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백병원 입원 환자의 코로나19 확진과 관련 조선일보가 대구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보건소에서 진단 검사를 거부당했다고 보도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많은 언론들은 해당 내용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의료진의 진료거부 문제를 주목해 다뤘다. 그러나 관련 보건소측은 해당 환자(78세 여성)가 온 적이 없다며 조선일보에 CCTV까지 확인해 알려줬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9일 4면 <“대구 거주자 아니다” 거짓말…서울 백병원 뚫렸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병원 측에 따르면 A씨는 최근 대구에서 서울의 모 대형 병원을 오갔다”며 “구토와 복부 불편감을 느낀 A씨는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에 있는 딸 집에 올라와 다시 해당 병원에 가려 했으나, 대구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진료 예약을 거부당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이후 한 개인 병원을 방문하고 보건소에서 우한 코로나 진단 검사를 받으려 했으나 이마저도 거부당했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 9일자 4면 <“대구 거주자 아니다” 거짓말…서울 백병원 뚫렸다> 기사

상당수 언론들은 확진 환자의 거짓 진술과 함께 의료진의 진료 거부 문제를 주목해 보도했다. 

‘거짓진술 확진자 엄벌 vs 대구출신 진료거부 막아야’ 논란 가열(3/9 연합뉴스)
“대구 거주 이유로 병원서 거부, 거짓말”..처벌 ‘딜레마’(3/9 JTBC)
“서울백병원 오기 전 모 병원 예약, 대구에서 왔다는 이유로 진료 못받았다?”(3/9 세계일보)
“대구·경북 사람은 아프면 어디로 가야 합니까”.. 백병원 사태 딜레마(3/10 한국일보)
“대구 사람은 아프면 어디로?”..진료 거부 ‘딜레마’(3/10 MBC)
원격진료·무조건 PCR 검사..‘대구 낙인’ 진료 거부에 환자들 설움(3/10 중앙일보)
서울백병원 대구환자 거짓말 논란..‘진료거부’ 병원도 처벌(3/10 머니투데이)

해당 내용은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도 논란이 됐다.

기자들은 브리핑에서 “보건소에 찾아갔지만 진료 또는 검사를 거부당했다고 하는데 어느 병원인가”, “보건소에서 검진을 못 받았다고 한다, 1339 상담 이력이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질문했다. 

이에 정은경 본부장은 “백병원 관련해 팩트 체크가 필요하다, 1339 상담 이력도 정보 확인이필요하다”며 “답변 못해 송구하다”고 답했다. 

조선일보는 9일자 4면 지면기사에 보도한 ‘보건소 진료 거부’ 부분을 온라인판에서는 삭제했다. 

조선일보는 “이후 한 개인 병원을 방문하고 보건소에서 우한 코로나 진단 검사를 받으려 했으나 이마저도 거부당했다”라는 대목을 “이후 A씨는 마포구 소재 한 내과를 방문한 뒤 약국에 들린 후 딸의 집에 머물렀다”고 수정했다. 

조선일보 배준용 기자도 페이스북에 올린 후기 형식의 글에서 오보를 시인했다. 배 기자는 “오늘 마포구에 확인한 결과, 할머니는 마포구 한 내과를 방문했지만 마포구 보건소에는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잘못된 정보를 일부 전해드린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고 미디어오늘은 전했다. 

마포구 보건소측은 “조선일보 기자가 70대 여성이 보건소에 다녀갔는지 물어서 해당 여성의 신분을 확인하고 CCTV까지 확인해 온 적이 없다고 알려드렸다”며 “보건소에서 진료를 거부당했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말이 안된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은 배준용 기자는 10일 통화에서 “공식 입장은 경영기획실에 문의하라”고 했고 조선일보 경영기획실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지난 2월 21일 오후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해당 내용은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 확산되며 도마 위에 올랐다. 

송일준 광주MBC 사장은 “왜 이러는 걸까? 치고 빠지는 게릴라전술일까?”라며 “코로나 전쟁에서 조선일보의 적은 누구인가?”라고 놀라움을 표했다. 

치과원장이라는 네티즌 ‘dental********’은 “조선일보가 거짓뉴스 반복하다 이젠 확진자가 보건소에서 진료거부 당했다고까지 거짓뉴스 썼네요”라며 “국가위기 사태에 이러는 건 국가전복을 바라는 언론 아닌가”라고 개탄했다. 

3만5000여개의 ‘좋아요’를 받은 네티즌 ‘프**’은 “인터넷 시대가 오지 않았으면 아직도 아침마다 말도 안되는 소리와 가짜 소식에 나라가 썩어갔을 생각을 하니 간담이 서늘하네”라고 적었다. 

네티즌 ‘m**’은 “말도 안되는 오보를 내고도 슬그머니 삭제하고 페이스북에 사과 한 줄 올리는 것을 두고봐야 하나”라며 “배 기자로 인해 쓸데없는 행정력 낭비가 되었고 한동안 질본은 쩔쩔매야 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