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수 대법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회의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임박한 가운데 임 부장판사가 4일 김명수 대법원장과의 면담 녹취록을 공개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했다는 조선일보 보도와 관련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자 이에 대한 반박으로 임 부장판사측이 대화 내용을 공개한 것이다.

임 부장판사 측 변호인이 4일 기자들에게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금 상황을 잘 보고 더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라고 말했다. 

또 김 대법원장은 “탄핵이라는 제도 있지”라며 “나도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탄핵이 되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은데 일단은 정치적인 그런 것은 또 상황은 다른 문제니까 탄핵이라는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오늘 그냥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아”라고 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3일 <임성근 판사 “사직하겠다”… 김명수 “그럼 탄핵 안되지 않나”>란 기사에서 지난해 4월 임 부장판사가 건강 악화를 이유로 사표를 내자 김 대법원장이 “내가 사표를 받으면 (임 부장판사가) 탄핵이 안 되지 않느냐”며 반려했다고 보도했다. 

임 부장판사가 “몸이 아파 법관 일을 하기 어렵다”며 사표를 내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금 국회에서 (사법 농단 연루) 판사 탄핵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사표를 받으면 탄핵이 안 되지 않느냐”고 했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이에 대해 대법원은 “임 부장판사의 요청으로 지난해 5월말 대법원장이 면담을 했고 건강문제와 신상에 대해 주로 이야기를 들었다"며 ”임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에게 정식으로 사표를 제출하지는 않았다“고 부인했다. 

이어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에게 ‘일단 치료에 전념하고 신상 문제는 향후 건강상태를 지켜본 후 생각해 보자’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NS에서 “자신의 거취를 의논하러 간 자리에서 대법원장과의 대화를 녹음하여 공개하는 수준의 부장판사라면, 역시 탄핵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믿기 어려운, 충격적인 녹취록이 공개됐다”며 “정치 상황을 살피는 대법원장은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김 대법원장을 비판했다. 이어 “스스로 사법부의 권위를 짓밟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송요훈 MBC 기자는 법관 탄핵에 대해 김 대법원장도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러니까 임성근 판사는 탄핵을 당해야 하니 사표 수리를 못하겠다는 말은 아니라는 거다”라고 해석했다. 

송 기자는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가 사표를 내는 건 탄핵을 피하려는 꼼수이고, 대법원장이 그 사표를 수리하면 그러한 꼼수를 방조하는 거라는 비난을 받을 것이라는 의미로 읽힌다”고 풀이했다. 

이어 “탄핵을 피해보려고 별별 짓을 다 한다”며 “이게 다 헌법에 ‘양심 불량’ 법관 탄핵이 명시되어 있음에도 국회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나쁜 판사를 탄핵하지 않은 탓”이라고 했다. 

그는 “(임 부장판사를)반드시 탄핵해야 하는 이유가 추가됐다”고 말했다.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