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말 최장원 MBC 기자가 MBC 통합뉴스룸(보도국) 국장에 임명되었다. 1995년 MBC 기자로 입사한 최 국장은 여러 부서를 거쳤고 국제부장과 <뉴스데스크> 편집에디터 등을 역임했다. 

통합뉴스룸 국장에 임명된 한 달, 어떻게 보냈는지 또 향후 MBC 보도의 방향성 등에 대해 지난 3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들어 보았다. 다음은 최 국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최장원 MBC 통합뉴스룸 국장 <사진=최장원 국장 제공>

“지금 여론시장, 보수기득권의 관점과 이해관계가 절대 우위인 상황”

- 통합뉴스룸 국장이 되신지 한 달이 된 거 같은 데 어떻게 보내셨어요?

“새로운 팀장과 팀원 인사를 했습니다. 작년 총선 이후 큰 규모의 인사가 있었기에 이번에는 팀원들에 대한 인사 폭이 크지 않았어요. 그러나 팀장은 거의 대부분 새롭게 짜였어요. 팀장의 판단과 뉴스 철학이 가장 중요합니다.”

- 인사를 했다고 하셨는데 인사의 기준은 뭐였어요?

“정책설명회에서 후배들과 소통하면서 우리 뉴스의 방향성에 대해 더 고민하고 토론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새로 맡게 된 팀장들이 후배들과 소통하면서 잘 이끌어주실 거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통합뉴스룸 국장을 옆에서 보는 것과 직접 맡는 것은 다를 것 같은데.

“국장을 맡으면서 일단 더 많이 듣기 위해 노력하자고 다짐했습니다. 편집회의에 참석하는 팀장들뿐만 아니라 편집회의 밖에 있는 기자들의 얘기도 많이 듣고 뉴스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싶어요. 올해가 26년 차인데 제가 살아온 시간과 이제 5년~10년 차 된 후배들이 견뎌온 사회적 경험이 같지는 않겠죠. 거기에서 기인하는 생각의 차이도 있을 수 있고요. 차이를 좁혀가기 위해서는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후배들과 소통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편집회의가 끝나면 게시판에 속기록이 올라옵니다. 기자들이 그날 뉴스의 흐름을 이해하면서 취재나 기사 작성에 도움이 되도록 편집회의를 공개하는데 뉴스에 대한 의견을 속기록에 댓글 형식으로 달아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기자회를 통해 뉴스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방법도 고민 중입니다.”

- 통합뉴스룸 국장 얘기 나왔을 때 기분은 어떠셨어요?

“임명 동의제가 솔직히 부담스럽더라고요. 26년간 MBC에서 제가 살아온 전체에 대한 평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는데요. 한편으로는 임명 동의 절차와 정책 설명회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 뉴스에 대한 고민을 터놓고 얘기하는 기회를 얻게 된 것 같아요. 생각이 비슷하고 마음이 맞는 기자들끼리만 나누던 고민이 서로 섞이게 되면서 생각의 차이를 확인하게 됐고, 의미 있는 과정이었습니다.”

- 임명동의제는 어떻게 준비하셨어요?

“민실위 간사를 통해 사전 질문을 받았고, 또 국장이 된다면 뉴스나 조직을 어떻게 끌고 나갈지 제 생각을 밝히는 발제문도 간략하게 준비했습니다. 잘 모르는 부분은 주변 분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고요.”

- 어떤 질문이 있었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탐사 보도를 어떻게 강화할 것이냐는 질문부터 재난 보도 시스템에 대한 생각, 또 성폭력 피해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등의 질문도 있었습니다. 후배들의 관심이 뉴스뿐만 아니라 매우 폭넓게 걸쳐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 국장님은 “MBC의 논조나 해설에는 동의하지 않더라도 ‘MBC 보도는 믿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하셨어요. 논조나 해설에 동의 안 해도 보도를 믿는다는 게 가능할까요?

“MBC 뉴스는 특정한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사실을 왜곡하거나 부풀리지 않는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는 의미로 말씀드렸어요. 특정 사안에 대해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건 자연스러운 것이고 생각의 차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건전한 토론과 소통이 시작되겠죠. 정치적 의도가 숨겨진 기사와 해설로는 신뢰를 얻기 어렵고 공론을 형성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 지금 MBC 뉴스에 대한 시청자 평가는 어떻다고 판단하세요?

“MBC 뉴스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갔습니다. 무분별한 속보 경쟁이나 의도적인 이슈 몰이에서 벗어나 보자는 노력이 조금씩 쌓여서 그런 결과로 나타난 게 아닌가 하는데요. 더욱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 시청자들의 신뢰를 받기 위해서 어떻게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부분적 사실보다는 맥락을 살피면서 전체의 진실을 드러내는 뉴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확성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겠다고 했습니다. 또 고발이나 의혹 제기 보도에서는 상대방에 대해 좀 더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하고요. 보통 고발 보도에서는 상대방에 대해서 부정적인 확증편향이 생길 수 있는데 경계해야 합니다. 반론 취재도 형식적인 절차가 돼서는 안 됩니다. 새로운 취재의 시작이 될 수도 있어요.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오보에 대해 더 열린 자세로 인정하고 사과도 과감하게 해야 합니다.”

- 뉴스가 한쪽 진영에서 환영을 받지만, 반대편에서는 환영을 못 받는 경우가 있고 양쪽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뉴스도 있잖아요. 어떤 게 나을까요?

“어떤 게 낫다기보다는 뉴스 편식과 확증편향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진단에 동의합니다. 기존 언론은 실패했습니다. 소위 레거시 미디어는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의미 있는 공론장을 만들어내지 못해요. 레거시 미디어가 만드는 지금의 여론 시장은 보수 기득권의 관점과 이해관계가 절대 우위에 있는 기울어진 시장입니다. 신뢰를 얻기 어렵죠. 기울어진 시장에서 떠나간 시민들이 다시 광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MBC 뉴스가 중심을 잡아 나가겠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기계적 중립, 결국 가진 자 대변하는 것”

- 한쪽에선 MBC 뉴스가 정권 편향적이라는 지적이 있잖아요.

”MBC 뉴스가 편향적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그런 세력이나 움직임이 있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편향적인 뉴스를 하는데 MBC 뉴스에 대한 신뢰도가 꾸준히 올라갈 수 있었을까요? 판단은 시청자들이 하실 겁니다.”

- 진보적인 뉴스라는 평가와 정권 편향적 뉴스라는 평가가 다를까요?

“평가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진보는 가치의 문제입니다. 정권 편향적이라는 건 가치 판단 없이 편들어 준다는 거고요. 중대재해처벌법이 후퇴하는 과정을 보면 단순히 여야의 관점으로만 설명되지 않아요. 일하다 죽지 않는 일터를 만들어 달라는 게 법안의 취지였는데, 처리 과정을 보면 여야의 의견 차이가 너무 커서 아니면 야당의 반발이 너무 심해서 법안이 후퇴한 게 아닙니다. 보수 언론과 재벌 기득권의 저항에 여야가 서로 눈치 보며 물러선 거 아닌가요? 진보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언론이라면 여당에 더 큰 책임을 따져 묻고 비판해야 합니다. 야당이 반대해서 어렵다는 여당 원내대표의 말에 대해 고 김용균 씨 어머니가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왜 이 법에만 야당의 도움이 있어야 되나?” 이 질문의 의미를 되새겨야 합니다.”

▲ 지난해 12월 27일 故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중대재해기업철벌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장에서 17일째 단식을 이어가며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연내 입법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 정치 편향성에 대해 “정책 검증을 통해 시청자들이 ‘내가 어떻게 해야 정치적 효능감을 가질 수 있느냐’라는 측면에서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치 뉴스를 만들고 싶다. 공정하고 치우치지 않는 품격 있는 정치 뉴스(를) 만들겠다”고 말씀하셨더라고요. 스포츠에서 심판과 해설자가 있죠. 심판은 옳고 그름을 따지고 해설자는 중립적으로 경기 이해를 돕죠. 그럼 뉴스는 심판일까요. 아님 해설자일까요?

“스포츠 경기에서는 똑같은 규칙이 적용됩니다. 그런데 사회는 어떤가요? 모든 사람이 똑같은 조건에서 출발하지 않거든요. 처음부터 기울어져 있고 출발선이 달라요. 기울어져 있는 운동장에서 기계적 중립을 지킨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고민해야 합니다. 기울어진 구조를 더 견고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언론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더 고통받을 수밖에 없는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더 크게 들으려고 해야 합니다.”

- 재난지원금으로 예를 들어볼게요. 선별지원과 보편지원을 두고 의견의 차이가 있잖아요. 그럼 언론은 어디가 맞다는 걸 결정하기보단 선별지원의 장단점과 보편지원의 장단점을 설명하고 시청자 혹은 독자가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동의합니다. 코로나 상황은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고, 어떤 해법이 우리에게 가장 맞는 것인지 검증할 기회도 없었습니다. 선별지원과 보편지원을 주장하는 양쪽의 의견을 충분히 소개해주는 것이 필요하고, 단정적인 접근보다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 기계적 중립을 죄악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안별로 기계적 중립이 필요한 것도 있지 않나요?

“물론 사안에 따라 필요할 때도 있지만 기계적 중립이 결과적으로 더 힘 있고 많이 가진 사람들의 입장을 들어주게 되는 건 아닌지 경계해야 합니다.”

- 다음 달에 재보궐 선거가 있고 내년에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어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할 거 같아요. 이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어요.

“정치는 삶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우리가 태어나고, 자라고, 교육받고, 일자리를 얻고, 늙어 죽는 순간까지, 우리 삶에서 큰 틀을 짜는 거의 모든 과정에 정치 권력이 작동하죠. 시민들이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해야 일하다 죽지 않는 일터를 만들고, 학대받는 아이들에게 울타리가 만들어지고, 청년들이 꿈을 갖고, 집 때문에 고통 받지 않을 것인지 그런 고민이 담겨 있는 정치 뉴스가 필요합니다.”

- 우리나라 정치 뉴스에서 정책 부분이 안 다뤄지는 것도 문제이지 않나요?

“아직 부족한 측면이 있습니다. 선거 때마다 정책 검증이 더 중요하다고 얘기하지만 정작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요. 지나치게 정치권의 갈등과 공방 중심으로 보도하면서 정치 혐오를 더 키우는 측면도 있고요. 정치혐오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불러오고, 무관심은 정치 과정에 대한 시민 참여를 떨어뜨려 감시를 느슨하게 합니다. 세상이 바뀌기를 원치 않는 사람들이 가장 바라는 것일 수 있어요. 좋은 언론과 현명한 시민이 좋은 정치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 검찰 뉴스 관련해서 “추미애-윤석열 갈등을 싸움으로 보느냐, ‘검찰 개혁’과 ‘검찰 중립’이라는 가치의 충돌로 보느냐, 방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기사의 방향이 달라지고 기사에 대한 평가도 달라진다고 생각한다”고 하셨던데 어느 쪽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추-윤 갈등을 두 사람 중 한 명이 피를 흘리고 쓰러져야 끝나는 싸움으로 보고 갈등 양상만 부각시키는 건 문제가 있다고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두 사람이 갈등하는 본질이 무엇인지도 깊이 있게 취재하고 보도해야 한다는 거죠. 검찰 개혁과 검찰 중립은 양립할 수 없는 가치가 아닙니다.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은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하고, 또한 검찰이 권력의 시녀나 방패막이가 돼서도 안 되죠. 갈등의 본질과 맥락을 놓쳐버리고 표피적인 현상에 매몰하면 결국 남는 게 없게 돼버리죠.”

▲ 추미애(왼쪽)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사진제공=뉴시스>

- 검찰 출입처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출입처 문제가 제기된 이유는 기자들이 검찰의 시각에서 사안을 보거나 검찰이 흘려주는 수사 정보를 그대로 받아쓰면서 생기는 폐해와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죠. 최근에는 법조 기자단을 유지하자고 주장하면 개혁에 반대하는 것처럼 돼 버린 측면도 있는 것 같고요. 제가 생각하는 핵심은 검찰에 대해 기자가 어떤 태도와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 비판적인 거리를 유지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조 기자단을 없애면 검찰이 불러주는 대로 기사 쓰는 기자가 사라질 수 있을까요? 아울러 검찰이 가능한 범위에서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는 것도 같이 검토돼야 합니다.”

- 그럼 출입처 폐지는 답이 아니라고 보세요?

“출입처 유지냐 폐지냐로 접근해서는 지금의 문제가 완전하게 해결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는 거죠. 출입처 폐지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입니다. 모든 법조 출입 기자가 검찰이 불러주는 대로 아무런 검증이나 확인 없이 기사를 쓰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중에는 비판적인 관점을 가지고 접근하면서 고민하는 기자들도 있죠. 출입처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만 온전히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는 건데 검찰과 언론이 서로 봐주면서 기사를 거래하는 관행이 아예 불가능 하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게 정말 필요합니다.”

- 2030세대와 소수자를 위한 뉴스를 강조하셨는데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MBC 뉴스는 큰 줄기에서 땀 흘려 일하는 사람, 차별에 고통받는 소수, 미래를 살아갈 세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권력을 감시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이러한 기조는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거고요. 더 안전하고 공정하고, 튼튼한 울타리를 만드는 것은 기성세대의 책임이죠. 불평등,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는 상황에서 고통 받는 약자들과 청년들의 편에 더 다가서야 합니다.”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GO발뉴스> 구독자 여러분들이 격려도 많이 해주시지만 또 쓴소리도 많이 해주셔서 우리가 마음가짐을 다잡을 수 있도록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영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