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코로나바이러스로 일본 전국이 비상시국인 시점에서 사이타마현 사이타마시의 대책위원회가 시가 보유하고 있는 비축용 마스크 24만매 중 18만매를 시내의 아동클럽, 노인요양시설, 보육원, 유치원 등의 직원용으로 배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조선유치원 측에서 마스크를 받으러 가니 ‘해당하지 않는다’며 지급을 거절했다고 합니다. 국가와 지자체가 똘똘 뭉쳐 차별하는 것은 ‘생명과 건강’이 걸린 문제에서도 예외가 없습니다. 이 일본이라는 나라는.... 조선학교 유치원은 유치원도 아니란 말입니까. 사람도 아니란 말입니까?” 

다큐멘터리 <우리학교>의 연출자이자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사람들’ 몽당연필에서 활동 중인 김명준 감독이 일본을 향해 격하게 항의했다. 11일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다. 재일본조선인 인권협회 김봉길 회장 역시 항의문을 통해 일본 사이타마시 시미즈 하야토(清水勇人) 시장에게 묻고 있었다. 

“놀랍게도 오늘(11일)은 9년 전에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날입니다. 당시 센다이에 있는 조선학교에서 실시한 ‘식사 나눔’에는 많은 일본 시민들도 참가해 국적이나 민족의 구별 없이 함께 음식과 물품을 나누었습니다. 

마찬가지로 1995년의 한신 아와지 대지진 때에는 효고현 내 조선학교에서 한 ‘식사 나눔’에 많은 일본시민이 참가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격의 없이 서로 돕는 일이 당연한 것을 사이타마 시에서는 그게 안 되는 이유가 과연 왜일까요?“

사이타마시에 거주하는 재일조선인들을 분노에 휩싸이게 한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최근 일본 사이타마(埼玉)현 사이타마시 당국이 코로나 19 대처의 일환으로 평소 비축해놓은 마스크를 관내 유치원과 보육원 등에 배포했다. 하지만 유독 오오미야에 위치한 사이타마 조선초중급학교(유치부도 병설)만 제외했다. 일본의 재일조선일을 상대로 한 ‘마스크 차별’ 논란이 불거질만한 사안이었다. 11일 이날 <연합뉴스> 보도를 좀 더 보자. 

▲ <이미지 출처=‘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사람들’ 몽당연필 홈페이지 캡처>

이어지는 항의. 명백한 차별

“사이타마시는 지난 9일부터 관내 유치원과 방과 후 아동클럽 등 1천여 곳의 어린이 관련 시설에 약 9만3천 장의 비축 마스크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배포량은 시설당 50장들이 1상자 정도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 당국이 지도·감독하는 시설’이 아니라는 이유로 41명이나 다니는 조선초중급학교 부설 유치부는 배포 대상에서 뺐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박양자 원장 등 사이타마 조선학교 유치부 관계자들은 사립유치원 등 현(縣) 당국이 감독하는 시설도 배포대상이 된다면서 재일 조선인을 차별하는 정책이라고 사이타마 시청을 찾아가 항의했다. 이에 사이타마시 간부는 뒤늦게 배포 대상에 조선학교 유치부를 포함하는 쪽으로 재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것은 시 직원의 해명이었다. 박양자 원장 등 사이타마 조선학교 유치부 관계자들이 항의를 위해 시를 찾았고, 이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시 직원이 “(조선학교가 마스크를) 다른 곳에 팔아넘길지 모른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뱉었다는 것이다. 

이튿날인 11일, 시 담당 간부는 박 원장 등에게 해당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취지의 사과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사이마타시의 명백한 차별 행위에 대한 재일조선인 사회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날 재일조선인과 관련 단체 및 회원 등은 사이타마시에 항의 방문과 전화와 팩스 등으로 항의운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시가 차후 마스크 배포를 확실하게 약속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런 결정에 이른 시의 해명 근거 자체가 의심스러웠다. 김 회장은 항의문에서 사이타마시가 직원용 마스크를 배포한 ‘인가 보육소’, ‘인가 유아원’, ‘사립 유치원’, ‘소규모 보육사업소’ 등 관내 8개 어린이 관련시설을 명시했다. 물론 사이타마 조선초중급학교는 빠져 있었다. 

김 회장은 “감염병 대책의 일환으로 이 학교에도 휴교를 촉구하는 ‘코로나19 감염병 대책을 위해 외국인학교 등의 대응에 관하여’라는 요청연락을 받았습니다”라며 “이와 관련해 후생노동성에서는 휴교조치에 따른 시책으로 ‘코로나19 감염증에 의한 소학교 휴업대응 조성금’을 지급기로 했는데, 이 조성금 제도에는 학교교육법 상 ‘각종학교’인 조선학교도 대상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즉, 사이타마시가 휴교는 요청하면서도 마스크는 주지 않은 것이다. 상급기관이라 할 수 있는 후생노동성(우리의 보건복지부)이 ‘휴업대응 조성금’을 지급하기로 한 학교에 말이다. 사이타마시가 코로나 19라는 중차대한 재난 상황 앞에서 아이들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재일조선인(아이들)을 노골적으로 차별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항의운동 부르는 일본 사이타마시, 그리고 아베 정권 

“언론에서는 ‘사죄하고 배포를 재고’하겠다고 발표되었으나 ‘차별은 없다’ ‘우선순위’ 등 말도 안되는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고 하네요. 오늘 아침에는 사이타마 조선유치원에 이름모를 어떤 시민이 마스크와 휴지를 두고 갔다고 하고, 동포 단체에서 마스크를 기부했다고 하는 좋은 소식이 들리기는 하지만 정당히 세금을 내고 있는 우리 동포 아이들이 차별을 받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12일 오후 김명준 감독이 전한 상황이다. ‘전매’라는 이유도 어이없지만, 배포를 아직 결정하지 않은 사이타마시의 지지부진한 결정 또한 유감스럽다. 책임자 면담 또한 거부 중이라고 한다. 반면 재일조선인 동포 사회가 발 빠르게, 자발적으로 마스크 등 기부를 펼쳐나간다는 사실은 사뭇 감동적이다. 몽당연필 또한 ‘사이타마시 항의 팩스보내기 운동’ 등 항의 운동에 동참하고 나섰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유행으로 위축되는 중에도 재일동포들은 차별의 두려움에 맞서고 있습니다. 문제는 마스크 한 상자가 아닙니다. 조선학교가 얼마나 일상적인 차별과 배제의 대상인지가 마스크 한 상자에서까지 느껴져 분노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이 부당한 차별에 대해 함께 강력히 항의합시다!(중략)

‘재판매 우려가 있다’며 배제하는 것은 심각한 아동 인권 차별이다! 이는 한국 시민도 같은 민족으로서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방지 대책도 차별을 일삼는 사이타마시에 강력히 항의하고 이를 시정 할 것을 요구한다!”

▲ <이미지 출처=‘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사람들’ 몽당연필 홈페이지 캡처>

그저 마스크 몇 장일 수 없다. 코로나 19 사태의 심각성을 아직 인식하지 못한 일본 공무원의 무지의 발로라 치부해서도 안 될 듯 싶다. 행여 코로나 19가 일본 내에서 더 확산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이타마시의 이번 차별 행위가 일본의 재일조선인과 조선학교를 향한 뿌리 깊은 차별의 발로가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난 2013년부터 고교 수업료 무상화 대상에서 조선학교를 제외해 버린 아베 신조 정권이 코로나 19에 대한 정치적 대응으로 한국과 맞서고 있는 시국 아닌가.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