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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선 단독’ <조선>, ‘화장’ <가세연>이 내팽개친 ‘인간에 대한 예의’[하성태의 와이드뷰] 유족 반대에도 메모 내용 공개…여타 매체들 ‘받아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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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 기자  |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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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1.03  12:43:05
수정 2020.11.03  14: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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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우먼 박지선과 그의 모친 빈소가 2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사진은 장례식장 모니터 모습.<사진제공=뉴시스>

<[단독] 박지선 엄마 유서...> 

3일 새벽, <조선일보>가 온라인판으로 출고한 기사의 제목 중 일부다. 앞서 2일 오후 방송인 박지선씨가 서울 마포구 자택에서 모친과 함께 숨진 채 발견돼 많은 이들에게 슬픔을 전했다. 그 와중에 <조선일보>가 박지선씨의 모친이 남긴 자필 메모가 발견됐다며 그 내용을 언급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 지면(12면)엔 제목을 바꿔 달았다. ‘유서’는 뺀 채 <개그우먼 박지선, 모친과 숨진 채 발견…부친이 “연락 안 돼” 신고>라고 제목을 달았다. 하지만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으로 시작하는 짤막한 두세 줄의 메모 내용은 그대로였다.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대로, 유족은 박씨의 모친이 쓴 A4 1장 분량의 유서공개 및 부검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서울 마포 경찰서 역시 3일 “부검은 진행하지 않는다”며 “외부침입 흔적이 없고 유서성 메모가 발견된 점으로 보아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풀이하자면, 유족이 원치 않는 유서 내용을 <조선일보>가 ‘단독’을 내걸고 온라인판에 이어 지면에까지 속보를 이어간 셈이다. <조선일보>는 이 메모 내용을 작은따옴표 형식으로 인용, 박씨 모친의 취지 정도를 전했다. 

어느 정도 사실 확인을 거쳤는지도 불명확한 내용을 근거로 ‘단독’을 내건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유족 측이 이 메모 내용의 공개를 원치 않았다는 사실이리라. <조선일보>의 이 단독 기사 이후 여타 매체들이 ‘받아쓰기’ 기사를 양산해 냈다. 도대체 누가 <조선일보>에게 유족도 원치 않는 내용을 ‘단독’ 기사화할 권리를 주었나. 

유족 뜻 거스른 <조선일보>, 뜬금없이 ‘좌파’ 운운 <가세연> 

“여자 분인데 얼굴에 계속해서 문제가 생기면 굉장히 마음이 슬플 수밖에 없죠. 대한민국에서 유명인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으면 왜 죽었느냐, 따지는 분들이 많다, 왜 죽었다. 사람의 죽음엔 복합적인 요인이 있는데. 저한테도 진짜 많은 사람들이 연락이 와서, 박지선 왜 죽었어요, (묻는데) 이게 고인을 더 슬프게 만드는 거거든요.” 

과연 누가 고인을 슬프게 만드나. 2일 오후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의 진행자인 전직 기자 김용호씨의 멘트다. 이날 <가세연>은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박씨의 사망 소식을 첫 내용으로 다뤘다. 

<가세연>은 그러면서 유튜브 방송의 ‘섬네일’(메인 화면)에 박 씨의 사진을 내걸고 해당 방송의 제목을 <화장 못하는 박지선(의료사고피해자)>이라고 달아 비난을 자처했다. 일부 시청자들도 실시간 댓글로 이에 대해 항의하기도 했다. 그러자 진행자인 김세의 전 MBC 기자는 “방송 내용이 뭔지도 모르고 말하느냐. 그러는 당신네들은 박지선씨를 위해서 뭘 했느냐?”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김 전 기자는 “의료사고로 한 여인이 정신적 피해를 입을 수 있나, 환기하는 차원에서 자세하게 전해드리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 진행자들은 후반부 박지선씨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그 중 하나는 과거 고인과 함께 방송했던 방송인 박성광씨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 댓글을 다는 일부 사용자들의 몰지각한 행동에 대한 비난이었다. 하지만 누가 누구를 비난하는지 모를 일이다. 

<가세연>은 평소 연예인들에 대한 폭로로 조회 수 장사에 나섰던 채널이다. 특히 전직 연예기자 출신인 김씨와 강용석 변호사는 확인되지 않는 ‘카더라’성 폭로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날 지속적으로 ‘얼굴’, ‘여인’ 등을 강조하는 이들에게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런 <가세연>이 ‘화장 못하는 박지선’이란 제목을 달고 영상을 만든 것에 대해 유족은 어떻게 평가할까. 

   
▲ <이미지 출처=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영상 캡처>

아울러 김씨는 “항상 좌파들이 잘하는 건데, 누군가가 죽으면 그 죽음을 이용해서 또 누군가를 공격을 한다”며 “그런 패턴이 이어지고 있는 게, 이걸 끊어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씨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과 전혀 관계없는 내용은 이후 방송 내내 이어졌다. 과연 <가세연>이 엉뚱한 연예인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 몰려가 악플을 다는 악플러들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인간의 대한 예의’를 고민케 하다

<조선일보>가 단독 기사를 내보낸 것은 3일 새벽이었다. <가세연>의 라이브 방송은 박씨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진 지 불과 채 몇 시간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들이 이리 신속하게 박씨의 사망 소식을 전한 것은 고인과 유족을 위한 것일까,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였을까. 

해가 갈수록 젊은 유명인들의, 여성 연예인들의 안타까운 선택이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와중에 ‘1등 신문’을 자처하는 <조선일보>가 ‘어뷰징’을 늘리려는 의도로 쏟아내 왔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들이 문제시 된 것이 한 두 해가 아니었다. 이제 여기에 비슷한 DNA를 공유한다고 볼 수 있는 <가세연>이 가세한 형국이다. 

씁쓸함을 넘어 이들이 과연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예의’를 고민하는지 고민이 될 정도다. ‘예의’가 없다면 제발 ‘염치’라도 챙기시라. 다음은 한국기자협회의 ‘자살보도 권고기준 3.0’ 중 ‘자살 사건을 보도할 때에는 고인의 인격과 유가족의 사생활을 존중합니다’란 항목이다. ‘인간의 대한 예의’가 어렵다면 고인과 유가족에 대한 일말의 양심이라도 갖추시기를. 

1) 유가족의 심리 상태를 고려하여 세심하게 배려해야 합니다. : 자살 사건 조사와 보도에서 유가족은 다양한 측면에서 힘든 상태이며 자살보도로 더욱 고통받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2) 고인의 인격과 비밀은 살아있는 사람처럼 보호해야 합니다. : 고인의 인격을 침해하거나 비밀을 노출하는 보도는 고인과 유가족의 법적 권익을 해칠 수 있습니다.

3) 유가족의 신분을 노출할 위험이 있는 정보는 보도하지 않습니다. : 자살자의 거주지, 나이, 직업, 경력 등 구체적인 신상을 밝히는 것은 유가족, 특히 어린 자녀들을 보호 하는 데에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4) 유서와 관련된 사항을 보도하는 것은 최대한 자제합니다. : 고인과 유가족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자살의 미화를 방지하려면 유서와 관련된 사항은 되도록 보도하지 않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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