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신도명단 제출 거부를 방역방해 행위로 볼 수 없다’며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의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수원지법 형사11부(김미경 부장판사)는 13일 이 총회장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방역 당국이 신천지 측에 시설 현황과 교인 명단 제출을 요구한 것은 역학조사라고 볼 수 없다”며 “역학조사 자체라기보다는 자료수집 단계에 해당하는 것을 두고, 일부 자료를 누락했다고 해서 방역활동 방해 혐의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 지난해 3월2일,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이 경기 가평 평화연수원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이 같은 판결에 대해 서기호 변호사는 14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한가한 소리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반적인 행정절차에서는 (준비단계와 본단계를 구별하는) 그 논리가 맞을 수 있다”며 “그런데 지금 감염병 예방이라는 건 신속한 대처와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래서) 교인 명단을 달라고 한 거다. 그러면 이건 준비단계와 본단계가 구별이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 변호사는 “구별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하나의 역학조사의 내용이다. 전체가 다 역학조사”라며 “이건 준비단계에 불과하고, 본단계 역학조사는 따로 있고 (그렇게 볼 게 아니다)”고 꼬집었다.

신장식 변호사도 “역학조사의 방법이나 이런 활동을 시행령에 위임해두고 있다. 시행령 문구에 보면, 감염병 원인규명과 관련된 사항도 역학조사의 범위 안에 (포함) 되어 있는데, 이걸 아주 좁게 (해석)하면 이 판사님은 생물학적, 의학적 원인규명만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행자인 김어준 씨는 “그냥 방역이라는 특수한 상황 빼고, 우리가 1년간 겪었던 상황 다 빼고 ‘행정절차에는 준비단계와 본단계가 있다’(는 건) 교과서 얘기할 때 나올만한 (내용이다.) 그럴 때는 이해하겠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지 않나”라며 연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판사출신인 서기호 변호사는 “판사들이 교과서로 사법시험 공부할 때 그 수준으로 재판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장에서 구체적인 사건을 접했을 때는 그 구체적인 사건의 특수성에 맞춰서 유연하게 적용해야 되는데, 죄형법정주의 원칙이라고 하는 그 원리에 너무 집착을 해가지고 이 감염병 예방의 특수성을 전혀 생각을 하지 않고 판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심각한건 이러한 판결의 경향이 이 판사 한 명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라며 “대부분의 판사들이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고 했다.

서 변호사는 “(판사들이) 법조문을 해석할 때 숲 전체를 보지 못하고 나무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도 보면 역학조사의 방법이라고 설문조사, 면접조사, 이렇게 나와 있으니까 거기에 해당되지 않지 않냐? 이런 식으로 그 역학조사의 방법이라는 그 문구만 본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어준 씨가 ‘판사들은 뉴스 잘 안 보나’ ‘작년 내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시나?’라고 답답해하자, 서기호 변호사는 “세상 물정과 동 떨어져서 교과서만 파헤치고 살기 때문에 뉴스를 전혀 안 보는 건 아니지만 수박 겉핥기 식으로 대충 본다. 열심히 안 본다”며 “저도 옛날에 그랬었다. (그래서) 지금 많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