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OECD 가입국 중 자살률 1위라는 건 아주 오래된 이야기다. ‘극단적 선택’이란 이름의 자살 관련 뉴스는 끊임없이 나온다. 그러나 우리나라엔 자살에 대해 좋지 못한 편견이 있고 그것은 유가족이 오롯이 감당하고 있다. 

KBS 1TV <시사기획 창>은 지난 14일 ‘자살 생존자’편을 방송했다. 자살자 유가족 10인에 대한 인터뷰를 토대로 유가족이 받게 되는 고통을 담았다. 취재 이야기를 듣고자 나신하 기자를 지난 18일 전화로 연결했다. 다음은 나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이미지 출처=KBS '시사기획창' 화면 캡처>

“한해 자살자 1만3천여명, 유가족들 1만3천여가지 어려움”

- 지난 14일 방송된 KBS 1TV <시사기획 창> ‘자살 생존자’편을 취재하셨잖아요. 방송을 마친 소회가 어떠세요?

“‘더 잘 할 수 있었을 거 같은 데’라는 아쉬움이 있죠. 아무래도 프로그램 성격 자체가 사회적 약자 문제를 다루는 것이기에 이분들의 아픔과 고통을 좀 더 많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담고 싶었어요. 그 목표에 이르렀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고요. 또 우리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간과해온 사회적 약자, 소수자 아니면 목소리를 내기 힘든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져왔나 하는 반성 같은 것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더 많이 지속해서 관심을 가져야 하는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 ‘자살 생존자’편은 자살자의 유가족을 취재한 거잖아요. 어떻게 취재하게 되셨어요?

“직접적인 계기는 해마다 11월 20일에 있는 세계 자살 유가족의 날이에요. 작년 11월에 우연히 세계 자살 유가족의 날이 있다는 걸 전해 들었어요.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우연히 기사를 보게 되었어요. 자살 유가족의 날이라는 표현이 굉장히 생경한 표현이었거든요. 그래서 관심을 가지게 됐고 자료를 좀 모으다 보니까 의외로 이분들에 대한 자료나 연구자료들이 많지 않아요. WHO 세계보건기구 기준으로 보면 한 명이 돌아가실 때마다 5명에서 10명이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해요. 해마다 평균 1만 3,000여 명이 자살하시고 그 기준으로 보면 한국에서 해마다 7만~14만 명 정도의 자살유가족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거든요. 그리고 전문가들은 친구, 회사, 동료까지 합치면 해마다 50만 명이 직간접적인 자살 상황에 노출된다고 보거든요. 그런 것들이 연구 결과로 나와 있는데 저희는 관심을 안 가졌죠. 굉장히 많은 유가족들이 말도 못하고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런 문제라면 천착해 보자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그리고 또 하나는 지극히 개인적이긴 하지만 유명인이든 연예인이든 여러 종류의 자살 사건이 많이 보도되잖아요. 그럴 때마다 사망한 당사자 및 유가족에 가해지는 악성 댓글을 포함해 여러 가지 안 좋은 시선들, 편견이 분명히 존재하거든요. 그런 것들에 대해서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어떤 자살 사건이 벌어지면 일단 목숨보다 소중한 게 무엇이 있겠습니까? 그런데 사건을 옆에서 감당해야 될 유족들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더라고요. 이것은 대형 참사나 무슨 사건·사고의 유족들에 대한 경우도 마찬가지죠. 그리고 당사자들의 고통에 대해 둔감해요. 안 좋은 편견, 안 좋은 시선을 가진 악성 댓글 때문에 유족들이 2차, 3차 가해 아닌 가해를 받으며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은 막연하게 있었죠. 예비 취재를 하면서 ‘아, 이게 그냥 우리가 외면해온 문제지 없는 문제나 극소수 문제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능력이 부족하고 접근이 제한될 수 있겠지만 우리가 외면해왔던 아픔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한번 최대한 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나신하 KBS 기자 <사진제공=나신하 기자 제공>

- 취재하기 전 기자님은 자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어요?

“저는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라고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을 개인의 문제로 또는 개인의 나약함, 개인의 선택 등으로 보는 것을 개인적으로 반대합니다. 이게 개인적인 선택이라면 전 세계가 공통으로 비슷한 자살률이 유지되겠죠. 그런데 대한민국 사회가 OECD 국가 중에서 잘 아시겠지만, 굉장히 자살률이 높습니다. 굉장히 높은 거죠. 반면 다른 나라는 자살 예방을 위한, 자살률 감소를 위한 노력이 성과를 보고 있고요. 사회나 국가가 개인을 지켜주지 못하기 때문에 개인이 자살로 가는 것이지 개인이 나약하기 때문에 또 일부의 표현처럼 비겁하기 때문에 삶을 마감한다고 저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마찬가지로 자살 유가족도 개인의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거든요. 이건 사회나 국가가 책임져야 되는 문제가 아니냐는 거죠.” 

- 배우 손현주씨가 내레이션을 하셨던데 손현주 씨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 거 같아요.

“이웃집 아저씨 같은 느낌이 있죠. 그래서 선택했습니다. 굉장히 매끄러운 내레이션도 중요하겠지만 일단 주제가 주제인 만큼 목소리 자체를 들었을 때 그냥 옆에서 위로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의 목소리를 원했고요. 또 하나는 손현주 씨가 2020년에 중앙자살예방센터 자살 예방캠페인 방송의 모델이셨어요. 중앙자살예방센터 홈페이지에 들어가시면 중년 남성들한테 ‘힘든 일이 있으면 어떻게 하세요’라고 하는 방송이 있거든요. 그걸 보면서 많은 분이 위로를 받으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측면에서 상징성이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이분의 목소리 자체가 듣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겠구나라는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어렵게 모셨습니다.” 

- 펼쳐진 모래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려 영상이나 이야기를 표현하는 예술인 샌드아트를 많이 사용하셨던데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프로그램이나 취재를 하면서 재연이란 걸 굉장히 좀 꺼려요. 왜냐면 이것은 당시 상황을 왜곡할 수 있고요. 그리고 그 사건을 감당하시는 분들한테 2차적인 충격을 줘선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래요. 그럼 당시 상황을 어떻게 간접적으로 표현할 것인가 고민을 하다가, 샌드아트 그림을 생각하게 됐어요. 아시겠지만, 색감을 잘 조절하면 굉장히 느낌이 따뜻하게 나와요. 그래서 영상의 톤 자체도 이렇게 따뜻한 분위기를 계속 유지할 수 있어요. 그런 고민 끝에 샌드아트가 우리가 생각하는 프로그램의 느낌들을 전달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죠.”

- ‘자살 생존자’편은 다른 편과 달리 BGM에 공을 많이 들이신 거 같던데.

“영상을 고민하면서 프로그램 주제에 부합되는 음악을 먼저 골랐어요. you raise me up이 사실 치유, 위로의 음악이라고 저는 생각을 했어요. 실제 많이 불리고요. 멜로디도 아름답지만 그걸 들으면 사람들한테 위안을 줄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잔잔하지만 부드러우면서도 들으면서 사람들한테 위로가 될 수 있는 음악들을 기본적으로 정해 놓고 이걸 어떻게 프로그램에 녹일까라는 고민을 했고요.” 

- 자살 유가족 10인을 인터뷰 하셨잖아요. 인터뷰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 같아요?

“‘내 주변에 자살하신 분이 있습니다’라는 이야기를 하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방송은 많이 나오고 보도는 되지만 왜 그럴까요? 그걸 얘기했을 경우 받게 되는 사회적 편견이나 이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프로그램에도 나오는데 ‘너는 왜 못 말렸냐’, ‘왜 안 막았냐’, ‘너 뭐 했냐’ 이런 것들 그리고 또 ‘뭔가 문제가 있어’ 등 굉장히 좀 잘못된 편견이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그런 거에 대한 두려움이 유족분들한테 있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말씀드렸죠.

인터뷰하신 분 중에는 알려진 분도 계시고 안 알려지신 분도 계시고 알음알음 알려진 분도 계시고 저희가 이제 찾아낸 분도 계시닙니다. 그렇지만 인터넷 매체하고 또 공영방송 프로그램에 나오는 거는 또 다르게 받아들이시더라고요. 억지로 설득하지는 않았습니다.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해 드리고 방송이 어려우면 말씀하신 내용을 저희가 내레이션 등 다른 방식으로라도 할 수 있다고 전해드렸고요. 여러분들이 겪었던 어려움, 또는 어떻게 극복해 오셨는지, 또 다른 분들에게 하실 말씀은 없는지 담아내겠다고 솔직히 말씀을 드렸죠. 그리고 이분들이 그런 생각을 하세요. 내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까 하는 동병상련의 마음을 많이 갖고 계세요. 그래서 내가 인터뷰를 함으로써 그분들에게 자그만 희망이나 용기를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고 계시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그런 마음도 있었던 것 같아요. 섭외가 안 되면 프로그램을 접는다 그리고 억지로 강요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리고 언론이 욕을 많이 먹는 것 중의 하나가 몰래 취재를 하잖아요? 몰래 취재는 절대 안 한다, 당사자 동의를 받아서, 당사자의 양해가 된 인터뷰 내용만 방송하되 유족들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할 수 있는 내용을 담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생각을 갖고 방송 취지를 설명해 드렸더니 상당수 유족이 ‘그러면 인터뷰를 하겠습니다’라고 했죠.”

▲ <이미지 출처=KBS '시사기획창' 화면 캡처>

- 자살이 유가족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치나요?

“와병으로 준비할 시간이 있었던 죽음하고 준비할 시간이 없었던 죽음하고 굉장히 다르죠. 준비되지 못한 죽음은 굉장히 충격이고 특히 자살자가 나올 경우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정신적인 충격을 받습니다. 가장 안타까웠던 거는 사람들한테 위로받기 힘들다는 것이죠. 숨겨야 되고 그리고 그 과정을 5년, 10년, 평생을 가지고 가시는 분도 계시고요. 그런 얘기들을 하세요. TV나 매스컴에 연예인이나 누가 자살했다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심장이 뛴다는 분이 있어요. 내 가족의 죽음을 다시 떠올리는 거죠. 그런 것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고요. 그 영역에 국가가 직접적으로 개입을 해야 된다는 거죠.

그리고 또 하나는 간과된 부분인데 갑작스런 죽음을 맞은 모든 재난 유족들에게 해당될 수 있어요. 한 명이 삶을 정리하려면 굉장히 많은 행정절차가 필요하고요. 그리고 또 자살하시는 분들 상당수는 경제적 문제가 많다고 이야기를 들으셨을 거예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삶을 마감 하신 분들 같은 경우 빚이 그대로 가족들에게 옵니다. 정신을 차리고 빨리 수습하면 정리가 될 수 있겠지만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분들이 어떻게 어떻게 하다가 빚을 떠안는 경우도 꽤 있다고 해요. 그리고 또 통상 가장이라고 하죠? 한 집안의 경제를 책임지는 분이 갑자기 비명으로 돌아가시면 경제적인, 생계적인 문제도 사실 굉장히 큰 데미지로 옵니다. 이런 부분들이 아주 복합적으로 오죠. 이런 분도 계셨어요. 가족이 돌아가셨는데 슬퍼할 겨를이 없었어요. 왜냐면 먹고 사는 게 급해서요. 그러다가 대충 정리가 되니깐 갑자기 정서적 충격들이 몰려와서 힘들었다고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한해 자살자 13,000여 명의 유족들은 최소 13,000여 가지 어려움과 다양한 생각을 갖습니다. 이분들 개개인에 맞춤 서비스, 맞춤 지원을 해야 되겠죠.” 

“광주광역시, 자살 유가족 등록 5배 급증…좋은 제도로 정착시켜야”

- 자조 모임이란 게 나오던데 유가족의 모임이 있나 봐요?

“근면 자조 협동 들어보셨죠? 그 자조 개념을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유족분들이 서로 돕는 모임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자조 모임은 여러 형태의 자조 모임이 있어요. 가령 공통의 아픔이나 공통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소수가 모이는 거죠. 서로 형식은 없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털어놔요. 그러면 그걸 통해서 서로 위로하고 서로 치유하고 회복하는 모임이에요. 그렇게 생각하면 암환자들의 자조 모임도 있을 수 있겠죠.

가장 주목받는 게 자살 유가족 자조 모임인데 보통 서너 명이나 많으면 예닐곱 명까지 가기도 하는데 비슷한 아픔을 공유하신 분들이 있으면 아무래도 얘기하기가 좀 편하겠죠. 가령 이렇게 보시면 돼요. ‘우리 딸이 3년 전에 자살했어요’라고 그러면 일반인들은 경험이 없으니 어떻게 대응을 해야 될지 모르죠. 그렇잖아요. 근데 옆에서 ‘나는 아들이 죽었어’ 그러면 갑자기 동지애가 생기고 나 혼자 괴로워할 게 아니라 같이 슬퍼하죠. 슬픔은 나누면 반으로 줄어든다고 하죠. 그런 과정을 통해서 털어놓는 거죠. 어디 가서 얘기하지 못한 것들을 유족들끼리 서로 얘기를 해요. 그러면서 스스로 치유의 길로 가는 건데 물론 이것이 100% 되는 건 아닙니다. 여기서 상처를 받을 수도 있고 나하고 안 맞을 수도 있죠. 자조 모임은 심리 치료를 통해서 어느 정도 회복단계에 계신 분들이 오면 효과가 있다고 그래요. 그리고 저희가 만났던 유족들 대부분이 다 자조 모임을 거치면서 회복의 힘을 얻고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힘을 얻었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이 자조 모임이라는 게 우리나라는 시작된 지 오래되지 않았어요. 10년도 안 됐을 거 같아요. 민간에서 시작했는데 아직은 정말 시작 단계입니다.”

▲ <이미지 출처=KBS '시사기획창' 화면 캡처>

- 그럼 얼마나 있나요?

“그건 정확히 파악이 안 돼요. 사실 자조 모임이라는 게 아직은 시작 단계고 참석하시는 분이 소수예요. 그리고 또 하나는 유족분들이 그 모임에 나오길 꺼려요. 알려지지 않았고 사회적 환경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이런 모임에 나온다는 거 자체도 어렵고요. 그리고 만 3천여 명의 자살자가 발생하지만, 대부분의 유족은 도움을 요청할 힘도 없거든요. 여기 모임에 나오는 과정 자체가 그렇게 힘들어요. 그건 자살 유족뿐만 아니라 정말 힘드신 분들은 정신이 멍한 상태에서 그냥 있거든요.” 

- 유족지원 원스톱 서비스가 소개되던데 어떤 건지 소개 부탁드려요.

“2019년 9월부터 정부 예산, 국비가 직접 투입되면서. 광주 전역, 강원도의 4개 시군 그리고 인천광역시 4개 구에서 시범 실시 중이에요. 저희는 광주광역시를 중점적으로 봤습니다. 유족분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 그런 여력이 없어요. 정신이 반쯤 다 나가 있고 공통으로 머릿속이 하얘져서 지금 아무것도 못 하겠다고 해요. 그걸 벗어나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요.

유족지원 원스톱 서비스 취지는 뭐냐면,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자살 예방 유족 지원제도가 나쁘지 않아요. 괜찮아요.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요. 가서 ‘도와주세요’ 하면 그쪽에서 담당하시는 분들이 성심성의껏 도와주려고 노력을 하시거든요. 근데 유족을 전담하는 공무원이 있는 지역은 거의 없을 겁니다. 가장 잘 되고 있다는 광주광역시만 하더라도 유족지원 원스톱 서비스 전에는 담당자 한 명이 지원했는데 너무 힘들었다고 해요. 유족분들이 찾아와서 ‘도와주세요’라고 하면 필요한 긴급자금도 지원되고 여러 가지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유족분들이 그 내용을 몰라요. 왜 그러냐면 유족을 지원하는 전담 전화번호가 없어요.

유족지원 원스톱 서비스는 경찰이나 소방서에서 자살 사건으로 인지가 되면 원스톱서비스 유관기관인 정신 보건센터나 자살 예방센터 쪽에 팀이 있는데 그쪽에 전화해 줘요. ‘이런 일이 있습니다’ 그러면 24시간 내에 전담팀이 현장에 가서 ‘무엇이 필요하십니까? 필요한 걸 말씀하시면 저희가 이렇게 합니다. 그리고 유족으로서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필요하면 연락하십시오.’라고 얘기하죠. 사실 대부분 도움이 필요한데 유족분들은 내가 뭐가 필요한지 몰라요. 그렇겠죠. 필요한 부분들을 알려주고 안내하고 심리치료부터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는 분들은 가이드 해주고 법률적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연결시켜주고 하는 게 원스톱 서비스의 토대거든요.

이게 사실은 미국이나 유럽 같은 경우 많이 시행된다고 하더라고요. 코로나 때문에 미국 현지 취재를 못 했는데 전문가들을 통해 취재한 바로는 미국에선 자살 사건이 발생하면 회복된 유족과 전문가들이 24시간에서 48시간 내에 현장에 투입돼서 유족을 케어해요. 정신적인 케어 그다음에 여러 가지 도움에 대해 안내를 해요. 그 개념을 가져와서 원스톱 서비스를 도입했죠.

광주광역시 같은 경우 어떤 효과가 나타났는가 하면 자살 유족을 지원하는 기관이 파악하는 유족 수가 5배 가량 늘었어요. 40~50명 정도 1년에 파악되는데 200명 정도 파악되는 거예요. 시범 서비스 지역 모두에서 자살 유가족 등록 인원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자체에서 와서 도와주니 유족은 너무 고맙죠. 시범 서비스 시행 초기 과정에서 부족한 면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여러 측면을 종합하면 이 제도가 전 좋은 제도가 될 거라고 봐요. 잘 됐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시범 서비스고요. 보건복지부 쪽에 취재했는데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라는 것까지만 답변을 받았어요. 정권이 바뀌면 어떻게 될지 저희도 좀 걱정스럽고 우려스러운데, 이런 부분에 관심을 많이 가져 주셔야 되는 거 아닌가 하죠.” 

▲ <이미지 출처=KBS '시사기획창' 화면 캡처>

- 유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져야 할 거 같아요.

“유가족을 바라보는 시선과 함께 가야 될 게 자살 사망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어야 된다는 거예요. 자살이 개인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더 나가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사회적 아픔이고 국가적 아픔이겠죠. 어떻게 보면 인류의 아픔이고요. 적어도 인도주의 얘기하고 인권을 얘기하고 존엄성 얘기하는 사회라면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라는 인식을 우리가 공유했으면 좋겠고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원인을 해소하려는 노력과 함께 유가족에 대한 시선을 개선하는 문제가 같이 가야겠죠. 자살을 부끄럽고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자살이 비난받는 사회에서 유족들이 겪는 고통은 배가 될 수 있겠죠. 그건 불행한 일이고 재난이라고 생각을 해야죠. 그건 불행한 일이지 부끄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유족에 대한 시선도 그런 맥락에서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그 말씀을 좀 드리고 싶어요. 사회가 너무 험악한데 언론이 사회를 험악하게 하는 게 아니라 사회를 좀 따뜻하게 만드는데 기여해야 되고요. 그런 고민들을 저를 포함해서 많은 언론인들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위로할 수 있는 것도 언론의 소중한 사명이 아닐까 해요.”

이영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