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호 변호사는 ‘판사 사찰 의혹’과 관련 문건을 작성한 검사에 대해 “직무범위를 완전히 벗어났다”며 형사사건 피의자가 될 수 있다고 26일 말했다. 그러나 ‘검사의 범죄를 검사들은 수사‧기소하지 않는다’며 실제 수사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으로 봤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판사 사찰 의혹’과 관련 ‘물의 야기 법관’ 문건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당시 관련 문건을 작성한 성상욱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형사2부장검사(전 대검찰청 수사정보2담당관)는 25일 “직무 범위에 벗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25일 <[단독]윤 총장 비위혐의로 언급한 ‘울산·조국 사건 대검 보고서’에 ‘물의야기 법관’ 내용 없다>란 기사에서 “추미애 법무장관이 언급한 대검찰청 보고서에는 ‘물의야기 법관 해당 여부’ 관련 내용이 없는 것으로 25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 <이미지 출처=경향신문 홈페이지 캡처>

이에 대해 법무부는 “판사 불법사찰 문건에는 특정재판부의 특정판사를 지목하며 ‘행정처 16년도 물의야기법관 리스트 포함’이라고 기재돼 있다”고 반박했다. 또 “판사 불법사찰 문건에는 언론 등 공개된 자료가 아닌 것으로 보이는 개인정보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물의 야기 법관’ 문건에 대해 판사 출신 서기호 변호사는 “사법농단 사건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문건”이라며 “31명 정도 올라와 있다. 한마디로 블랙리스트다”라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2013~2017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비위를 저지른 법관 명단에 법원행정처의 방침, 당시 상고법원 방침에 반대하는 소위 소장파 판사들을 올려 감시하기 위해 만든 명단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어 서 변호사는 “해당 문건 작성은 성 부장검사 개인 자격으로 한 것이 아니고 수사정보정책관실이라는 대검의 조직에서 한 것”이라며 “직무범위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정보정책관실은 수사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곳”으로 “사건을 담당하게 된 재판부 판사의 신상정보는 수사정보가 전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수사정보정책관실은 원래 범죄정보기획관실(범정)로 국정원처럼 정보를 수집한다는 비판이 있어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문무일 전 총장이 역할을 축소시키며 만들었다”고 되짚었다. 

아울러 “수사와 공소유지는 완전히 다르다”며 “공소유지와 관련된 업무를 지원·지휘하는 기관은 따로 있다”고 설명했다. 서 변호사는 “대검조직에 공판송무부실이 따로 있다”며 “만약 여기서 했다면 조금 더 이해해줄 수 있지만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 <이미지 출처=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유튜브 영상 캡처>

그러면서 서 변호사는 “업무 범위를 벗어난 일을 하게 되면 직권남용죄가 된다”고 했다. 또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시했을 가능성이 많고 작성한 것을 반부패부로 전달하라고 지시한 것도 의무에 없는 일을 행했기에 직권남용죄가 된다”고 덧붙였다. 

서 변호사는 “성상욱 검사가 작성해서 반부패부로 넘겼다고 하면 지시에 의한 것이라도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의야기법관 명단, 즉 블랙리스트 명단은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 획득한 수사 결과물이지 아무 곳에나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며 “공무상 비밀인데 제3자에게 유포하면 공무상비밀누설죄”라고 했다. 

‘성상욱 검사가 형사사건의 피의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가’라는 질문에 서 변호사는 “이론상은 가능하다”고 했다. 

서 변호사는 “문제는 검사가 어떤 범죄를 저질렀을 때 현실적으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검사가 수사하고 기소해야 하는데 내부 검사들에 대해 그렇게(하지 않는다)”고 회의적으로 봤다. 

그러면서 서 변호사는 “그런 문제 때문에 공수처를 만들게 된 것인데 제대로 구성이 안되고 있기에 현 단계에서는 특별수사부나 특검, 특임검사를 통해서라도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서 변호사는 “다행히 대검 감찰부가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