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선거가 중요하다지만 사실상의 국정운영 포기를 요구하며 탄핵 협박을 일삼는 것은 명백한 횡포입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틈만 나면 탄핵을 입에 올리고 있습니다. 작년 4.15 총선 전에도 당시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탄핵을 운운했고 결과는 총선참패였습니다. 부디 이성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4.7 재보궐 선거를 두달여 앞둔 지난 2월 25일, 청와대 대변인 출신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당시 원내대표이던 주호영 주호영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을 겨냥한 당부(?)중 일부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부산 가덕도 방문에 대해 주 원내대표가 “누가 봐도 도를 넘어선 선거개입”이라며 “정권 차원의 노골적 선거개입은 탄핵 사유에 해당함을 잊지 말라”고 경고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 국민의힘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임기를 마무리하며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이 같은 ‘탄핵’ 발언이 파장이 커지자 주 권한대행은 다음날(2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도를 넘는 심한 선거개입이 탄핵 사유가 된다는 것이지, 탄핵을 하겠다는 게 아니다”라며 “내 말을 제대로 확인했으면 좋겠다”라면서 한 발 물러선 바 있다. 물론 주 권한대행의 이 같은 협박성 발언은 처음이 아니었다. 

또 다시 문 대통령 퇴임 이후 거론한 주호영 

“현직 대통령은 시간이 지나면 전직 대통령이 된다. 전직 대통령이 되면 본인들이 사면의 대상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다음날인 지난 1월 19일, 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주 권한대행이 내뱉은 발언이다. 전날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에 대해 문 대통령이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소신을 드러낸 데 대해 “역지사지하는 자세를 가지길 바란라”며 마치 ‘정권 교체 후 정치보복’을 암시하는 듯한 준비된 발언으로 응수한 것이다. 이에 대한 여당의 거센 반발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면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발언은 정치 보복을 하겠다는 선전포고이자 겁박이다. 국민통합을 위해 전직 대통령들을 사면하자고 촉구하면서 현직 대통령이 사면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과연 국민통합에 합당한 일인가? 정치 지도자가 담아서는 안 되는 막말의 극치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 발언을 즉각 취소하고 국민께 사과하라.” (민주당 우상호 의원)

‘추미애 탄핵’이나 ‘김명수 탄핵’ 등등 대여투쟁의 수단으로 시도 때도 없이 탄핵 카드를 들고 오거나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옹호하며 입버릇처럼 문 대통령 퇴임 후를 거론해온 주 권한대행. 28일 원내대표 임기를 마무리하는 기자간담회에서도 주 권한대행은 일종의 협박성 발언을 또 한 번 뱉어냈다. 

“대통령이 퇴임 이후 안전을 보장받는 유일한 길은 민심을 따르는 것이다.”

이날 “퇴임 이후 안전”이나 과거 “전직 대통령이 되면 사면의 대상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란 주 권한대행의 표현이 내포하는 공통점은 무엇인가. 그것이 탄핵이든 또 다른 형태든 문 대통령이 퇴임 이후 범죄 혐의에 대해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될 수 있다는 협박이라 할 수 있다. 이날 주 권한대행 발언 역시 검찰개혁과 공수처 출범, 법원의 독립성과 관련된 내용이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뉴스1>에 따르면, 주 권한대행의 이 같은 발언은 신임 검찰총장 임명 정국을 둘러싼 정권 비판 과정에서 비롯됐다. 주 권한대행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이 임명시키려 하는데, 정권이 입맛에 맞는 검찰총장을 앞세워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사건, 울산 선거부정사건을 감추면 감출수록 이 정권은 더 고단한 끝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주호영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과 당 의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퇴 촉구 공동선언 기자회견을 한 뒤 김 대법원장이 탄 차량이 나타나자 항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어 주 권한대행은 “정권이 검찰 무력화를 위해 출범시킨 공수처는 출발부터 엉망이고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사법부는 철저히 정치화됐다”며 “K방역, K백신은 정권의 무능과 오만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데도 정부는 야당에 책임만 뒤집어 씌운다”는 예의 그 강성 발언을 이어간 뒤 ‘법치파괴’라고 결론 내렸다. 바로 이렇게. 

“국민의 뜻에 무릎을 꿇으면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줄 것이지만 문재인 정권은 마지막까지 법치를 파괴해서 무리하게라도 자신들의 사람들을 요직에 채워 넣어 자신들의 안위를 보장받겠다는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

검찰과 법원 앞에서 과거 회귀하려는 주 권한대행의 속내 

이러한 주 권한대행의 과거 ‘탄핵’ 발언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속내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박근혜 탄핵’에 대한 트라우마이자 본인 역시 탄핵에 동참했던 과거를 지우기 위한 역공 말이다. 

아울러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겁박하기 위해 문 대통령의 “퇴임 후 안위”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측면도 다분하다. 무엇보다 ‘도로한국당’ 비판과 마찬가지로 4.7 재보궐 선거 승리 이후 한껏 오만해진 국민의힘의 현재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감안해도, 주 권한대행의 이날 발언이 협박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자명하다. ‘포스트 윤석열’을 ‘윤석열 시즌2’로 세우고 싶은 욕망 말이다. 그래서 더 불온하다. ‘정치검찰’ 본연의 자세 그대로 기득권에 복종하는 이들을 전면에 내세우기 위해 문 대통령의 ‘퇴임 후 안전’을 앞세우는 정치공세를 언제까지 봐야 할까. 

이미 우리는 과거 민심이 아닌 이명박 정권과 검찰, 그리고 언론이 휘두른 칼에 의해 안전을 보장 받지 못했던 대통령의 비극적 말로를 목도해야 하지 않았는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4.7 보궐선거의 ‘약발’이 다해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멈췄고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회복세를 보이는 중이다. 당 대표 선거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는 주 권한대행이 언제까지 이렇게 우쭐댈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차려진 2021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