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서 윤리특위에 제소를 했어요. 후궁 발언 파문이라는 거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게 징계해달라는 그런 민주당의 요구인데 저는 개인적으로 조수진 의원이 국회 윤리특위에서 징계 나올 가능성 거의 없다고 봅니다. 아마 짐작하실 텐데 그동안 이게 문제된 의원들이 한둘이 아니었고 윤리특위 제소된 의원들도 그만큼 많았었는데 이게 회의 한번 제대로 열린 적이 없거든요.”

어제(31일) KBS1 <일요진단 라이브>의 진행자인 KBS 박태서 기자가 대담자인 박병석 국회의장을 향해 돌직구를 날렸다. 그러면서 “20대 국회에서 윤리특위 징계안 넘어간 게 47건인데 1건도 없었고 13대~20대 국회까지 징계안이 245건이 올라갔는데 단 1건”이라고 확인사살(?)을 했다. 

수많은 의원들의 비위에도 불구하고 제 기능을 포기해 버린 국회 윤리특위가 사문화된 것 아니냐는 질책이었다. 박 기자는 이어 “예컨대 국민의힘 박덕흠, 민주당 탈당했던 이상진, 이번에 제소가 된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 같은 경우에는 심의자문위원회를 해서 논의를 통해서 의장께서 의견제시를 할 수도 있다고 이해해도 될까요?”라고 물었고, 그간 심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이유와 경과를 설명하던 박 의장은 결론적으로 이런 답을 내놨다.  

▲ 박병석 국회의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개회식 및 제01차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권한이) 과거보다 많이 강화가 됐고요. 특히 제가 제안했던 윤리특위 산하에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상설화된다면 독립된 기구로서 제대로 활동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고요. 나아가서는 현재 비상설 특위인 윤리특위를 상설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지난 국회, 20대 국회는 무려 8개월 동안 윤리특위가 구성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과연 국회의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을 둘러싼 박 의장의 이러한 ‘생각’과 ‘전망’을 국민들은 얼마나 신뢰할까. 특히나 역대 최악, 사상 최대의 이해충돌‧특혜 비리라 지탄을 받아 온 무소속(탈당 전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에 관해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국회를 신뢰할 수 있을까. 

그래서 결국 국민들이 나섰다. 1일 ‘박덕흠 의원 즉각 사퇴와 엄벌 촉구를 위한 시민모임’과 민생경제연구소, 시민연대 ‘함께’ 등 시민단체가 박덕흠 의원에 대한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 제소를 예고하고 나섰다. 

국회의원 중 1등 ‘아파트 부자’ 박덕흠 의원의 남다른 직무유기  

“그동안 박덕흠 의원 문제를 고발하고 대응해온 시민단체들은 박덕흠 의원을 곧 국회 공직자윤리위에도 제소하고, 국회의장에게도 세비반납 조치를 요청하는 진정서도 제출할 예정입니다. 또 진성준 의원 등이 발의한 이해충돌방지법도 신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나아가 박덕흠 의원을 직무유기죄로도 추가 고발할 예정입니다. 저희들은 박덕흠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고 엄벌 받는 그날까지 끝까지 열심히 대응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이날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이 밝힌 박 의원 관련 대응 상황이다. 이들 단체가 제소를 예고한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박민표 위원장)는 국회 윤리특위와는 다른 국회 내 특별 기구로, 국회의원을 비롯한 국회 공직자의 재산등록, 등록재산의 공개와 심사, 퇴직공직자의 취업 심사 등을 통해 공직을 이용한 부정한 재산의 증식을 방지하는데 중점을 둔 위원회다. 

▲ 지난해 10월 15일 안진걸(오른쪽) 민생경제연구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무소속 박덕흠 의원의 채용비리·가족기업 비리 의혹’ 등 3차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지난해 부동산 투기 73억, 수천억 원대 이해충돌 및 특혜 수주, 대규모 채용비리·기업비리·담합비리 의혹에 휩싸인 박덕흠 의원. 이들 단체의 공직자윤리위 제소가 묵묵부답으로 일관 중인 국회 윤리특위와는 다른 실질적인 효과를 낼지 주목된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진정서를 묵과하는지 여부와 함께. 

아울러 이들 단체는 박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 불출석 및 상임위 불출석 등으로 직무유기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열려라 국회’를 통한 확인 결과, 박 의원의 불출석은 실로 심각한 수준이었다.  

“박덕흠 의원은 9월 16일 환노위 상임위 회의에 출석한 이후, 9월 22일부터 10월 26일까지 전 일정을 결석하였고, 11월 5일 환노위 상임위 회의에서나 출석했는데, 최소 35일에서 최장 49일 동안 국회에서 일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 것입니다. 특히 환노위의 국정감사 회의에는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박덕흠 의원은 21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부터 2021년 2.1일 지금까지 상임위 출석율이 25%로 모든 국회의원 중에 꼴지를 기록하고 있고, 본회의 출석률도 73%에 불과해 10번 중 3번은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하루빨리 의원직을 사퇴해야 함은 물론이고, 직무유기 동안의 세비는 모두 국회와 국민들에게 반납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박 의원의 아파트 관련 재산도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최근 경실련에 따르면, 박 의원 보유 아파트의 시세는 2020년 11월 기준 107억 원에 달했다. 전체 국회의원 중서 가장 많은 아파트 관련 재산이었다. 

이에 대해 이들 단체는 “우리 국민들이 언제까지 사상 최악-최대의 이해충돌‧특혜 비리 국회의원을, 다주택 보유 부동사 투기 불로소득 세력의 핵심인 국회의원을 보고 있어야 겠습니까?”라며 “박덕흠 의원은 지금 당장 국회의원 직을 사퇴하고 민간인으로서 건설업이든, 부동산 투기업이든 종사할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하고 호소 드립니다”라고 촉구했다. 

누가 역대 최대, 사상 최악의 비리를 비호하나 

“2020년 9월 달부터 시민단체들의 3번의 고발이 있었고, 전직 전문건설협회 집행부들의 유력한 고발이 별도로 제기되었음에도 6달째인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수사나 기소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유독 국민의힘 세력이나 반개혁 세력과 유착되어 있는 윤석열 정치검찰의 또 하나의 악행이 추가된 것입니다. 검찰은 지금이라도 박덕흠 의원의 수많은 비리들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진행하고 기소‧엄벌 추진에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이들 단체가 밝힌 그간 박 의원 관련 수사 및 기소 상황이다. 그러면서 이들 단체는 “검찰은 국민의힘당 나경원 전 의원, 최성해 동양대 전 총장, 조선일보 방씨일가 비리들, 윤석열 총장 측근 비리들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는 봐주기 및 비호를 그대로 박덕흠 의원에게도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에 대한 의혹이 최초 제기된 지 수개월이 지났다. 그럼에도 검찰이 박 의원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결국 검찰의 선택적 수사, 선택적 불기소가 박 의원과 같은 기득권 세력의 비호와 검찰의 제 이익을 위한 무기로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검찰 스스로가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 박덕흠(가운데) 무소속 의원이 지난 1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한정애 환경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 김성원(왼쪽)·김웅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MBC의 최초 의혹 당시, 해당 사안을 대대적으로 팔로잉하는 매체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수‧경제지의 경우, 양당의 대응 정도만 스트레이트로 보도하며 감싸기에 가까운 외면으로 일관했다. 더 나아가 박 의원은 관련 의혹을 탐사보도한 <한겨레> 기자 개인에게 억대의 소송을 2건이나 제기한 상태다. 한 쪽은 소송으로 겁박을 하고 다른 한 쪽은 아예 눈을 감아버린 형국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주도권은 또 다시 검찰이 쥔 모양새다. 나 전 의원 관련 사건처럼, 수사도, 기소도 미적거리는 검찰이 시민단체의 4차례에 걸친 고발에도 무더기 불기소로 면죄부를 쥐어줄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를 막기 위해, 시민단체들이 국회 제소와 직무유기죄 추가 고발에 나선 것일 테고. 국회가, 또 검찰이 역대 최악, 사상 최대의 이해충돌‧특혜 비리라는 박덕흠 의원 관련 의혹을 상식적으로 처리할지, 행여 시민사회의 요구를 묵살할 지 끝까지 지켜보도록 하자.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