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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비일비재한 추락사”라는 비정한 판사국회 중대재해법 처리 시급…검찰·법원, 친기업 인식 벗어나 일벌백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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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 기자  |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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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1.28  12:00:08
수정 2020.11.28  13: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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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며칠 사이에도 노동자들이 추락사로 숨졌다. 작업 현장의 산재 사망은 지금 이 시간에도 끊이지 않고 있다. 드라마 속 주인공은 공사장 크레인 추락 사고로 가장 소중한 친구를 잃었다. 우리 곁의 평범한 삶을 지키고, 약자의 삶을 보듬는 또 다른 영웅의 모습이 안은영의 모습이다.”

지난 10월 15일,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보건교사 복장을 한 채 1인 시위를 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다소 눈에 튀는 복장을 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서며 이경미 감독의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 속 주인공의 모습을 흉내낸 것이다. 

해당 드라마 속 주인공 보건교사 안은영은 학교 안팎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괴물과 귀신들을 쫓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 중 어릴 적 친구가 찾아와 생을 떠나기 전 고민을 털어 놓는 장면은 드라마의 백미다. 하필 그 친구가 건설 노동자였고, 추락사를 통해 목숨을 잃은 뒤 마지막으로 친구를 보기 위해 찾아왔다는 설정이었기 때문이다. 심 의원과 정의당이 지난달 한창 ‘핫’했던 ‘안은영’을 현실로 소환한 이유다. 

   
▲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로텐더홀 계단에서 드라마 주인공 복장을 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9일 고용노동부와 공단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6월까지 전체 산업재해 사고사망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5명 늘어난 470명으로 집계됐다. 제조업 등 대부분 업종에서 사망자가 줄어든 반면 건설업에서는 25명이 증가했다. 

6월까지 건설업에서 사망한 254명 가운데 절반 수준인 126명이 추락으로 사망했다. 건설업에서 추락에 의한 사고사망자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369명으로, 매년 27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대로라면 올해 산업재해 사망자 수를 전년(855명)보다 130명 이상 감소한 725명 이하로 낮추겠다는 정부의 목표 달성도 불투명하다.” (10일 <국민일보>, <공사장 사망 절반이 추락사… 안전대책 고삐 틀어쥔다> 중에서)

안은영의 친구처럼, 매년 270명이 사망한다. 하루당 1.3명이다. 건설 노동자들의 추락사 말이다. 오늘도 누가 죽을지 모른다. 시청자들이 가장 크게 공감한 대목 역시 친구를 잃은 안은영의 감정적 고통이었다. 

여기 현실의 안은영이 있다. 친구가 아니다. 건설노동자였던 동생 김태규씨를 추락사로 떠나보낸 누나 김도현씨다. 현실 속 안은영은 거대한 한국사회의 법과 제도와 싸우는 중이다. “김태규 산재사망 책임자들을 구속을 요구합니다”라는 절규와 함께. 

현실 속 ‘안은영’들은 법과 제도와 싸운다 

“저는 작년 4월 건설 현장에서 추락사로 목숨을 잃은 태규 누나 김도현입니다. 태안에서 김용균 청년 참사 이후 4개월 뒤에 저희 태규를 잃었으니 이제 1년 반이 넘었습니다. 1심에서 판사는 ‘비일비재한 추락사다’라고 했습니다. 법 제도가 산업재해를 어떻게 판단하는지 여실히 드러내는 발언입니다. 

중대 재해에 대한 기업 처벌 기준이 없는 현실에서, 저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시민들이 함께 건축주와 발주처의 처벌을 요구했지만 결국 관행의 반복으로 끝났습니다. 대신 하청업체 현장 소장과 차장이 각각 징역 1년과 10월을 선고받았습니다. 건설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2000만원보다 훨씬 낮은 700만원 벌금형으로 책임에서 빠져나갔습니다.”

비일비재한 추락사... 비정하기 짝이 없는 말이다. 하루에 한 명 넘게 죽어가는 건설노동자의 현실에 대한 일말의 공감도 찾아 볼 수 없는 법관의 한 마디라 할 만 하다. 그런 공감의 부재야말로 피해자와 유족의 고통에 둔감한 판결을 일삼는 근본적인 원인이리라. 

지난해 4월 수원의 한 아파트형 공장 신축 건설현장에서 숨진 김태규씨도 그런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 5층 높이 화물용 승강기에서 떨어져 숨진 김씨의 사고 당시 나이는 고작 24살. 김도현씨의 지적처럼, 그런 판결로 이해 오늘도 ‘진짜’ 가해자들은 중한 처벌을 피해나가는 중이다.

사고 직후 꾸려진 ‘고 김태규님 산재사망 대책회의’, 산재사망유가족단체 ‘다시는’, 그리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 등 단체가 사고 책임자인 원청회사 은하종합건설의 발주처 에이씨엔 엄정 수사 및 처벌과 함께 책임자를 불기소한 수원지검을 강하게 규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2심 재판을 앞둔 김태규씨의 누나가 시스템의 변화를 촉구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기도 하고. 

“당시 도주의 위험이 없다는 이유로 누구도 구속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선고 이후 167일만인 12월 2일에 2심 첫 공판이 열립니다. 중대한 사망사고로 인해 실형이 선고된 피고들은 속히 구속되어야 합니다. 사법부에 강력히 요구합니다.

태규 사건의 진행과정이 수많은 산재 사망 유가족들에게 희망적인 사례가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합니다. 하지만 지난 1년 7개월을 싸워오며, 기업살인의 가장 큰 책임자들이 푼돈으로 면책되는 어두운 시스템 전체를 바꿔내지 못한다면 죽음의 연속을 막을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 지난해 12월 2일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과 김태규 산재사망 대책위회의가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故김태규 산재사망 책임자 기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산업재해 유가족들의 절박한 호소 

지난 25일 대전시 유성구와 세종시 소재 중소규모 건설현장의 불시 현장점검에 나선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이 자리에서 이 장관은 “중소규모 건설현장의 추락사고는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예방할 수 있는 사고로, 현장 밀착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런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시를 비웃기라도 하듯, 같은 날 부산의 한 50대 노동자가 14층 오피스텔 신축 공사장에서 추락해 숨졌다. 기존 안일한 관행과 제도를 반복한다면 노동자들의 죽음을 막을 수 없다라는 일종의 경고와 같은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김도현씨를 비롯해 하루가 갈수록 숫자가 늘어가는 산업재해 유가족들이 절박함을 호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할까. 

“174석을 지닌 채 수많은 노동자들과 유가족들의 피눈물이 서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을 후퇴시키는 작업에 골몰하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단에게, 어떻게 이 진심을 전달할 수 있을지 그저 눈물이 흐를 뿐입니다. 우리의 목적은 기업을 처벌하는 것 자체가 아닙니다. 죽은 가족을 돌려달라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앞으로의 끔찍한 죽음들을 막고 싶을 뿐입니다. 

처벌기준이 있어야, 기업들이 최소한 돈보다 사람이 중하다는 것을 알아야, 살 사람을 저울질하다 죽이지는 않을 것 같아서입니다. 이미 모든 걸 잃은 저희 유가족은 더이상 잃을 것도 두려울 것도 없습니다. 가족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속에 사는 하루하루 버티는 시간의 연속입니다. 연일 죄 없는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가족들이 산업재해 유가족이 되고 있습니다.”

김도현씨와 함께 법정싸움을 벌이고 있는 산업재해 유가족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국회 처리를 염원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요구일 수 있다. 그와 함께 수원지검 검사들에 대한 책임도 묻고 있다. 해당 법의 국회 통과와 함께 권력과 기업 친화적인 검찰의 의식 개선이 요구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법정에서도 국회에서도 계속 싸우겠습니다”라고 다짐하는 김도현씨와 유가족을 위해서라도,  한국사회의 법과 제도의 변화가 절실해 보인다. 올해 안 중대재해처벌법 처리를 이뤄내야 할 국회는 물론 기업살인의 책임자들을 일벌백계해야 할 수사기관과 법원 모두 다.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하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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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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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평 2020-11-30 06:15:12

    왜 한국이 빤스까지 팔아 자식을 대학보내려 하는지 이제야 알았다. 노동자들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험한 직업이기 때문이다. 자식들은 사무직에서 일하면 안전한니까! 물론 사무직도 스트레스로 사망한 일도 있지만 극히 드물다. 막노동자처럼 늦 가을 낙엽 떨어지듯 하는가?! 재벌들아 제발 노동자 생명도 귀중하다 안전에 투자좀해라 부의 세습에만 눈깔을 부릅뜨지말고!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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