 만들었다고 보면 되니까요. 이게 뭔가 되게 흥미로운데 ‘아, 이거는 내가 못 담을 거야. 담으면 EBS를 레드콤플렉스의 관점에서 오해하는 이들이 나오지 않을까’ 했던 것들을 이번엔 편하게 넣은 거죠. 느낀 건 레드콤플렉스가 그냥 종북 이런 문제가 아니라 우리 근현대사에 있어서 훨씬 더 비중있게 다룬 거죠. 그리고 저렇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으신 분들도 있지만  레드콤플렉스 때문에 죽임을 당하거나 이런 거를 보면서 그 주변 사람들이 함께 위축되어서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못 하는 분들도 있거든요. 한국인들의 근원적 공포와 관련 이 부분을 좀 더 이야기해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존에 친일 반일 프레임 말고 이념 프레임에 꽂히는 거죠. 그러니까 기존의 남한 북한 좌우 이런 생각의 구도를 벗어나 ‘이념’을 통한 공포라는 본질을 보는 거죠. 어떻게 이게 맥락으로 휘어져 들어오는 건지 어떻게 독립운동 진영이 이념 프레임에 휩싸여서 이렇게 떨어져 나가면서 다른 사람이 공포와 함구로 가는지 보자는 거죠. 물론 제가 하는 얘기가 굉장히 새로운 얘기라는 건 절대 아니고 그런 시각이 있었는데 그렇게까지 중요하게 다뤄지거나 혹은 미디어를 통해 대중적으로 다뤄지지 못했다는 거죠. 하지만 김정은과 만나 악수도 하니까 좀 마음의 여유가 생겼달까요, 좀 그런 이야기들을 했으면 좋겠다는 거죠.”

- 영화를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뭔가요?

“메시지가 특별히 뭐라고 얘기하지 않으려고 했었어요. 다만 저는 어떻게 이분들의 삶과 역사가 뒤얽혀 있는지를 드러내려고 노력했어요. 이분들의 삶이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돼 있는데 그 실타래를 최대한 사람들이 느끼도록, 그래서 보고 나면 실타래가 엉망진창으로 돼서 어떻게 풀 수가 없을 거 같은 제가 받았던 느낌을 사람들도 다 느꼈으면 좋겠다는 거죠.”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GO발뉴스>를 후원하는 분들 입장에서 보면 정치‧사회‧경제적 상황이 혹은 여러 가지 여건들이 쉽지 않아 보이는데 그래도 좀 잘 되지 않을까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힘을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영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