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방향이 바뀐다. 미쳐 돌아가던 세상이 조금씩 조금씩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24일 금태섭 전 의원이 행정법원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효력 정지 결정’ 소식이 전해진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이어 금 전 의원은 “어제 판결, 오늘 결정이 진실을 말하다 고통을 겪은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메리 크리스마스”라며 23일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1심 판결 결과와 윤 총장 관련 결정을 연결 지어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한다’라고 총평했다. 

정말 ‘정상성’을 빠르게 회복한 결과인걸까. 윤 총장이 크리스마스 휴일인 25일 오후 대검찰청에 출근했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랐다. 이날 <연합뉴스>가 <윤석열, 직무복귀 후 첫 출근..구치소 코로나 확산 등 현안대응> 기사에서 전한 윤 총장 출근 풍경은 이랬다. 

▲ <이미지 출처=연합뉴스 홈페이지 캡처>

“윤 총장은 이날 낮 12시 10분께 검은색 관용차를 타고 대검찰청에 도착했다. 윤 총장이 출근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대검 정문에는 이날 오전부터 윤 총장의 지지자들이 보낸 화환들이 다시 등장했다. 

대검 정문 앞에서 윤 총장을 기다리던 지지자들은 윤 총장이 탄 차량이 등장하자 '윤석열 파이팅', '우리가 윤석열이다' 등을 외쳤다. 윤 총장은 당초 점심을 먹고 오후 1시께 나올 예정이었으나 계획보다 50분가량 일찍 출근했다.”

이어 <연합뉴스>는 “윤 총장은 이날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 뒤 조남관 대검차장과 복두규 사무국장 등으로부터 자리를 비운 사이 업무 상황을 보고받을 계획”이라며 “이어 서울동부구치소 등 수감시설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을 비롯한 시급한 현안과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직무 정지 기간에 처리하지 못던 업무를 처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일각에서 행정법원의 윤 총장 ‘징계효력 정지 결정’을 두고 ‘사법쿠데타’, ‘법조쿠데타’란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마치 일개 검찰총장의 출근과 지지자들의 반응을 세세하게 전하는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윤 총장이 대통령인가’란 반응마저 나오는 형국이다. 국민의힘도 이런 기류를 가만 두고만 보고 있을 리 없었다. 이른바 율사 출신 의원들 중심으로 다시금 ‘대통령 탄핵’이 거론되는 중이다. 

탄핵부터 사과까지, 부화뇌동하는 세력들

“윤석열 총장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징계처분의 집행을 정지한 결정은, 문 대통령에 대한 탄핵결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제는 대통령이 더 이상 비겁하게 커튼 뒤에 숨어서 법무부 장관이나 징계위원회에 책임을 떠넘길 수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집행정지결정의 주문(主文)에 명시된 것처럼, 징계처분자는 대통령이고 그 대통령의 처분이 불법ㆍ부당한 징계라는 내용의 판결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날 판사출신이자 전 울산시장인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중 일부다. 같은 글에서 김 의원은 “사실상의 탄핵을 당한 문재인 대통령의 조속한 대국민 사과, 추미애 장관에 대한 즉각 경질을 요구합니다”라며 “검찰은 권력형 비리 수사를 즉각 재개해 파사현정을 해야 합니다”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패한 뒤 청와대와 경찰의 선거개입 의혹을 제기한 장본인이다.

역시 판사 출신인 같은 당 전주혜 의원 또한 "(윤 총장 징계의) 그 목표가 진정한 검찰개혁이 아니라, '정권수사 무력화'였기에 이번 징계처분은 무리할 수밖에 없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추장관의 사의를 즉각 받아들여 수리해야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공안 검사 출신인 같은 당 곽상도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과 추 장관에게 직권남용죄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일만 남았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같은 당 법사위 위원인 장제원 의원도 “‘더 이상 법치를 짓밟지 말라’며 문 대통령의 면전에 옐로카드를 내민 것”이라고 적었다.  

▲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사진제공=뉴시스>

아울러 전날(24일) 공직선거법 위반사건 선고 공판에서 벌금 90만원 형을 선고받은 원희룡 제주도지사 또한 “문재인 정권의 검찰개혁은 도덕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완벽하게 파탄났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핵’부터 ‘사과’까지, 이렇듯 윤 총장에 대한 행정법원의 ‘징계효력 정지 결정’에 국민의힘이 총공세에 나선 모양새다. 이미 검찰의 먼지털이식 수사와 전방위적 기소 단계부터 불리한 법원의 판결이 어느정도 예고됐던 정 교수 선고 결과와 달리 법원에 의한 윤 총장의 업무 복귀의 파장이 여권은 물론 정치권 전체에 크나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이를 의식한 듯, 25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은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결과적으로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와 함께, “법무부와 검찰은 안정적인 협조 관계를 통해 검찰개혁과 수사권 개혁 등의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란 당부 또한 잊지 않았다. 지속적인 제도적 개혁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법원의 판단에 유념하여 검찰도 공정하고 절제된 검찰권 행사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특히 범죄정보 외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사찰한다는 논란이 더 이상 일지 않도록 하기 바란다”며 우회적으로 윤 총장의 징계 혐의를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25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 룸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 복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법조카르텔과 사법개혁 절실함 일깨운 판결들 

“검찰과는 (판사들) 우리가 계속 같이 가야 된다. 이게 바로 법조카르텔 동맹이 상징하는 표현이거든요. (레임덕이 왔으니 정권 편을 들어줄 필요가 있느냐는) 그런 소문이 맞아요. 실제로 저도 들었고요. 그런데 판사들은 검찰총장을 대통령보다 더 높게 봅니다. 그게 이번 판결에서도 드러난 거고요.” 

같은 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전직 의원이자 판사 출신인 서기호 변호사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서 변호사는 “(판사들이 윤 총장) 징계의결서의 내용을 거의 읽어 보지도 않았어요, 제가 보기에는”이라며 이렇게 덧붙였다. 

“아예 선입견을 가지고 판결을 내린 거라서 저는 이 판결은 정말 도저희 저는 인정할 수가 없고, 판결이 선고되면 보통 판결은 존중하나 불복하겠다, 이렇게 하는데 저는 이 판결은 존중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존중할 필요는 없을지 몰라도, 물은 이미 엎질러졌다.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금 전 의원의 말마따나 미쳐 돌아가던 세상이 제 자리를 찾은 것인지, 원래 미쳐있던 세상을 국민들이 재확인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인지도 각자 판단이 다를 수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의 혐의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를 포함, 2020년 크리스마스를 목전에 두고 검찰과 법원이 내린 일련의 판단들이 누구에게는 크리스마스 선물일지 모른다. 반면 분명한 것은 그러한 판단들이 적지 않은 국민들에게 또 한 번의 각성의 계기가 됐으리란 사실이다. 이제야 제 궤도에 오른 검찰개혁에 이어 사법개혁까지 완수해야 법조 카르텔을 깰 수 있다는 단순하면서도 자명한 사실 말이다.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