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물리적으로 시간이 만약 없다고 한다면 물리적으로 한 방에 통합을 해 버리면 그만인데 그 시간이 없다고 한다면 후보들끼리, 어차피 이낙연 대표는 3월 31일 날 (임기가) 끝나거든요. 후보가 가장 중요합니다. 후보 중심으로 정당이 돌아가니까. 후보들이 통합을 선언하면 됩니다. 정치는 선언이거든요. 

제가 알기로는 우상호 후보하고 김진애 후보하고 단일화 합의를 했어요. 그래서 제가 비판을 했거든요. 지금 단일화 이야기 할 때냐. 그런데 이제 직접 통화는 안 했는데 우상호 후보 쪽하고 좀 이렇게 연결해서 이야기를 들어 봤더니 거기서 단일화는 통합 쪽에 가까운 단일화를 생각하고 있다.”

지난 3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정봉주 열린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과의 당 대 당 통합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물리적 통합이 그전에 안 되면 후보들 간에 선언을 하고 통합을 전제로 해서 이 선거를 치르자?”란 진행자의 물음에 적극적으로 긍정한 정 예비후보. 

그는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1% 박빙의 승부”로 예상하며 후보 단일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단결과 통합의 기치”를 강조한 정 예비후보에겐 ‘단일화가 곧 통합’이고 ‘통합이 단일화’였다. 선거승리의 ‘필승전략’이 빠른 단일화이고, 통합이 물리적으로 어려우니 단일화를 통해 통합의 효과를 먼저 내자는 설명이었다. 

▲ 열린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 김진애 의원, 정봉주 전 의원이 4일 서울 강남구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2차 경선 '열린 관훈 토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와의 교감에 대해선 “저하고 생각이 같은 걸로 저는 알고 있다”고 답한 정 예비후보는 당 대 당 통합을 위한 열린민주당의 조건에 대해선 “부채가 하나도 없는 정당”이라며 이렇게 정리했다. 

“그다음에 돈 내는 책임당원이 한 만 명 가까이 되니까 많지 않죠. 당직자도 여덟 명밖에 안 됩니다. 그러니까 당직자 승계하고 당원 승계하고 부채 정리하고, 이게 부채 정리하면서 이게 많이 티격태격하거든요. 당론이나 정당정치가 거의 비슷합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예비후보인 우상호 의원이 “대환영”이라고 화답하고 나섰다. 5일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서다. 

김진애 의원과의 후보단일화 합의를 “사실상 양당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시작된 상황이라 통합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우 의원은 본인이 “재야시절부터 민주대연합론자였다”며 “정봉주 전 의원이 양당 통합을 주장한 마당에 다시 통합의 불씨를 살리고 싶다”는 뜻을 내비췄다. 이어 우 의원이 바라본 여권 단일화와 선거 구도는 이랬다.  

우상호는 “범진보 지지자 결집 첫 단계”, 박영선은 “개혁세력 대화 가능”

“현재의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3자 대결에서는 후보가 누구든 승리할 수 있지만, 야권 단일화가 성사되었을 경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는 야권단일후보가 나올 경우에도 이길 수 있는 구도를 짜야 된다. 

범 진보진영이 결집하면 양자대결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 대부분 여론조사 결과에서 확인되고 있다. 열린민주당, 정의당, 시대전환 등 범 진보진영의 지지자가 결집할 수 있는 첫 단계가 열린민주당과의 통합과 단결이라고 생각한다.”

이어 우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도 호소한다”며 “선거 승리를 위해 물밑 대화가 필요하다. 정해진 후보경선 일정을 진행하면서도 어떤 방식으로 협력할 수 있는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며 구체적인 제안을 내놨다. “어찌 우리가 남일 수 있겠는가?”란 반문과 함께. 

“‘선거 전 통합’이 어렵다면 ‘후보단일화’와 ‘선거 후 통합 합의’라도 동시 추진해야 한다. 나를 버리고 더 큰 우리를 만드는 것이 촛불민심의 명령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고 개혁을 완수하자는 목표아래 어찌 우리가 남일 수 있겠는가? 절실한 마음으로 부탁드린다. 양당 지도부의 결단과 대화를 촉구한다.”

반면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통합과 단일화엔 일단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도리어 지난 2일 MBC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금태섭 전 의원과 관련한 질문에 “(금 전 의원을) 보듬고 가는, 품이 넓은 민주당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해 여권 지지층의 입방아에 올랐다. 

이에 대해 박 전 장관은 지난 3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개혁’을 최우선으로 꼽은 뒤 “민주당 출신의 어떤 후보와 대화하는 건 할 수 있다”는 취지를 강조했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민주당 출신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해석에 따라 민주당 출신인 열린민주당 김진애‧정봉주 예비후보와의 연대를 점쳐볼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저처럼 개혁에 선명한 사람이 있을까요? 그러니까 선명하게 개혁하면서 품을 수 있으면, 제일 좋다. 제가 금산분리법 통과시키고, 경찰에 수사개시권 부여하고, ‘경찰은 검사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법조문에서 ‘명령, 복종’을 뺀 사람이다. 이렇게 확실하게 재벌개혁, 검찰개혁 이룬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저는 그런 실적이 있는 사람이다. 

또 민주당 출신의 어떤 후보와 대화하는 건 할 수 있지 않은가? 예를 들면 안철수 후보는 민주당 출신은 아니다. 민주당에 잠깐 놀러왔던 분이다. 김종인 위원장도 아니다. 그분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때때로 이 집 저 집 방문하는 분이지, 누가 그분을 민주당 출신이라고 얘기할까? 하지만 조정훈 의원은 민주당 출신이라고 생각한다. 2016년에 입당도 했고, 세계은행 근무할 때부터 알았다. 기본소득에 관한 의견도 교환했다.”

▲ 4·7 재·보궐선거 서울과 부산시장에 지원한 더불어민주당 시장후보지원자들이 1일 오후 서울 금천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더불어민주당 시장후보지원자들의 국민면접’ 방송촬영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변성완 전 부산시장 권한대행, 박인영 전 부산시의회 의장,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사진제공=뉴시스>

열린민주당과의 통합, 요동치는 여론에 해법 될까

지난달 29일에도 우 의원은 “야권 단일화가 성사된다면 실제로 위협적일 것”이라며 “여권은 이에 맞서, (열린민주당과의) 당 대 당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반면 우 의원보다 뒤늦게 선거전에 뛰어든 박 전 장관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상대 우위를 점하고, 특히 3자 대결 구도에서도 안철수 국민의힘 대표와 엎치락뒤치락 백중세를 연출하고 있는 만큼 좀 더 느긋한 입장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여론조사에서 뒤지고 있는 우 의원이나 소수정당인 열린민주당의 경우 후보 단일화나 단일화를 통해 일종의 컨벤션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당연지사. 여기에 정 예비후보가 들고 나온 ‘1% 박빙론’이 얼마만큼 여권 지지자들로부터 공감대를 형성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를 방증하듯, 5일 리얼미터 정례조사 결과, 서울 지역 국민의힘 지지율은 37.1%로 지난주보다 8.2%p 상승했고, 민주당은 8.7%p 하락해 24.8%를 기록했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국민의힘은 3.8%p 상승한 39.4%를, 민주당은 9.2%p 하락한 24.5%를 나타냈다. 

이렇듯 여론이 요동치는 가운데 ‘안철수-금태섭 단일화 논의’로 한발 앞서나가는 보수야권과 비교해 범여권이 통합을 이뤄낼지, 이 단일화를 포함한 여권 논의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 보궐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해당 조사는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3만5062명에게 접촉, 최종 1511명이 응답을 완료, 응답률은 4.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p.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