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사진제공=뉴시스>

임성근 부장판사가 김명수 대법원장과의 면담 내용을 몰래 녹음하고 이를 탄핵안 표결 당일 전격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법률대변인이 ‘비밀녹음’의 적법성 여부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5일 페이스북을 통해 “(임성근 부장판사는) 아마 국회의 탄핵 결의를 막기 위해 대법원장과의 대화 녹음을 공개한 것으로 보이는데, 다행히도 별 효과가 없었다”며 “이 기회에 비밀녹음은 해도 괜찮은지 말씀드린다”고 운을 뗐다.

그는 먼저 ‘초원복국 사건’을 언급하며 “1992년 대선 직전 김기춘 전 법무부장관이 부산지역 기관장과 식사하면서 ‘민간에서 지역감정을 좀 불러일으켜야 돼’ 등의 선거 개입으로 의심되는 발언을 했고, 전체 대화가 통일국민당에 의해 공개된 바 있다”고 상기시켰다.

김 대변인은 “그런데 (당시) 보수언론은 쟁점을 비밀녹음의 불법성으로 가져갔고, 결국 통일국민당 관계자는 녹음기를 설치하기 위해 식당에 들어갔다는 혐의, 즉 주거침입죄로 유죄를 선고 받았다”고 되짚었다.

이는 “비밀녹음 자체를 처벌할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이에 “그 다음 해인 1993년에 통신비밀보호법을 만들어 ‘타인과의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를 처벌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참고로 당시 기관장은 모두 불기소되고, 민간인 신분이었던 김기춘 전 장관만 선거법위반으로 기소됐으나, 처벌 조항(선거운동원이 아닌 자의 선거운동)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하는 덕분에 형사 처벌되지 않았다. 그리고 오히려 부산에서 지역감정이 생겨서 김영삼 대통령이 김대중 후보를 이기게 되었다”고 떠올렸다.

김 대변인은 이 같은 과거를 되짚고는 “‘타인의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고, 대화하는 사람 중 일방이 상대방 동의 없이 녹음을 해도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화하는 사람 중 일방이 상대방 동의 없이 몰래 녹음을 한 경우 민사적으로는 음성권 침해의 불법행위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위자료) 책임을 지게 된다는 하급심 판결이 여럿 나오고 있다”며 “따라서 이번 비밀녹음의 경우 대법원장이 고법부장을 상대로 음성권 침해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많이는 못 받으실 듯하나) 일정 금액의 위자료를 받으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형사적으로 무죄라고 몰래 녹음을 일상적으로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설사 민사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목적이어도 배상책임을 지게 될 수 있으니 감수하셔야 한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법 부장판사도 이렇게 비밀녹음을 하니 앞으로 누구와의 대화도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며 “불신의 세상을 만드는 하나의 계기가 된 듯(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