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털’ 금태섭, 경선 탈락…‘청 하명수사 의혹’ 황운하는 승리> 

오늘(13일) 경향신문 10면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미운털’이라는 수식어가 어떤 근거를 가지고 등장했는지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경선을 했고, 현역 의원이 정치 신인에게 패했습니다. 

금태섭 의원에 대한 호불호 그리고 이런 결과에 대한 평가를 떠나 ‘경선 결과’를 전하는 언론이라면 최소한 ‘객관적 사실’에 기반해야 합니다. 당연히 제목도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 <이미지 출처=경향신문 홈페이지 캡처>

‘미운털’ 금태섭? 지극히 주관적 표현으로 경선 결과 프레임 짜는 언론

대체 경향신문은 뭐가 미운털이라는 걸까요? 민주당원과 시민들의 선택이? 정당 정치에서 당원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투표를 통해 표현하는 게 문제가 있다는 걸까요? 

이번 결과가 4월 총선에서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 이를 전망하는 기사에서 ‘이런 부분’이 들어갔다면 어느 정도 이해는 했을 겁니다. 

하지만 경향은 다짜고짜(?) ‘미운털’이라는 제목을 뽑고 “당 일각에선 지역구 현역 의원을 단수 공천하지 않은 배경을 두고 금 의원이 조국 전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비판성 질의를 하고, 당론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처리 과정에서 기권한 것에 대한 징계성 결정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고 분석합니다. 

그럼 경향은 금태섭 의원에 대해선 단수 공천을 했어야 ‘공정했다’는 얘기인가요? 서울 강서갑에 출마하려는 민주당원이 있는데 지도부가 ‘이들을 무시하고’ 금 의원을 ‘세게’ 밀어줬어야 한다는 말인가요? 

저는 경향신문이 경선 결과라는 사실과 자신들의 가치가 뒤섞인 ‘비빔밥 기사’를 내보낸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미운털’이라는 가치 판단은 해당 기사를 쓴 기자와 데스크 그리고 경향신문이 보기에 그렇다는 걸까요? 정말 이해가 안 가는 부분입니다. 

서울신문도 오늘(13일) 9면에 비슷한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제목이 <친문에 미운털 박힌 금태섭… 여론조사에 밀려 패배>입니다. 기사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권리당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문재인 대통령 열혈 지지자들은 그동안 권리당원 게시판에 당의 방침과 다른 의견을 제시하거나 쓴소리를 해 온 금 의원이 공천받으면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여 왔다.” 

저는 ‘쓴소리’ ‘당의 방침과 다른 의견’이라는 언론의 수식어가 정당한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금태섭 의원은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 때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고, 공수처 설치 법안에 반대했습니다. 

저는 조국 전 장관에 대한 평가는 우리 사회에서 의견이 극명하게 나뉘는 만큼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금 의원 입장을 존중한다는 얘기입니다. 

▲ <이미지 출처=서울신문 홈페이지 캡처>

‘공수처 반대’가 쓴소리? … 당론에 반대하면 무조건 쓴소리인가 

하지만 대표적인 검찰 개혁 법안인 공수처 설치 법안에 대해 금 의원이 반대 의견을 낸 것에 대해, 적어도 민주당원들은 경선 과정에서 평가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봅니다. 저는 그 평가를 이번 경선에서 내렸다고 봅니다. 

물론 이런 결과가 이번 4월 총선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서울신문은 “중도층과 비판적 지지층 표심에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총선 전체 판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고 했습니다.  

서울신문 뿐만 아니라 오늘(13일) 발행된 상당수 신문이 비슷한 분석을 했습니다. 저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봅니다. 총선은 특히 변수가 많기 때문에 섣불리 단정할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저는 오히려 경향·서울신문이 금태섭 의원 경선 결과를 지나치게 ‘오버 해석’해 이번 전체 총선 결과로까지 무리하게 연결시키려는 건 아닐까 –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저는 금태섭 의원 경선 탈락을 보도하는 상당수 언론 보도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사실 보도’가 아니라 ‘자신들의 관점이 지나치게 반영된 주관적인 가치 위주’ 보도를 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덧붙이면. 이런 기사 쓸 때 ‘쓴소리’라는 추상적인 단어는 앞으로 가급적 지양했으면 합니다. 정확히 표현하세요. ‘공수처 설치 반대한 금태섭 의원 경선 탈락’ 혹은 ‘조국 전 장관 반대한 금태섭 의원 경선 탈락’ - 이렇게 말이죠. 

그거 아십니까. ‘쓴소리’ ‘미운털’이라는 수식어에는 ‘민주당=나쁜 놈’ ‘금태섭=착한 비판론자’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는 걸. 

▲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2019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만약 ‘검찰 개혁 반대한’ 금태섭으로 표현한다면? 

만약 제가 ‘검찰 개혁 반대한 금태섭 경선 탈락’이라는 제목을 뽑는다면 기성 언론 종사자분들은 동의하시겠습니까. 아마 대부분 안 할 겁니다. 왜냐? ‘편파적인 제목’이니까요. 그런데 여러분들이 지금 그런 ‘편파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최소한 오늘(13일) 한겨레처럼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 강서갑 경선 탈락>이라고 제목을 뽑는 게 나았다는 말입니다. 조중동과 다른 언론은 더 심하지 않았냐구요? 그래서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겁니다. 한국 언론의 정치보도 – 정말 문제 많습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