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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사법부 규탄’…‘손정우 수사’ 책임 떠넘기는 검찰[하성태의 와이드뷰] 대법관 후보 6인의 과거 성범죄 사건 관련 충격적 판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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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 기자  |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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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7.13  10:10:11
수정 2020.07.13  10: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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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들이 대법관 후보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참담합니다. 원래 있는 법도 엄중하게 적용하지 않는 감형의 귀재들이 대법관이 되어서야 되겠습니까?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아직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판사들이 대법관이 되어서야 되겠습니까? 

지금 이곳은 성범죄자들의 천국입니다. 지금의 인식으로는 당신들은 문제해결의 주체가 되기는커녕 영원히 문제의 일부로 남을 것입니다. 참고로 현재 대법관 13명 중 여성 비율은 23%, 3명입니다. 차제에 여성 비율을 30%로 올리고, 젠더의식과 인권감수성을 두루 갖춘 대법관 후보가 임명되기를 바랍니다.”

12일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이 주최한 ‘다시 쓰는 사법정의: 성착취 장려하는 사법부 규탄 집회’ 연단에 선 권김현영 여성학 연구학자의 발언 중 일부다. 이날 권김현영 연구자는 아동 성착취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씨의 미국 인도를 불허한 사법부를 “공범”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앞서 지난 6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강영수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의 대법관 후보 자격 박탈을 청원합니다> 청원은 12일까지 50만에 육박하는 인원이 동의했다. 해당 판결을 내린 강 판사와 사법부 전체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는 가운데, 이날 권김현영 연구자는 대법관 후임 피천거인 심사동의자 30명의 성폭력 가정폭력 성희롱 사건 판결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 <이미지 출처=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그 결과가 사뭇 충격적이다. 조금 길지만, 대법관 후보인 6명의 판사가 과거 내린 성범죄 사건 관련 판결은 우리 사법부의 낮은 성인지감수성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였다. 마치 ‘피해자 중심’은커녕 남성 ‘가해자 중심’으로 법감정이 돌아가는 건 아닌지 확신하게 만드는. 

“대법관 후보 강영수 판사. 손정우의 미국송환을 불허했습니다. 주권국가인 한국의 위신을 이유로 국제적인 아동성착취자를 석방시켰습니다. 

대법관 후보 한규현 판사. 35세 보습학원 원장이 10세 여아를 강간한 사건을 상호동의하에 이루어졌다고 판단하고 8년에서 3년으로 감형했습니다. 

대법관 후보 허부열 판사, 주거침입하여 칼로 위협하고 수차례 성폭행한 성범죄자가 피해자와 몇 개월간 동거한 적이 있어 ‘집착에 이유가 있다’는 이유로 감형했습니다. 노래방 도우미 여성을 살해한 살인범이 수천 만원을 공탁했다는 이유로 감형한 전력도 있습니다. 

대법관 후보 김용석 판사, 성희롱으로 해임된 대학교수의 교원소청심사청구재판에서 해임을 취소했습니다. 권순일 대법관이 성인지감수성 부족을 문제 삼은 판결의 주인공입니다.  

대법관 후보 김홍준 판사. IP카메라 2381대에 무단 접속해 4800차례동안 여성의 나체나 성관계 장면 엿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개월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의 항소심에서 범인이 해당 영상을 ‘유포하지 않았고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대법관 후보 이창한 판사. 도가니 사건으로 알려진 광주 인화학교 항소심 재판 지휘 과정 내내 여성장애인의 인권을 무시했고 이미 복역했다는 것을 가중사유가 아니라 감경사유로 제시하여 감형한 바로 그 판사입니다.” 

   
▲ 여성의당 당원들과 참석자들이 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동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거래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의 미국 송환 불허를 결정한 사법부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고조되는 사법 불신, 책임 떠넘기는 검찰

이렇게 ‘손정우 판결’로 인한 국민들의 ‘사법 불신’이 고조되는 가운데, 검찰 또한 ‘손정우 판결’의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유현정 부장검사)는 최근 손씨 아버지가 손씨를 고소‧고발한 사건을 경찰청 사이버수사과에 넘겼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이례적으로 수사지휘만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검경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검찰이 이목이 쏠린 손씨 관련 후속수사에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관련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웰컴투비디오 사이트 회원들에 대한 철저하고 발본색원적인 수사가 필요합니다(...). 범죄인을 미국으로 인도하지 않고 대한민국이 범죄인의 신병을 확보함으로써 주도적으로 대한민국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관련 수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철저히 진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6일 강영수 판사가 낭독한 손정우 ‘범죄인인도심문’ 결정문 중에서)

이렇게 강 판사는 손씨의 미국 인도를 불허한 이유 중 하나로 철저한 수사를 위해 손씨의 신병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여죄나 공범들을 수사하기 위해 손정우를 풀어줘야 한다는 강 판사의 판결에 많은 이들이 불신을 보낸 바 있다. 

   
▲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인 손정우 씨가 6일 오후 미국 송환 불허 결정으로 석방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이러한 불신을 증명하듯, 검찰은 경찰에 사건을 넘겨 버렸다. 책임 떠넘기기 의혹은 물론이요, 강 판사가 솜방망이 처벌을 위한 보여주기식 판결을 내린 것 아니냐는 의심을 검찰이 증명해 낸 셈이었다. 여기에 대해, 애초 검찰 수사와 기소 역시 도마에 올랐다. 손씨와 손씨 아버지 명의의 계좌 내역이나 자금흐름을 파악했음에도 범죄수익 은닉 관련 혐의로 기소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지적이었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은 범죄수익 등의 취득 또는 처분, 발생 원인을 가장하거나 은닉한 사람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게 규정하고 있다. 범행이 미수에 그친 경우나 범행을 예비 또는 음모한 경우에도 처벌된다.

손씨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풀려났지만, 2심에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이후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지난해 5월 형이 확정됐고, 올해 4월 27일 형기가 만료됐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애초에 손씨에게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더라면 손씨는 더 높은 형량으로 처벌받았을 뿐만 아니라 범죄인 인도와 관련한 사회적인 논쟁이 생길 여지도 없었을 것으로 본다.” (12일 <연합뉴스>, <“수사 제대로 했어야” 손정우 송환 논란에 법무부·검찰 책임론>

사법부와 검찰을 넘어 

“미친 사법부”, “표창장은 꼼꼼하게 나머지는 얼렁뚱땅”, “판사만 공범이 아니고 당시 수사팀도 제대로 삽질했네” 등등. 해당 기사에 달린 포털 댓글 중 일부다. 사법농단 사태와 지난해 이후 높아진 검찰개혁 요구에 더해 손씨를 미국으로 인도하지 않고 풀어준 사법부와 솜망방이 처벌이 가능케 한 검찰 모두에 대한 비판이 공감대를 얻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손정우 판결에 거세게 반발하며 ‘다시 쓰는 사법정의: 성착취 장려하는 사법부 규탄 집회’에 참석한 여성들은 “여성과 아이에게 나라는 없는가”라고 탄식하고,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지금까지의 국가는 국가가 아니었다”고 선언하는 중이다. 

이는 사법부와 검찰은 물론 이를 개혁할 힘을 쥔 정치권을 넘어 남성 중심의 한국사회 전체에 대한 선언이라 할 수 있다. 권김현영 연구자의 다음과 같은 요구가, 선언이 뼈아프게 다가오는 지금이다.

“우리가 이 자리에서 모여서 외치는 것은 당신들에게 보호를 요청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들로부터 우리를 스스로 지키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바로 주권자라고 얘기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당신들의 낡은 정치와 권위주의와 끝없는 책임회피를 반드시 끝장내겠다고 말하기 위해 모인 것입니다.” 

하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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