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포털뉴스 이용자는 75.8%에 달합니다(...). 왜곡된 뉴스편향은 바로잡아야 합니다. 열린뉴스포털을 제안합니다. 알고리즘에 기초한 뉴스 배치는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기사들을 포털에 노출시켜 건강한 정치적·사회적 담론을 저해합니다. 신뢰할만한 편집위원회를 구성하여 심층보도, 탐사보도 등 질 높은 기사가 많이 노출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지난 27일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의 페이스북 글 중 일부다. 같은 날 언론개혁 토론회에 참석한 김 의원은 '시민의 언론사 직접 후원' 모델인 미디어바우처 제도를 포함해 공공 포털의 도입을 주장해 관심을 모았다. 

▲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일각에서 제기한 ‘관제포털’ 우려에 대해서도 김 의원은 “김대중 정부가 제시했던 원칙처럼 ‘정부는 지원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를 지키면 된다”며 “편향되고 질 낮은 뉴스들이 양산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바꾸고자 한다. 차근차근 하나하나 실행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 의원은 “질 낮은 기사들이 포털에 모여서 악취를 풍기고 있다”라며 이런 주장을 이어나갔다. 

“언론사, 학계, 시민단체 등 세 주체가 중심이 돼서 이런 질 낮은 기사가 아니고 인쇄할 수 있는 기사, 신문사들도 창피하지 않은 기사만을 포털에 내보내고 그 포털에 사람들이 모일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지금 광고비가 1조 1000억 원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1조 1000억 가운데 반 이상은 그야말로 계란판 만들고 동남아에 (포장용으로) 수출하는 그런 신문사가 지금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데 광고하지 말고 그 돈을 국민들에게 주자. 그리고 국민들이 선택해서 내가 좋아하고 내가 필요한 기사에 후원하고 지원을 하도록 하자라고 하는 게 제 구상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논의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특히 관주도의 공공포털이란 구조 자체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이들이 적지 않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 역시 “포털의 선정성과 질 저하에 대해서 머리를 맞대고 다시 한 번 해 보자, 논의를 해 보자는 말씀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그것을 관이 주도한다는 것은 제가 볼 때는 위험하다”고 반박했다. 

여야나 진보 보수를 넘어 현재 포털의 알고리즘 및 뉴스 노출 형태 및 소비에 대한 문제점은 공통된 인식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뒷받침할 분석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지난 29일 2021 서울·부산시장보궐선거 미디어감시연대 주최로 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 포털은 어떤 뉴스를 많이 보게 했나’란 토론회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가 분석한 한 달 간에 걸친 선거 관련 포털 내 언론사별 기사 노출 빈도였다. 

충격적인 보궐선거 기간 네이버 뉴스 분석 결과 

“선거 보도 기간 동안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한 기사 건을 살펴보자. 중앙일보가 8건, 조선일보가 6건 머니투데이가 4건으로 3사의 보도가 20건 중 18건을 차지한다. 중앙일보의  (평균 조회수 이상) 선거 관련 기사 수가 9건, 조선일보가 19건, 머니투데이가 11건 임을 고려하면 상당한 ‘효율성’을 보인 셈이다. 

20건 중 여론조사 기사가 5건에 그치고 후보 관련 논란 3건(오세훈 성폭행 의혹, 박영선도 혼자 투표, 오세훈 페라가모 구두 흰색 정치), 정치권 반응(박 지지율 반등, 윤석열 발언), 후보단순발언(허경영), TBS(뉴스공장 관련 오세훈‧김어준 발언) 등이 높은 조회 수를 보인 것은 기획‧심층 보도가 포털에서 결코 주목을 받지 못하며 정치인 및 유명 인사의 발언을 전달하는 것만으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품질 평가 기준을 알려주고 있다.”

언론노조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포털은 어떤 뉴스를 많이 보게 했나> 분석 자료 중 일부다. 언론노조는 해당 분석을 지난 3월 8일부터 4월 8일까지 실시했고, 네이버 뉴스서비스 채널 제휴 언론사 중 구독자 100만 명 이상 언론사를 대상으로 했다고 밝혔다. 

집계 결과, 네이버의 ‘언론사별 많이 본 뉴스 랭킹 5위 안에 든 선거 관련 보도(매일 오전 11시 기준)의 총 기사 건수는 558건이었는데, 이들 기사의 평균 조회 수가 10만 1235회에 달했고, 이중 ‘중앙’과 ‘조선’이 1, 2위를, 보수경제지로 분류되는 <머니투데이>가 3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언론노조는 다음과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첫째, 네이버 알고리즘의 기사묶기(클러스터링)와 노출 순위 결정, ‘많이 그리고 오래 볼 기사’가 좋은 기사라는 품질 평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이용자 집단’의 구성에 따른 맞춤형 기사의 추천은 이번 선거 보도에 있어서 그 한계를 드러낸다. 즉, 네이버 알고리즘의 언어는 ‘저널리즘의 교과서’가 말하는 (저널리즘의) 언어와 다르다는 것이다. 

둘째, 이렇게 가치중립적인 알고리즘은 언론사별로 얼마나 많은 투자를 통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지 격차를 보여준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처럼 많은 기사를 송고하지 않고도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은 언론사 간 양극화, 정확히 말해 빈익빈 부익부의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셋째, 네이버 알고리즘의 한계와 언론사 간 디지털 역량 격차는 결국 언론사의 차별성이나 가치지향보다 높은 조회 수의 성과를 강요하는 언론사주와 경영진의 압박으로 이어진다. 풀이하자면, 현재 포털의 뉴스 편집은 저널리즘의 가치를 드러내지도 못하고, 기계적으로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부자 언론’이 독식할 가능성이 높으며, 결국 ‘클릭 장사’를 압박하는 사측의 입장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었다. 

사실로 드러나는 네이버의 편향성 

아찔하지 않은가. 선거 결과는 둘째치더라도, 온 국민이 뉴스를 소비하는 네이버 뉴스 면은 ‘조선’과 ‘중앙’, ‘머니투데이’라는 보수경제지가 잠식할 수밖에 구조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는 AI 알고리즘을 핑계로 대 왔지만 분석결과 그 알고리즘 자체의 구조적 한계가 뚜렷했다고 할까. 

“제가 ‘언론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이런 표현을 쓴 적이 있는데요. MBC ‘스트레이트’에서 현재 우리나라 언론지형에 대해서 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주로 네이버에 노출돼 있는 기사를 가지고 조사를 했더니 조중동 등 보수언론이 노출돼 있는 빈도가 48%였고 이에 비해서 한겨레, 경향 등 이른바 진보매체라고 할 수 있는 곳이 3.6%에 불과했습니다. 

10분의 1도 안 되고, 12분의 1? 13분의 1밖에 안되는데 이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다라고 하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거고요(...). 한국 언론자유지수, 3년 연속 아시아 1위입니다. 이거는 뭘 말하냐면 ‘정부가 어느 정도 자유롭게 풀어주느냐? 관여하지 않느냐?’를 보여주고 있는 자료입니다. 여기를 보면 한때 69위와 79위로 아주 바닥을 길 때가 있었어요.”

▲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지난 3월 7일 ‘네이버 뉴스 집중 해부! ‘보수’만 추천하는 AI?’편을 방송했다. <이미지 출처=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화면 캡처>

같은 방송에서 김의겸 의원은 지난해 12월 MBC <스트레이트>가 보도한 '인공지능(AI) 뉴스편집 보수 편중 심각'편의 내용을 언급하기도 했다. 네이버 뉴스면의 진보매출 노출 빈도가 3.6%에 불과했다는 충각적인 분석 결과였다. 이번 언론노조의 분석 역시 이러한 MBC 보도를 뒷받침하는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바우처든, 열린뉴스포털이든, 공통된 인식은 하나다. 편향성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포털을 통한 뉴스 소비 구조 해체 말이다. 이를 실현시키지 못한다면, 우리 국민들은 앞으로도 매일 매일 조선이, 중앙이, 머니투데이가 쏟아내는 기사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또 이를 바탕으로 투표라는 의사결정에 임하게 될 것이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 않은가.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