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무경 의원 등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 추모 및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는 의미가 담긴 8.46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

지난 10일 미래통합당 초선 의원들이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무릎을 꿇고 8분 46초 동안 묵념을 했다. 전 세계가 분노한 미국의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기리는 ‘무릎 꿇기’ 연대에 동참한 것이다. 

이날 통합당 한무경 의원 등 초선 9명은 “우리는 헌법에 규정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그 어떠한 형태의 차별에 대해서 반대한다”며 “우리는 인류 보편적인 가치인 인간의 존엄과 다양성의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는 손 피켓을 들고 “인종ㆍ성(性)ㆍ지역ㆍ학력ㆍ장애 유무 등에 의한 모든 종류의 차별은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행위”라는 뜻을 분명히 한 통합당 초선들의 퍼포먼스를 어떻게 봐라봐야 할까. 통합당 내에서 이러한 구호가 나온 것을 환영해야 할까, 초선들의 단순한 퍼포먼스라며 평가절하 해야 할까. 이를 두고 표창원 전 의원은 13일 <한겨레> 칼럼에서 이렇게 평했다. 

“그동안 소속 정당이 강하게 반대하던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찬성, 아니 입법 발의와 통과를 주도하는 ‘행동’으로 이어진다면 그 진정성을 인정받을 것이다. 민주당 내에도 그동안 성소수자 차별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의원들이 있었던 만큼, 누가 진정 차별과 혐오의 정치를 끝내는 참자유수호자, 진정한 민주주의 선도 정당인지 경쟁할 때가 도래한 것이다.”

정의당, “통합당, 국회도 행동으로 보여 달라” 

그 경쟁에 정의당이 앞장서고 나섰다.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 기자회견’에서 정의당은 20대 국회에서 발의조차 불가능했던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과 관련해 “원내 정당 모두가 차별금지법을 발의하자”고 제안했다. 차별금지법은 정의당의 21대 국회 5대 입법 과제 중 하나다. 앞서 ‘무릎 꿇기’ 퍼포먼스를 벌인 통합당에 손을 내민 것은 물론이었다. 

“우리 안의 혐오와 차별을 끝내는 데에는 여야, 좌우가 있을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다문화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정책토론회를 통해 재난지원금에서 이주민이 배제되는 문제를 시정해야 한다고 당에 제안했다. 

며칠 전 미래통합당 초선 의원들이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면서 단체로 한쪽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국회에서 이제 행동으로 보여 달라. 10년 넘게 추진되어온 차별금지법 제정이 21대 국회에서는 이뤄질 수 있도록 차별과 혐오가 종식될 수 있도록 여야가 중지를 모아주시길 바란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의당 이자스민 이주민인권특별위원장의 읍소다. 정의당이 내세운 21대 국회에서 발의하는 차별금지법의 의의는 ▲ 차별의 의미와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하는 법 ▲ 차별금지 및 예방조치가 필요한 영역과 현장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법 ▲ 처벌보다는 보호와 권리 보장에 초점 ▲한국 사회 인권의 가이드라인 역할 등 네 가지였다. 

‘법안 발의’보다 ‘국회 내 공감대’를 강조한 정의당은 특히 시민들은 물론 원내 정당과의  공감대를 강조했다. 정의당 혁신위원장인 장혜영 의원은 “정의당이 추진하는 차별금지법은 '우리 모두'를 보호하는 법”이라며 “혐오를 처벌로써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법이 아니라, 모든 시민의 안전과 존엄을 위해 민주주의의 원칙을 세우고, 인권에서 물러설 수 없는 가이드라인을 설정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통합당 초선 의원들을 호출하기도 했다. 

“차별금지법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당론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어 계속 논의하겠다고 말씀하신 허은아 의원님, 차별금지가 통합당의 중요한 가치가 되어야한다는 조태용 의원님의 말씀이 저는 반갑습니다. 우리 모두의 자유로운 정치활동을 위해서라도 차별금지법은 반드시 필요한 법이기 때문입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에는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에 대한 차별 금지 또한 포함되어 있습니다.”

▲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 차별금지법 추진위원회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국회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통합당 후보 86%가 반대했던 차별금지법, 민주당은?  

사실 일각에선 통합당의 ‘무릎 꿇기’ 퍼포먼스를 두고 말 그대로 퍼포먼스가 아니냐며 평가절하 하는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이들 초선 의원들의 “모든 차별을 반대한다”는 구호가 과거 통합당의 당론이나 기조와는 동떨어진 것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3일부터 4월 12일까지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동반연) 등 시민단체 42개가 포함된 건강사회단체전국협의회가 서울, 부산, 광주, 대전, 경남과 경북 포항 및 충북 청주지역의 주요정당 국회의원 후보자 384명에게 우편, 직접 방문 등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자.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정의당 소속 후보들은 100%가 찬성했고, 민주당 후보들은 50% 찬성, 50% 유보였으며, 미래통합당 후보들은 86%가 반대했다. 우리공화당 후보들은 100% 반대였다. 표심에 영향일 미치기 위해서인지, 4.15 총선 직전 실시한 조사임을 감안하더라도 정의당 100%, 민주당 50% 찬성, 통합당 86% 반대라는 결과는 꽤나 상징적이라 할 만하다.   

▲ <이미지 출처=국민일보 홈페이지 캡처>

과연 흑인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퍼포먼스에 동참한 초선 의원들의 퍼포먼스를 묵인한 통합당 지도부가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호응할지 말이다. 정의당이나 표 전 의원의 지적처럼, 금번 퍼포먼스가 ‘쇼’가 아니라는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9명의 초선 의원들이 먼저 차별금지법의 국회 내 논의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허나, 찬반이 팽팽한 여당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17대 이후 국회에서 소속 의원들이 꾸준히 발의해왔지만 갈수록 ‘동성애 반대’ 의견을 강화해 온 보수 기독교의 압박에 굴복하듯, 20대 국회에선 따로 발의하거나 크게 논의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180석 슈퍼 여당’이 된 21대 국회에서 마음만 먹으면 통과가 가능한 시점에서 민주당이 정의당과 함께 이번에야말로 ‘차별금지법’ 통과에 힘을 기울일 것인지 지켜 볼 일이다. 한국사회의 인권의 바로미터가 될 ‘차별금지법’ 제정을 두고 여야 중 누가 경쟁에서 앞서가는 지 말이다.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