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가운데,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징벌적 손배제가 거론된 배경에는 언론이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크다”면서도 “징벌적 손배가 예상될 경우 (기자들은) 기사쓰기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타당한가’ 긴급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 회장은 “불과 4년 전 국정농단 사태 당시 언론은 엄청난 국민 지지를 받았다”고 되짚었다.

이어 “그런데 징벌적 손배제가 시행되면 기자들은 이처럼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 파장이나 논란, 법적 분쟁까지 휘말리는 취재와 보도 행위에 쉽사리 뛰어들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권력 감시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 호소에도 기사쓰기를 망설일 수 있다”며 “사회적 약자가 언론사에 피해를 제보했지만 보도 이후 가해자 항의와 법적대응 등이 예상될 경우 즉, 징벌적 손배가 예상될 경우 기사쓰기를 주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이날 “국민이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기자들은 ‘검증 없는 받아쓰기’, ‘언론 정파성’을 가장 많이 꼽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 시사인 6월 2일자 <코로나19가 드러낸 ‘한국인의 세계’- 의외의 응답 편> 기사.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 각 분야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언론은 종교기관, 미래통합당과 함께 최하위권을 차지했다. <이미지 출처=시사인 홈페이지 캡처>

관련해 송요훈 MBC기자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우리 언론의 문제가 무엇이고, 왜 국민이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지 잘 알고 있군요”라고 꼬집고는 ‘징벌적 배상이 도입되면 언론의 자유가 위축되고 배상이 두려워 기자들이 고발 기사를 쓰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사실 확인의 의무와 같은 언론윤리강령의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기만 하면 절대 그럴 일이 없다”고 반박했다.

송 기자는 “잘못된 기사는 기자의 책임도 있지만 회사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하며 “징벌적 배상이 도입되면 사주의 부당한 지시나 압력으로 기자의 양심에 반하는 기사를 쓰는 일이 확연히 줄 것이고, 기자들을 기자답게 만드는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자협회는 징벌적 배상을 반대할 게 아니라 자정운동부터 벌여야 한다”며 “기자협회가 언론사 사주들의 이익을 대변해서야 되겠냐”고 꼬집었다. .

그런가하면 방송인 김용민 씨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실효성이 없다며 ‘김용민식 언론개혁 해법’을 제시했다.

김 씨는 28일 SNS에서 “이 제도는 오보면 다 배상하라는 게 아니”라며 “고의적 가짜뉴스만을 문제 삼을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고의적 가짜뉴스’를 규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언론은 당연히 ‘우리 뉴스는 실수였을 뿐 그러지 않았다’라고 주장하며 맞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씨는 ‘고의적 가짜뉴스’ 규명 과정이 길어지게 되면 “시간은 언론사의 것이 된다. 자기를 고발한 당사자와 야합할 시간이 허락되기 때문이다. 고발 당사자도 언론과의 관계를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본다면 결국 소송은 흐지부지될 공산이 크다”고 봤다.

그러면서 “가짜뉴스를 연 X회 정하고 이 X회를 넘어선 언론은 정부광고 및 협찬금 지급 대상 그리고 신문의 경우 구독 대상에서 배제한다. 그리고 이걸 법으로 명시해서 어느 정권도 역행할 수 없게 해봐라. 정부 연 광고비 규모만 1조다. 무시하기란 쉽지 않다. 이것만 하면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들에게) ‘당신의 혈세로 가짜뉴스를 내는 언론을 돕는 게 옳다고 보십니까?’ 이렇게 물어보면 거의 100% ‘아니오’라는 답을 받을 것”이라며 “여당이 우호적 언론을 만들려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건 아니잖는가. 정부 광고비를 통한 언론개혁 선도, 못할 일이 아니다. 명분과 실리가 충분하다”며 이 같은 해법을 제시했다.

▲ 지난 5월 실시한 '언론사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관련 설문조사 <이미지 출처=리서치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