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대북원전 의혹 긴급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북한 원전 건설 추진’ 의혹과 관련 1일 “대선까지 끌고 가려는 것 아닌가, 2012년 NLL대화록 재판을 염두에 둔 것 아닌가”라고 분석했다. 

김씨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의 유튜브 방송 ‘JB타임’에서 “문재인 정권의 대북정책 실패를 각인시키는 얘기가 끊임없이 나오면서 원전 문건이 (대선 국면에 다시) 소환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31일 보도자료를 내고 ‘북한 원전 건설 추진’ 의혹과 관련 “정부 정책으로 추진된 바 없으며, 북한에 원전 건설을 극비리에 추진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산자부는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문서는 추가적인 검토나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이 그대로 종결됐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문건이 작성된 배경에 대해 “2018년 4월27일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한 이후, 향후 남북 경협이 활성화될 경우를 대비하여 산업부 각 부서별로 다양한 실무 정책 아이디어를 검토했다”면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산업부 내부 자료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관련해 조선일보는 지난달 29일 <文대통령, 김정은과 회담때 ‘발전소 USB’ 건넸다>란 기사에서 4.27 회담 당시 ‘도보다리 회담’에서 “북한 원전 건설 문제가 거론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언론이 전문가를 통해 두 정상의 입 모양을 분석한 결과, 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발전소 문제···”라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는 것이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이에 대해 김종배씨는 “선후 관계가 안 맞는다”며 “산자부가 문건을 작성한 시점은 2018년 5월로 1차 회담 이후”라고 시점 자체가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또 김씨는 “유엔군사령부의 반대로 북한에 타미플루 하나 보내지 못하는 것이 한반도의 상황인데 극비리에 원전을 짓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2019년 1월 정부는 북한에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를 지원하려 했으나 유엔군사령부는 (약을 실은) 트럭의 군사분계선(MDL) 통과는 안된다며 막았다.

아울러 김씨는 “실무 검토 들어간다고 보도자료 내는 것 봤냐”며 “그러면 실무 검토는 다 극비리다. 극비리 운운 자체가 난센스”라고 말했다. 

원전 건설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아니라며 1994년 제네바 합의를 상기시켰다. 김영삼 정부 당시인 1994년 10월21일 1차 북핵 위기가 미·북 제네바합의로 봉합되면서 북한이 핵시설을 동결‧해체하면 2003년까지 경수로 2기를 건설해주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1995년 3월 한미일은 대북 경수로 제공을 위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설립했다. 미국이 합의했지만 한국은 사업비의 70%를 부담하기로 했었다. 

김씨는 “산자부는 선례를 모방해 건설 지원 아이디어를 짤 수 있다”며 “오히려 금기를 깬 것이 아니라 창의성 제로이다. ‘복붙(복사해 붙이기)’ 수준의 실무검토라고 비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초반 공론화위원회까지 만들어 탈원전 기조를 확인했는데 산자부 공무원들이 원전 건설 방안을 문서화했다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산자부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있는 곳”이라며 “청와대 지시로 작성된 문건이 아니라면 산자부 안에 똬리를 틀고 있는 이른바 원전마피아들이 작성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시 정부 분위기는 원전의 ‘원’자도 꺼내면 안 될 분위기였다며 그 때문에 국민의힘이나 보수언론이 ‘문재인 정부는 이율배반적, 모순적, 위선적, 기만적’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비판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함께 김씨는 “해당 논란은 대선까지 이어지는 프로젝트로 볼 수 있다”며 “2012년 대선 때 NLL대화록 효과를 염두에 둔 것 아닌가”라고 분석했다. 

김씨는 “당시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집요하고 지속적인 선전전을 펼칠 가능성 있다”며 “앞으로 벌어질 장면들에 더 관심을 둬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예를 들어 “미국으로 쫓아가 볼턴 같은 사람에게 ‘북미정상회담 전후 과정에서 북한 원전 같은 얘기가 나온 적 있냐’고 물었는데 ‘금시초문’이라고 답한다면 ‘산자부 문건은 청와대 작품이다’라고 전제해 놓으면 ‘청와대는 미국도 속였다’는 것이 된다”고 가설을 제시했다. 

김씨는 “그 순간 청와대는 음모 집단이 된다, 뒷거래를 했다는 얘기가 된다”며 “‘NLL대화록’ 당시 계속했던 얘기다. 소재만 다르지 맥락이 같다”고 말했다. 

▲ 2012년 12월18일 김무성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 선거대책위 총괄본부장은 부산 서면 유세에서 쪽지를 꺼내 들고 “남북대화록을 최초 공개한다, 제가 그 내용을 그대로 가지고 왔다”며 ‘NLL 대화록’을 공개했다. 당시 읽은 내용은 뒤에 국정원이 공개한 전문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사진출처=SBS 화면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