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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취재윤리 파문 ‘어정쩡한 양비론’이 더 문제[기자수첩] 채널A와 조선일보도 문제지만 MBC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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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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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4.11  10:12:19
수정 2020.04.11  10: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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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의 핵심은 제쳐둔 채 MBC에 자료를 건넨 제보자의 범죄전과나 숨은 의도를 캐내기 바쁜 조선일보도 문제지만, 이에 맞서 2년 전 보도한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 딸의 운전기사 상대 폭언 녹취록을 공개하겠다는 MBC 기자의 으름장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쯤 되면 진흙탕 싸움 아닌가.”

오늘(11일) 한국일보에 실린 칼럼 <취재윤리, 공격이 아닌 성찰의 무기> 가운데 일부입니다. 이희정 한국일보 미디어전략실장이 썼습니다. 

해당 칼럼에는 언론계 종사자라면 한 번 정도 고민해봐야 할 내용이 있습니다. 반성과 성찰을 필요로 하는 대목도 있구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칼럼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도 있다고 봅니다. 제가 오늘 하려는 얘기는 그 부분입니다. 

   
▲ <이미지 출처=한국일보 온라인판 캡처>

채널A 취재윤리 파문과 조선일보의 MBC 공격…언론계는 얼마나 이 문제를 제대로 조명했나 

이희정 실장은 채널A의 취재윤리 위반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입장을 보입니다. 칼럼의 많은 부분도 ‘그런 점’에 대해 할애하고 있구요. 하지만 균형을 맞춰야겠다는 강박 때문일까요? 채널A의 ‘취재윤리’ 문제와 이를 비판하는 MBC를 동등비교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물론 저 역시 ‘2년 전 보도한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 딸의 운전기사 상대 폭언 녹취록을 공개하겠다는 MBC 기자’의 경고가 적절했다고 보진 않습니다. 

기자는 의혹이 있으면 취재를 통해 근거를 확보하고 내부 논의를 거쳐 보도를 하면 되는 것이지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이렇게 하겠다’는 말을 하는 건 온당한 태도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MBC 기자의 발언에 비판받을 부분이 분명 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MBC 기자의 ‘이 발언’과 ‘의혹의 핵심은 제쳐둔 채 MBC에 자료를 건넨 제보자의 범죄전과나 숨은 의도를 캐내기 바쁜 조선일보’를 동등비교하는 건 공정한 태도가 아닙니다. 

물론 실제 MBC가 그렇게 보도를 했다면 그건 ‘강하게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봅니다만, 실제 여러 차례 실체적 진실을 외면하고 MBC를 공격하는 보도를 해온 조선일보와 여기에 대한 일정한 ‘반작용’으로 발생한 MBC 기자의 발언을 동일선상에 놓는 건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이희정 실장은 해당 칼럼에서 이런 부분을 언급하며 ‘진흙탕 싸움 아닌가’라고 했지만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한국일보가 경중을 가려야 할 사안에서 구분을 하지 않고 양비론으로 일관하지 않았나 – 저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일보는 ‘채널A 취재윤리 문제’에 얼마나 적극적이었나 

이희정 실장은 해당 칼럼에서 “녹취록을 통해 드러난 기자의 취재 행태도 충격적이지만 소속사의 대응, 일부 언론사들 간 이전투구도 몹시 실망스럽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솔직히 ‘이런 식의 양비론’을 펼치는 한국일보가 실망스럽습니다. 

일단 한국일보는 채널A 취재윤리 파문이 불거진 이후 이 문제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실장은 이 문제를 대하는 언론계를 향해 “시대가 요구하는 언론의 역할을 정립하고 낡고 병든 관행을 타파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을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지만 정작 한국일보는 ‘그런 낡고 병든 관행을 타파하는’데 얼마나 적극적이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채널A 취재윤리 파문이 불거진 이후 언론계의 ‘침묵’에 한국일보는 얼마나 비판적이었나요. 아니 한국일보는 채널A 파문을 ‘낡고 병든 언론계 관행을 타파하는’ 계기로 삼고자 얼마나 노력했나요. (정말로 저는 잘 보이지 않아서 묻고 있는 겁니다.) 

또 검찰과 언론과의 유착 의혹이 불거졌을 때, 법조 출입기자단의 폐쇄성과 특권의식이 비판받을 때 한국일보는 얼마나 그런 ‘관행으로부터 탈피하려는’ 노력을 보였는지요. 

이희정 실장은 오늘(11일) 칼럼에서 중립적인 위치에서 언론계를 향해 준엄한 질타를 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일보 역시 ‘그런 낡고 병든 관행’에서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무슨 얘기냐? ‘전지적 시점’에서 채널A도 문제이고, 조선일보도 문제고, MBC도 문제라고 할 게 아니라 한국일보부터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이희정 실장은 “조국 사태와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대립해온 언론사들 간 다툼으로 번졌다”고 했는데 저는 이런 시각 자체가 상당히 위험하다고 봅니다. 녹취록이라는 확실한 근거가 있고, 취재윤리 위반이 명확한 상황이라면(채널A 경영진도 인정한) ‘그 자체’만으로도 언론계는 강도 높은 비판을 해야 하는 게 온당합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 실장은 ‘조국 사태’를 언급하면서 ‘언론사간 다툼’으로 연결을 시키는 걸까요. 이희정 실장은 “양비론으로 퉁치자는 얘기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저는 이 칼럼이 그렇게 ‘읽힐 소지가 다분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저는 채널A 취재윤리 파문 자체도 심각한 문제지만 이 사안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는 기성 언론, 어정쩡한 양비론’으로 보도하는 일부 언론도 문제가 적지 않다고 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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