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16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검찰청으로 각각 출근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16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추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2개월 정직’ 제청 직후 문 대통령에게 이같은 뜻을 밝혔다. 

이에 문 대통령은 “추 장관의 추진력과 결단이 아니었다면 권력기관 개혁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시대가 부여한 임무를 충실히 완수해준 것에 특별히 감사하다”고 높이 평가했다.

또 문 대통령은 “추 장관 본인의 사의 표명과 거취 결단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며 “앞으로 숙고해 수용 여부를 판단하겠다. 마지막까지 맡은 소임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1월 3일 주식 양도세 대주주 요건 변경과 관련해 사의를 표명했을 당시 문 대통령은 즉각 반려 후 재신임했다. 홍 부총리는 다음날 “직무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 장관의 사의 표명 직후 윤석열 검찰총장측은 “추 장관의 사의 표명과 무관하게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대통령이 윤 총장의 징계안을 재가했지만 윤 총장은 법정공방을 통해 끝까지 총장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윤 총장측은 17일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오늘 중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장을 접수(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추미애 장관은 16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공명정대한 세상을 향한 꿈이었다. 조각도 온전함과 일체로 여전히 함께 하고 있다”고 심경을 드러냈다.

추 장관은 검찰징계위 결과를 기다리며 밤을 새운 시민들을 향해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그는 “하얗게 밤을 지샌 국민 여러분께 바칩니다.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라며 정호승 시인의 ‘산산조각’ 시를 덧붙였다.

산산조각 / 정호승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 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가 있지

추 장관 사의 표명 의미에 대해 김어준씨는 17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70여년만에 처음으로 검찰총장을 징계하는 결과를 냈는데 지휘 책임이 있는 자신도 함께 징계를 받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또 “정치적으로는 여당에게 윤 총장 공세의 길을 열어준 것”이라며 “상관도 사임 의사를 표시했으니까 윤 총장에 대해서 공세적 주문을 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고 분석했다. 

대통령에 대해선 “운신의 폭을 만들어 줬다. 쓸 수 있는 카드를 손에 쥐어주게 한 것”이라며 “(권력기관 개혁의) 주도권을 가지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추미애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권력기관 개혁 합동 브리핑을 열었다. 

▲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권력기관 개혁 관련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연합뉴스TV 화면 캡처>

아울러 김씨는 “여론 차원에서는 ‘그럼 윤석열 총장의 사퇴는?’이라는 질문이 당연히 따라 나오게 만든 것”이라며 “강한 대비효과가 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씨는 “추 장관의 사의 표명은 두 템포 빠른 추 장관다운 결정”이라면서도 후임 임명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봤다.

그는 “누가 하려고 할지 모르겠다”며 “후임이 결정돼야 사표 수리를 해도 할 텐데 그 기간이 몇 주가 될지, 몇 달이 될지 상당히 가변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한 대통령님의 재신임을 요구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검찰개혁과 조국대전> 작가 김두일씨가 올린 게시물로 “자칫 현재까지 힘들게 쌓아온 검찰개혁의 공든 탑이 무너질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며 대통령의 재신임을 요청했다. 

김씨는 “검찰개혁 시즌2에 해당하는 공수처의 확실한 출범과 검찰 쿠데타를 주도한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주류 세력들이 자신들의 비위나 불법행위에 대한 심판을 받는 과정까지 추미애 장관이 자신의 직무를 충분하게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해당 청원은 정식 등록 전 관리자 검토 단계이지만 반나절도 안 돼 ‘동의자수가’ 1만명을 돌파했다. 17일 오전 10시 현재 1만1302명이 동의했다.

▲ <이미지 출처=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