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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블랙리스트’ 비판하던 진중권, TV조선 출연해 “피해 없다”[하성태의 와이드뷰]4년전 채널A에선 “블랙리스트 3등” 자랑…기억이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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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 기자  |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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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2.15  08:31:53
수정 2021.02.15  09: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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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은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CJ 이미경 부회장은 자리에서 끌어내려 미국으로 망명 보냈던 분들 아닌가요? 세상에, 자본가를 탄압하는 보수정권은 태어나서 처음 봅니다. 그랬던 분들이 이제 와서 봉준호 감독의 쾌거에 숟가락 올려놓으려 하다니, 얼굴도 참 두터우십니다.”

1년 전인 지난해 2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을 향해 페이스북을 통해 내놓은 일침이다. 당시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 등은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오스카 시상식 최우수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하자 봉 감독의 생가터 복원, 영화박물관 설립, 봉준호 동상 설립 등을 추진하겠다고 호들갑을 떨고,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을 극찬한 바 있다.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그러면서 진 교수는 “게다가 그 방식이 생가복원. 정확히 박정희 우상화하던 방식”이라며 “행여 이 소식이 외신으로 나가면, 문화강국 한국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겠죠. 이 분들, 마인드가 딱 70년대에 가 있습니다. 모두가 똑같은 달력을 쓴다고 모두가 똑같은 시대를 사는 건 아닙니다”라고 꼬집었다. 

진 전 교수가 이렇듯 블랙리스트에 민감한 것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서 본인이 블랙리스트의 피해자였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0년 7월, 방송인 김미화씨의 KBS 하차 외압 논란 당시 진 전 교수는 자신도 KBS <TV 책을 말하다> 폐지와 관련해 KBS와 설전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진 전 교수는 김씨의 ‘KBS 블랙리스트’ 의혹 제기에 대해 트위터를 통해 “이제 와서 하는 얘긴데, KBS <TV, 책을 말하다>의 높으신 분께서 진중권 나왔다고 프로그램 자체를 없애버리라고 했다. 그래서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했다가 영원히 못 뵙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BS 간부가 매체 인터뷰를 통해 의혹을 일축하자 진 전 교수는 재차 “무슨 정상적 개편을 ‘다음 주에 뵙겠다’고 해놓고, 시청자 뒤통수치는 식으로 한다는 얘긴지, 고소 들어오는 대로 이 분, 명예훼손과 무고로 맞고소할 생각”이라며 강경 대응을 시사하기도 했다. 

김씨 외에도 당시 진 전 교수는 방송인 김제동, 가수 윤도현의 프로그램 하차 및 블랙리스트 의혹에도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본인 역시 MB 블랙리스트의 피해자였음에도 아랑곳없이 당당하게 비판의 목소리를 냈던 셈이다. 그랬던 진 전 교수가 기억상실증이라도 걸린 걸까. 최근 TV조선 <강적들>에 출연한 진 전 교수는 법원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판결에 대해 논평하며 180도 표변한 발언을 내놨다. 자신은 블랙리스트의 피해자가 아니라는 취지였다. 

블랙리스트 고초 없었다던 진중권, 불과 4년 전엔 

“사실 제가 블랙리스트 4관왕이에요, 근데 피해 본 거 하나도 없거든. 실제로 피해 본 게 하나도 없는데. 이건 구체적으로 아주 악질적인 거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에 집착해서 오명이라고 해야 하나, 거기에 신경 쓰는 거 보면, 그 분들이 허위의식이 굉장히 강한 거 같아요.” (13일 TV조선 <강적들> 중 진중권 전 교수 발언)

최근 청와대가 환경부 블랙리스트 판결과 관련해 “블랙리스트는 없었다”는 입장을 내놓은데 대한 진 전 교수의 촌평이었다. 그 와중에 진 전 교수는 자신은 피해를 본 게 없다고 강조하며 위와 같이 말했다. 아울러 진 전 교수는 “(현 정부가) 모든 문제를 언어학적으로 해결해요”라며 “증거인멸은 증거보존이다, 블랙리스트는 체크리스트다. 블랙리스트를 블랙리스트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이냐 우리가 뭐”라고 비꼬았다. 

   
▲ <이미지 출처=TV조선 '강적들' 화면 캡처>

하지만, 현 정부 초기 동양대 교수 시절의 진 전 교수의 반응은 완전히 달랐다. TV조선과 같은 종편인 채널A <외부자들>에 출연 중이던 진 전 교수는 국정원의 MB 블랙리스트가 논란이 됐던 2017년 7월 방송에서 “82명 중 3등 했다. 세 번째로 이름이 나왔다”며 블랙리스트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간 것을 마치 치적처럼 뿌듯해했다. 

함께 출연한 패널들이 “오늘 너무 행복해 하는 것 같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셨다”고 말할 정도였다. 당시 <외부자들> 출연자 중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이는 진 전 교수가 유일했다. 그는 “잃어버린 지난 10년을 되찾은 느낌”이라며 과거 경험을 털어놨다. “피해를 본 게 하나도 없다”던 <강적들>의 발언과는 상반된 내용이었다. 

“MB 집권 초기에 어느 인터넷 방송에 나가서 정권 5년을 예상해 달라는 질문에 ‘삽질할 것이다’라고 답한 적이 있어요.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집회 때 한 인터넷 중계방송에서 사회를 봤기도 했고. 그때 밉보인 것 같아요(...). 

이후에 세 군데 학교에서 잘렸거든요. 심지어 홍익대학교에서는 개강 3일 만에 잘리기도 했어요. 전화를 해서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이유도 못 만들어 놓고. 그냥 웃으며 전화를 끊었죠(...). (MB 블랙리스트 문건 제목이) ‘대한민국 핵심 종북 좌파 명단’ 아닙니까. 나보고 ‘종북’이라는 건데, 전 북한 정권에 굉장히 비판적인 사람이거든요. 이런 사람까지 한 번에 묶었으니, 황당한 거죠.”

   
▲ <이미지 출처=스타투데이 홈페이지 캡처>

12년 전 조국 서울대 교수의 논평 

이렇게 본인이 한 말도, 심지어 방송에 나와서 한 발언도 손바닥 뒤집듯 뒤집은 진 전 교수를 위해 과거 기억을 되살려 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특히 진 전 교수가 MB 정부 당시 별다른 이유 없이 강사를 잘린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항의를 했던 이들이 다수였다.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씨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진중권을 위해서가 아니라 진중권만큼 자신을 지킬 수 없는 우리 모두를 위해 우리는 진중권을 지켜야 한다(...). 우리가 여기에서 진중권을 지켜주지 못하면 시간 강사료로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을 지켜줄 수 없다.” (2009년 8월 우석훈씨 블로그 글 중에서)

당시 기사화됐던 우씨의 주장이다. 한 달 뒤 인 9월, 당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신문 지면에 관련 칼럼을 게재하기까지 했다. <경향신문>에 기고한 ‘시론’ <진중권을 쫓아내는 대학의 저열함>에서 조 전 장관은 중앙대 겸임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한 진 전 교수를 위해 이런 글을 적었다. 

“진중권을 포용·감당하지 못하는 대학이 대학일 수 있을까, 그를 대학에서 쫓아내는 한국 사회의 수준은 어디쯤인가 생각하며, 오늘은 참으로 오랜만에 그에게 전화를 걸어 술 한 잔 하자고 해야 할 것 같다.”

   
▲ <이미지 출처=오마이뉴스(위), 경향신문(아래) 홈페이지 캡처>

진 전 교수의 TV조선 진출은 소셜 미디어 상에서 화제가 됐다. 개인적으론, 채널A에 오래 고정출연했던 이에게 TV조선이 무슨 대수일까 싶지만 그게 조금 달라 보이긴 한다. 진 전 교수는 채널A 출연 당시 여당 측 패널이었다. 이제 그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나란히 앉아 있다. 

자신이 고초를 겪었던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서도 정반대로 기억하고, 버젓이 역사에 기록된 본인 말도 뒤집는, 그런 진 전 교수가 방송에 나와 시시콜콜 논평을 한다. 저런 지식인을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 할까.  

하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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