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채널A와 TV조선에 대해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했습니다. 반발이 거세죠.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방통위는 지금까지 일부 종편사들의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여러 번 ‘조건부 재승인’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조건부 재승인’이 방통위 매뉴얼이냐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어찌 됐든 TV조선의 재승인 유효기간은 2023년 4월21일까지, 채널A는 2024년 4월21일까지 ‘연장’됐습니다. 

▲ 허욱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20일 경기 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기자실에서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채널A에 대한 재승인 심사 전체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방통위는 TV조선, 채널A에 대한 재승인을 조건부 의결했다. <사진제공=뉴시스>

2017년에도 ‘조건부 재승인’ 받았던 TV조선 … 이번에도 ‘조건부’ 재승인

제가 김용민TV <관훈라이트클럽>을 비롯해 KBS 1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CBS 유튜브 <댓꿀쇼> 등에서 이미 언급하기도 했지만, 채널A의 경우 재승인 취소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봤습니다. 

일단 채널A는 기준점수 이상인 662.95점(1000점 만점에 650점)을 받은 데다 과락된 항목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채널A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과 ‘검언 유착’ 의혹이 불거지면서 재승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계량적 점수’에서 이미 기준선을 넘었기 때문에 이 자체만으로 ‘재승인 취소’를 하기엔 방통위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방통위가 채널A에 대해 ‘조건’을 걸고 ‘재승인’을 한 것은 현실적으로 이해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방통위는 ‘채널A의 거짓 해명이 있었거나 수사기관에서 중대한 문제가 확인될 경우 승인을 취소한다’는 조건을 달았는데요, 이 얘기는 향후 검찰 수사 결과 등에 따라 재승인이 번복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검찰 수사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도 적지 않기 때문에 이 또한 논란의 여지는 많습니다. 

어찌 됐든 채널A에 대한 방통위의 ‘조건부 재승인’에 대해선 일정 부분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 있습니다. 

하지만 TV조선에 대해선 솔직히 고개가 좀 갸우뚱해집니다. TV조선은 지난달 방통위 심사에서 총점 653.39점(1000점 만점)을 받아 재승인 기준인 650점을 넘기긴 했습니다만, 중점심사 항목인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의 실현 가능성’에서 기준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이른바 ‘과락’이 된 겁니다. 

중점심사 항목에서 과락을 맞았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재승인 취소가 가능한 상황인데 방통위는 이번에도 또 다시 ‘조건’을 달아 재승인 했습니다. △차기 재승인 심사에서 공정성 부문 등 동일한 중점 사항에서 연속 과락이 발생하거나 △총점이 기준점수인 650점 미만으로 나올 경우, 재승인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저는 방통위가 TV조선에 대해 ‘정치적 판단’을 한 것으로 봅니다. 재승인 취소 결정을 했을 경우 향후 전개될 정치적 역풍을 우려했다는 얘기입니다. 

미디어오늘 등이 보도했지만 2018년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마련한 방송법 개정안에 따라 방송사가 방통위로부터 재승인 탈락 점수를 받아도 면허가 즉각 회수되지 않고 1년간 연장됩니다. 

이렇게 방송법을 개정한 이유는 “시청자와 노동자 피해를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새 사업자 선정과 사업권 이전, 고용 승계 등의 절차를 위해’ 최소한의 유예기간을 두자는 차원인데 문제는 이 때문에 재승인에서 탈락한 종편이라도 1년간 방송사업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0일 경기 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채널A에 대한 재승인 심사 전체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향후 ‘정치적 역풍’ 우려한 방통위의 ‘정치적 판단’ 

만약 방통위가 TV조선에 대해 재승인 취소 결정을 내렸다면 TV조선이 이를 순순히 수용했을까요? 가능성 제로입니다. TV조선은 물론이고 조선일보를 비롯해 보수신문이 ‘문재인 정부가 비판 언론을 탄압한다며 반발하고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무슨 얘기냐? 이 문제가 정치 쟁점화된다는 얘기입니다. 일각에선 총선 패배로 당내 갈등과 내분이 계속되고 있는 미래통합당에게 ‘반격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뿐인가요. TV조선이 소송에 나설 경우 그 자체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지금 재판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만, 만약 방통위가 패소할 경우 어떻게 될까요.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죠. 방통위는 이런 정치적 부담을 우려해 재승인 취소보다는 ‘까다로운 조건’을 달아 재승인 쪽에 방점을 실은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런 상황’을 고려한 방통위 결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여전히 남겨진 문제는 있습니다. 아니 많습니다. 오늘(21일) 한겨레가 사설에서 지적했는데 일단 인용합니다. 

“이번에 불거진 문제가 반복되면 바로 취소한다지만, 심사는 다음 정권의 일이다. 그동안 티브이조선은 재승인 조건들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공적 책임 등 중점 심사 항목에서 연속으로 기준에 미달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그러면서 오보, 막말, 편파 방송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중징계를 받으면 행정소송을 제기해 재승인 검증을 우회하는 편법을 쓰기도 했다. 티브이조선이 이번에는 다르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사실 방통위의 이번 ‘조건부 재승인’에 유의미한 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TV조선과 채널A의 실질적인 오너들에게 경영에서 손을 떼라고 한 점 △소유 경영 분리를 통한 방송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자가 방송사의 사내이사를 하지 않도록 할 것 △최대주주사(조선·동아일보)에서 TV조선이나 채널A로 기자 또는 PD 직군의 직원을 파견하는 것을 해소하도록 노력할 것 등을 ‘권고’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방통위가 내건 ‘조건’에 유의미한 측면도 있지만 문제는 실효성 확보 

과거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엄격한 재승인 조건을 제시한 건 분명합니다. 문제는 이런 ‘조건들’이 권고라는 점입니다. 

물론 권고라 하더라도 이행점검을 하게 될 것이고.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조치’가 내려질 겁니다. 하지만 과연 실효성 있는 ‘조치’가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 부호가 찍히고 있습니다. 

재승인 취소를 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는 데도 ‘조건부 재승인’을 결정한 방통위가 과연 ‘다음엔 제대로 된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향신문이 오늘(21일) 사설에서 지적했듯이 “재승인 심의·의결 기구인 방통위가 매번 ‘조건부’ 카드만으로 단순 통과의례처럼 재승인 심사를 실시한다면 요식 행위에 그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인데, 이런 비판이 이번에만 적용될 거라는 장담을 누가 할 수 있을까요. 

방통위의 TV조선 ‘조건부 재승인’ 결정이 우리 사회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는 얘기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