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6개월을 끌어오던 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타결돼 18일 양국이 가서명했다.  10차 대비 13.9%가 올랐다.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한 5조보단 낮지만 오른 금액인 1조1833억 원은 작은 금액이 아니다.

이번 협상을 전문가들은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해 지난 16일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를 전화로 연결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정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사진=이영광 기자>

“방위비분담금 협정, 대단히 실망…차기 정부 발목도 잡을 수도”

-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이 진통 끝에 타결됐었어요. 협상 시작 1년 6개월 만의 타결인데 어떻게 보셨어요?

“문재인 정부는 합리적인 분담금이라고 평가를 했는데 제가 보기에는 한국이 갈수록 미국의 현금자동지급기로 전락하는 거 같아서 씁쓸한 느낌이 듭니다. 지금까지 준 돈도 미국이 다 쓰지 못해서 지금 현금만도 9,700억 원이 미국 은행에 예치되어 있어요. 그러면 못 쓴 돈부터 쓰고 차후 방위비 분담금을 책정을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대폭 인상에 합의해 준 것은 대단히 실망스럽습니다.”

- 그럼 왜 합의를 해준 건가요?

“일단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출범을 한 상황이죠. 트럼프 행정부 때 여러 가지 문제를 보였던 한미동맹을 복원하고 강화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좀 강했던 것 같습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또 실패로 돌아가면 국내에서 한미동맹이 또 위기에 빠졌다는 비난이 강해질 수 있으니까 그런 것들을 의식한 타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됩니다.”

- 트럼프 행정부에선 5조 원을 요구했잖아요. 그보단 나은 거 아닌가요?

“트럼프 행정부가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했기 때문에 그거에 비하면 선방을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미국의 행정부가 바뀌었잖아요. 그리고 조 바이든 대통령도 트럼프에 무리한 방위분담금 요구를 두고 ‘한국을 갈취하려고 하느냐’라고 비난을 했었는데 바이든 행정부도 좀 점잖은 방식으로 한국을 계속 갈취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죠. 일단 미국의 행정부가 바뀐 만큼 문재인 정부는 방위비 분담금을 시간이 걸리더라도 합리적으로 재조정하자고 했어야 되는데 오히려 대폭적인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약속했기 때문에 이건 선방을 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죠.”

- 일각에서는 작년 협상에서 13%를 얘기했기 때문에 그 아래로는 내릴 수 없었을 거란 얘기도 하는데.

“그러니깐 트럼프 행정부 때 우리 정부가 제시한 게 13%였는데 올해는 13.9%로 0.9%가 늘어났어요.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 때보다 좀 후퇴한 측면도 있는 것이지요.”

▲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소속 활동가들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앞에서 '방위비분담금 관련 국방부 장관 등 특가법 혐의 고발에 즈음한 기자 브리핑'을 열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 바이든 행정부가 0.9% 올린 건지 아니면 우리 정부가 올려 준 건가요?

“자세한 협상의 내막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근데 지금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게 코로나 위기 대처이고 또 경제회복 문제이잖아요. 그래서 미국은 안보의 경제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데 그 안보의 경제성을 추구하는 방식이 동맹국인 한국에 더 많은 역할, 더 많은 비용을 전가시키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고 이것은 곧 우리 안보의 비경제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 그럼 우리 입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이든 바이든 대통령이든 별 차이가 없나요?

“저는 그렇게 보는 거죠. 트럼프는 거친 방식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했던 거고 바이든은 굉장히 점잖은 방식으로 추구를 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오십보백보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죠. 트럼프는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 안 해주면 주한미군 뺄 거야’라고 위협했지만 바이든이 그럴 수는 없잖아요. 그렇다고 한다면 우리 정부로서는 그런 점들을 감안하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방위비 분담금을 조절했어야 하는데 대폭 인상을 약속해 주었던 것이 유감이네요. 

또 양국 모두 코로나 대처와 경제 위기 극복이 당면 과제인데 미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서 1조 9,000달러, 우리 돈으로 한 2천조 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붓는다고 하면서 한국에게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해 달라고 하는 건 양심 불량인 거죠. 또한 이것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방위분담금 조율에 실패한 우리 정부도 무능한 것이죠.”

- 이번 주에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방한하잖아요. 그 영향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문재인 정부로서는 2+2 회담을 앞두고 한미동맹에서 최대 현안이었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타결 지음으로써 2+2 회담을 원만하게 진행할 수 있겠다고 하는 판단이 깔려 있었겠죠.”

- 방위비 분담금 협상 타결이 안 될 경우 어느 나라에 타격이 있나요?

“양쪽 다 부담이 되겠죠. 미국으로서도 무리한 요구를 계속 내놓을 경우에 타결이 안 되는 걸 알게 될 것이고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이게 타결이 안 되면 한미동맹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비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 이번에 이렇게 서둘러서 타결을 봤다고 볼 수 있겠죠.”

- 그럼 조금 더 갔어도 된다고 보세요?

“네. 저는 미국이 무리한 요구를 하면 우리는 원칙적인 입장을 가지고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된다는 입장을 유지했어야 된다고 봅니다.”

- 직전 협정은 1년짜리였는데 이번엔 6년이잖아요. 기간은 어떤가요?

“기간도 굉장히 유감스러운 거죠. 남은 기간 2025년까지 국방비 증액률과 연동시키기로 했는데 이거는 현 정부뿐만 아니라 차기 정부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거죠. 지금 남북관계 악화의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가 단계적 군축을 추진하기로 하기로 해놓고 지금 사상 최대 금액의 군비 증강을 해온 것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방위분담금과 국방비 증액률을 연동시키겠다고 하는 건 현 정부 남은 임기뿐만 아니라 차기 정부의 국방비 증액도 미국에게 약속해 줬다고 이렇게 해석할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수렁에 빠진 남북관계를 차기 정부도 회복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지는 거지요.”

- 바이든 정부가 4년이잖아요. 정권 교체가 된다면 더 올릴 수도 있나요?

“그건 두고 봐야겠지만 2025년까지 국방비 증액과 연동시키는 건 미국에 나쁠 게 없는 거죠. 조건이 좋으니까 계속 유지하려고 하겠지요. 그리고 계속 국방비를 늘리라고 압박을 하겠죠.”

-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16일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에 실린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제목의 담화문에서 “남조선당국은 또다시 온 민족이 지켜보는 앞에서 ‘따뜻한 ３월’이 아니라 ‘전쟁의 3월’, ‘위기의 ３월’을 선택했다”면서 “이번의 엄중한 도전으로 임기 말기에 들어선 남조선당국의 앞길이 무척 고통스럽고 편안치 못하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 한미 방위비 분담금 타결의 영향도 있을까요?

“그렇게 볼 수 있겠죠. 그러니까 방위분담금이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을 강화시키기 위한 조치로 해석이 된다고 한다면 북한으로서도 방위분담금에 대한 대폭적인 인상을 통해서 한미 동맹이 강화되고 주한미군도 강화되는 이런 형태는 북한으로서 달가워할 이유 없겠죠.”

▲ 북한 조선중앙TV는 1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한미연합훈련 비판 담화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다'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 방위비 분담금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미국 국무장관하고 국방장관이 와 있을 때 가서명이 이루어질 것이고 가서명이 이루어지면 이제 국회에서 비준 절차를 밟게 되겠죠. 그래서 공은 국회로 넘어가게 되겠죠. 그러나 지금 국회 구성으로 볼 때 이걸 부결시킬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고요.”

- 국회에서 문제 제기는 없나요?

“일부 여당 의원들이 반발하고 있는데 아직은 소수의 목소리인 것 같습니다.”

- 앞에서 말했지만 이번 주에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방한하잖아요. 대북정책에 대한 논의가 있을 거 같은데.

“대북정책에 대한 논의는 당연히 있을 텐데 지금의 상황을 딱 바꿀만한 획기적인 결과는 없을 것 같아요. 전반적으로 미국은 한미일 삼각 협력을 복원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는데 그건 북한의 위협에 맞서서 미사일 방어체제를 중심으로 한 대북 군사 능력을 강화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기 때문에 유의미한 대북정책 재검토의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 바이든 행정부가 2월부터 북한과 접촉한 거 같은데.

“바이든 행정부는 2월 중순부터 북한에 여러 차례 걸쳐서 접촉을 제의했는데 북한이 일체의 반응이 없었다는 거잖아요. 북한도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에 대해서 궁금해할 것 같은 데 접촉 제의에 응하지 않는 것은 과거의 오바마 행정부도 상대해 보고 트럼프 행정부도 상대해 봤는데 미국의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대북 적대시 정책에 변함이 없다라는 내부적인 결론을 내린 상태잖아요. 바이든 행정부가 획기적인 대북정책으로 방향을 가시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화에 응할 동기 자체가 별로 없는 거죠.”

- 바이든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것과 미국의 대북 정책은 상관이 없을까요?

“전 별로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에 비해서 북한의 핵 능력 자체가 엄청나게 달라져 있고 그때는 북한이 북미 관계 정상화에 상당히 적극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난 20여 년 동안 노력했는데 별 성과가 없다는 게 북한의 내부적 결론이기 때문에 북한이 대화에 흥미를 느끼지 않은 상태에서 바이든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성을 보일 가능성은 굉장히 낮아 보인다는 것이죠.”

- 바이든 행정부는 어떻게 할까요?

“바이든 행정부가 그렇게 표현을 안 하겠지만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답습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생각합니다.”

- 왜요?

“첫 번째는 북한이 현재로서는 일단 대화에 별로 흥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이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도 굉장히 낮은 상황입니다. 또 미국 주류는 북한의 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는 MD를 비롯해 군사적인 목적에 이용하거나 동맹 강화를 희망하는 기류가 있어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의 문제를 풀려고 하는 정치적, 군사적, 외교적인 동기가 별로 강해 보이지 않아서 비관적이라는 겁니다.”

“또 한미연합훈련 취소 못해…文정부, 할 수 있는 것조차 안해”

- 문재인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없나요?

“이번에 한미연합훈련을 또 강행하고 있잖아요. 그것도 취소하지 못하는데요. 할 수 있는 게 없다기보다는 할 수 있는 거조차 안 하고 있는 게 제가 보기에는 가장 큰 문제인 거죠.”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을 접견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 너무 미국 눈치를 본다고 보세요?

“미국 눈치도 보고 국내 여론의 눈치도 보고 또 문재인 정부가 강력한 한미동맹과 국방력 건설을 원해 왔기 때문에 그런 점들이 주로 반영됐다고 보죠. 그러니까 남북 관계 회복보다는 한미동맹 강화 쪽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에 연합훈련 실시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겠죠.”

-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하곤 다르다고 보세요?

“네. 저는 그때 비해서 문재인 정부의 의지나 실력이 훨씬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 대중국 견제에 목적을 둔 비공식 협의체인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을 미국이 제안할 거 같은데 이 문제는 어떻게 보세요?

“미국은 한국이 쿼드에 들어오면 좋고 아니어도 크게 개의치 않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것에 대해 너무 큰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 지금 한일 관계가 안 좋잖아요. 일각에선 한일관계가 안 좋으면 남북관계도 안 좋을 수밖에 없다고 하는 데 맞나요?

“일본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훼방꾼이 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한 데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일본의 입장을 또 중시할 것이기 때문에 한일관계 개선의 필요성은 이제 당연히 제기되는 것이죠. 근데 미국이 원하는 한일 관계의 목표는 한미일 군사 협력 강화하는 쪽에 목표가 찍혀 있기 때문에 한일관계가 개선된다고 해서 그것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도움이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거죠.”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유감스럽게도 촛불 정권인 문재인 정부 때 여러 가지 기대도 좀 많이 있었고 2018년도에 성과도 있었지만 그런 부분들이 물거품이 되는 거 같아서 대단히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하고요. 한 1년 정도 임기가 남았는데 최소한의 촛불 정부의 도리는 지금 좌초 위기에 처한 남북관계 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되살릴 수 있는 다리 한두 개를 놓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지금은 3월 연합훈련은 강행하고 있지만 8월 예정된 연합훈련은 하루빨리 취소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남북관계, 한반도평화 문제의 전환점을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영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