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라임 사태 관련 ‘검사 술접대’를 뇌물죄가 아닌 김영란법을 적용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검찰총장의 국정감사장 발언이 재주목되고 있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서울남부지검 검사 향응·수수사건 수사전담팀(팀장 김락현 형사6부장)은 8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술접대와 관련, 자리를 주선한 검사 출신 변호사, 현역 검사 1명 그리고 김 전 회장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동석했던 검사 2명에 대해서는 밤 11시에 자리를 떴다며 접객원 봉사료와 밴드 비용 부분을 빼주는 셈법을 적용해 불기소했다. 100만원 기준선에서 4만원이 모자라다는 것이다. 

또 “술자리와의 직무 관련성,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라임 사건 관련 수사팀이 구성되기 7개월 전 이뤄진 술자리였고 그 중 검사 1명은 후에 수사팀에 합류했다. 김 전 회장은 옥중편지에서 “라임 수사팀이 만들어질 경우 합류할 검사들이라고 소개받고, 그 중 1명이 실제 수사팀에 포함됐다”고 말했다. 

관련 윤석열 총장은 지난 10월 22일 국정감사장에서 ‘김영란법’ 등에 대해 언급했다. 

윤 총장은 “이런 건 우리 조직에서 무관용이고 대가성이 있든 수사착수 전이든 우연히 얻어먹었든 간에…‘김영란법’ 하나도 검찰이 지금 어떤 입장인데 이런 거 봐주고 하겠는가”라고 했다. 

그는 “검사들 접대 보고도 10분만에 남부지검장에 전화를 걸어 접대 받은 사람들을 색출하라고 했다”고도 했다. 

또 윤 총장은 “(검사 비위 관련은) 전혀 보고를 못 받았고, 제가 16일 처음 기사가 나서 법무부가 감찰을 다음 날부터 시작한다고 했는데 저는 ‘뇌물이 아니더라도 김영란법 위반이니까 수사대상이 아니냐. 철저히 수사를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국민 사과도 언급했다. 그는 “저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고 수사를 지시했기 때문에 결과가 다 나오게 되면 필요한 조치를 하고 국민께 사과드릴 일 있으면 사과와 함께 근본적인 개선책을 강구해 보겠다”고 했다.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 <이미지 출처=JTBC 화면 캡처>

이에 대해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1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유튜브 방송 ‘JB 타임’에서 “언론의 표현을 빌리면 가이드라인을 준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추미애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이 10월 19일이었고 사흘 뒤 윤 총장은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뉴스 보고 알았다, 10분만에 수사 지휘를 했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그러면서 ‘뇌물은 안되더라도 김영란법 위반’이라고 한다”며 “추 장관의 수사지휘 이전에 윤 총장의 수사지휘가 이뤄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접했다고 했다. 총장도 사건의 실체를 모르는 상황이었다”며 “그런데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미리 예단하고 ‘뇌물은 안되더라도 김영란법 위반은 되니까’라면서 수사 방향을 미리 설정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김영란법으로 축소되면서 ‘추 장관의 수사 지휘 내용 중 가장 중요한 은폐 및 짜맞추기 수사 의혹이 날아가고 검사 비위 성격도 개인적 차원으로 축소된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본인이 이미 예단을 깔고 수사 지휘를 했다”며 “실제 서울남부지검의 수사 결과가 윤 총장 지휘대로 나왔다”고 했다. 

아울러 윤 총장이 수사 결과를 보고 받지 않았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김 평론가는 “사건 성격이나 시스템상 택도 없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그는 “언론 보도를 보고 10분 만에 지시한 사건이고 국감에서 사실로 확인되면 국민에게 사과하겠다고 했다”며 “더구나 검사에 대한 기소가 이뤄진 사건인데 윤 총장에게 보고를 안했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추미애 장관 수사지휘권 발동 문서에는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그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조처할 것을 지휘함”이라고 돼 있다. 김 평론가는 “추 장관이 총장에게 보고하라고 수사지휘를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평론가는 윤 총장은 검사 비위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이번 수사 결과가 정말 합리적이라고 판단해서 오케이 한 것인지, 그렇다면 이 수사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지겠다는 뜻으로 봐도 되는지 명확한 답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