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기존의 입장을 뒤엎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로 입장을 선회한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지금 필요한 것은 출마선언이 아닌 사과”라고 지적했다.

여권에서는 처음으로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우 의원은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안철수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 의사가 없다고 밝힌 게 불과 18일 전”이라며 이 같이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거취를 18일 만에 바꾸는 것이 과연 정치인으로서 바람직한 모습일지 의문”이라며 “몇 년 전 저는 안철수 대표를 가리켜 말 바꾸기가 여의도 국보급이라 한 적이 있는데, 말을 바꾸는 정치인들은 그나마 사과라도 한다”고 꼬집었다.

우 의원은 “어느 땐가부터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들이 서울시장을 정치적 정거장처럼 여기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명백히 서울시민들에 대한 모독”이라며 “더군다나 야당 간의 합의도 없이 불쑥, 스스로를 가리켜 야권단일후보라 지칭하는 것은 다른 야당들에 대한 모독이자 오만함”이라고 질타했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안철수 대표가 내년 4월에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면 차기 대선 출마는 불가능해진다.

출마 기자회견에서 안 대표는 “대선을 포기하고 서울시장 출마 결심을 한 배경을 이해해달라”며 “반드시 선거에서 이기고 좋은 시정을 통해 정권 교체의 교두보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가 대선 대신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방향을 틀자, 야권의 분위기는 대체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국민의힘 소속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은 안 대표의 ‘야권단일대오 선언’에 환영 입장을 전하면서도, ‘급조된 출사표’ 내용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조 구청장은 페이스북에 “코로나방역, 부동산 등 현안과제들을 포괄적으로 나열하고 원칙, 실용, 상식으로 문제해결 하겠다는 의지는 밝혔지만, 어떻게 해결하고, 어떻게 제대로 일을 할 것인지 문제해결 방식이 없어 아쉬웠다”고 썼다.

또 “추상적인 정부비판으로 심판하겠다는 이야기는 했지만, 서울시정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부족하다 보니 서울의 미래비전이 없었다는 점도 아쉽다”며 “서울시민의 삶에 플러스 되는 시장이 아니라 ‘정치시장’이 되겠다는 선언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 국민의힘 소속 조은희 서초구청장. <사진제공=뉴시스>

조은희 구청장은 특히 “박원순 10년 서울시정을 만든 당사자로 결자해지한다고 했는데, 제3당 후보로 야권분열의 주자로 각인되지 않길 바란다”면서 “정치입문 10년 동안 한 번도 경선하지 않고 꽃가마 탄 특권의식이나 이번에도 경선 없이 쉽게 가고 싶은 ‘꽃철수’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야권단일후보로 출마하겠다면 제1야당 국민의힘에 입당해서 공정하게 경선을 치르는 것이 정도”라며 “국민의당에 있다가 국민의힘 후보가 정해진 후 야권후보단일화를 하겠다는 건 국민의힘 지지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전했다. 

하지만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입당 여부와 관련해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권 원내대표는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통합과 입당 관련해서는 단일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지금 현재 국민의힘 의원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통합과 입당을 해서 단일화를 하는 방법은 서울시민들의 인식에 비춰봐서 더 좋은, 더 잘한 선택은 아닌 것 같다는 부분에 대해서 저희들의 인식과 판단을 공유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