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YTN 화면 캡처>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선처’ 발언에 대해 26일 “상식적으로 맞지 않은 이야기”라며 “참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26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앞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8월 27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택 압수수색 당시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선처’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박 장관이) 어떻게 하면 선처가 될 수 있겠냐라고 여쭤보셔서 조심스럽게 지금 야당이나 언론이 자꾸 의혹 제기하고 나오는데 만약 여기서 그냥 사퇴를 하신다면 좀 조용해져서 저희도 좀 일처리하는 데 재량과 룸(공간)이 생기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상기 전 장관은 “사퇴가 목표가 아니었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발언”이라며 실제 당시에도 그런 대화가 오갔다고 했다. 그는 “가족 누구도 소환한 바가 없고 강력범죄도 아니고 시간을 다툴 사건도 아니었다”며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압수수색을 하는 것은 인사권 침해고 정치 행위라고 지적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특히 ‘선처’라는 표현에 대해 박 전 장관은 윤 총장의 인식을 드러낸 발언이라고 했다. 그는 “옛날 영의정을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고 표현하는데 ‘무인지하 만인지상’이라고 내가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누구로부터도 통제받지 않고 모든 사람을 통제하려는 지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윤 총장의 ‘부하’ 발언에 대해서도 박 전 장관은 “잘못된 인식”이라며 “검찰총장이 통제를 받지 않으면 누구의 통제를 받는가”라고 반문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을 임명해 위임된 권한으로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하게 돼 있다”며 “잘못됐을 때는 선거로 나타난다”고 ‘문민통제’ 원리를 짚었다. 

그는 “오히려 검찰총장이 전국 14개 검찰청, 41개의 지청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휘하는 것이 통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언론이 ‘역대 3번째 지휘감독권 행사’라고 보도하는 것에 대해 박 전 장관은 “비검찰 출신 법무부장관이었기 때문에 기록에 남았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검찰 출신 법무부장관 때는 공개적으로 행사할 필요도 없었다는 걸로 알고 있다”며 “수시로 이루어지고 정말 아주 구체적인 부분에까지 지시가 이루어지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검찰 조직이 비검사 출신 장관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 대해 박 전 장관은 “수사권, 기소권을 통해 너무 권한이 강하고 통제할 제도적인 장치가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개혁은 인사를 몇 번 해서 될 일이 아니고 제도 개혁을 통해 검사들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수처법,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들이 만들어졌는데 그러한 틀 속에서 검사들이 행동해야 되고 그렇게 행동함으로써 사고방식도 그에 맞게끔 정착 된다”고 설명했다. 

▲ 지난 7월 2일 뉴스타파가 보도한 박상기 전 법무장관 인터뷰 내용. <이미지 출처=뉴스타파 보도영상 캡처>

공수처법에 대해선 박 전 장관은 “원래 원내 2개 이상의 야당을 전제로 만들었는데 현재 1개 야당에게 비토권을 주게 된 결과가 됐다”며 “입법 취지에 맞는 공수처장을 과연 임명할 수 있겠는지 굉장히 걱정이 있다”고 우려했다. 

박 전 장관은 거듭 “일본이나 유럽은 100% 정치인 출신이 법무부 장관을 하고 있다”며 “일본은 법조인 출신도 아닌 사람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진국의 국방부 장관은 군인과 전혀 상관없는 장관들이 많다”며 “(우리 검찰 인식대로라면)상상할 수 없는 일, 나라가 무너질 일”이라고 꼬집었다. 

더 나아가 “현직 검사 중에서 검찰총장을 임명하는 것도 한번 재고해 봐야 한다”고 했다. 

박 전 장관은 “판사, 변호사도 15년 이상이면 다 검찰총장을 할 수 있다”며 “사회적 경험도 쌓은 사람이 검찰사무를 더 합리적으로 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그는 “설사 검찰 출신이더라도 현직에서 바로 검찰총장을 임명하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법무장관 임기 중 후회되는 지점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박 전 장관은 “검찰인사”라며 “잘못된 검찰 인사였구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