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가 윤석열 검찰총장 장모 의혹을 보도하기 직전 SBS가 ‘라임사태’ 단독 보도를 한 것에 대해 최경영 KBS 기자가 10일 “과연 우연일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MBC ‘스트레이트’는 9일 ‘검찰총장 장모님의 수상한 소송’ 편에서 윤 총장의 장모 최모씨의 2013년 ‘사문서 위조 사건’, 2015년 ‘요양병원 의료법 위반 사건’, 2011년 ‘사업가 정대택 씨와의 분쟁 사건’ 사건 등을 집중 추적해 보도했다(☞MBC <스트레이트> 윤석열 보도에 나경원 남편 등장.. 왜?).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해당 방송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수도권 가구 기준 시청률 8.3%, 전국 가구 기준 시청률 8.0%을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이에 앞서 SBS <8시>뉴스는 <“靑 행정관이 막았다”..라임 의혹 녹음파일 확보> 기사에서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가 수사 중인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사태 관련 단독 보도를 내보냈다. 

수사 대상에 오른 핵심 인물인 증권사 전 간부 장모씨의 육성이 담긴 녹음파일을 공개한 것이다. 

녹음 파일에는 지난해 12월 장씨가 피해자를 만나 금감원 출신 전직 청와대 행정관의 명함을 보여주며 “사실 라임 거요, 이분이 다 막았었어요”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SBS는 장씨가 언급한 인물은 “금융감독원에서 청와대로 파견돼 당시 경제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청와대는 10일 기자들과 만나 “보도에 등장하는 전직 행정관은 현재 금감원 소속으로, 본인에게 확인했더니 라임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에 어떤 지시도 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직 행정관은) 기사의 녹음 파일 내용은 사실무근이고, (보도에 나온) 증권사 직원을 잘 알지도 못한다고 한다”면서 “언제든 진실 규명을 위해 어떤 조사든 받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 <이미지 출처=SBS 화면 캡처>

이에 대해 최경영 기자는 페이스북에 “어제 MBC 스트레이트에서 ‘검찰총장과 장모님’편을 하기 전에 SBS에서 검찰발 단독보도를 한 것이 과연 우연일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최 기자는 “통시적으로도 그렇고. 최근의 사례들도 마찬가지”라며 “삼성이 물타기하는 법, 기사를 기사로 밀어내는 법, 언론 경쟁사들을 활용하는 법 등등이 검찰의-나는 장난질로 판단하는-언론플레이와 매우 유사하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이 ‘SBS가 단독이라고 했는데 납득이 안 간다’고 하자 최 기자는 “저도 웃겨 혼났다”고 공감을 표했다.

최 기자는 “금감원 출신 행정관이 청와대 들어가면 일 터지면 이것저것 금감원, 은행 등에 물어보는 것이 일일텐데 그게 업무상에서 나온 말실수인지, 오해인지, 뭘 어떻게 무마시켰다는 건지 아무런 팩트도 없는 단독보도라니. 그것도 검찰발로”라고 기사의 허술함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기자는 “만약 청와대에서 이런 실소가 나오게 하는 언론플레이를 했다면 그걸 과연 받았을까”라며 “받은 언론사에 대해 조중동이 가만히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검찰의 허술함도 꼬집었다. 

김기철 매일경제 기자도 “먼저 웃고 시작하겠다”며 실소를 터뜨렸다.

그는 “녹취록의 주인공이 누군지, 그리고 녹취가 된 시점이 언제인지부터 확인해야 이 녹취록의 보도가치가 결정된다”고 지적했다. 

김 기자는 SBS가 익명으로 보도한 장모씨의 실명을 언급하며 “네이버로 뉴스 검색만 해보면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나온다”고 했다. 

김 기자는 “대신증권 반포지점에 있을 때 라임펀드를 엄청 판 사람”이라며 “고객들의 돈이 라임에 엄청 몰려서 고객들로부터 ‘내 돈 돌려줘’라는 압박을 엄청 받은 사람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녹음 시점이 12월 초인 것에 대해서도 김 기자는 “아직 삼일회계법인의 실사가 시작도 안된 시점이어서 펀드의 향방이 결정되지 않은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자, 이럴 때 피해자가 찾아와서 ‘야, 내 돈 어떻게 되는 거야?’라고 하면 이런 종류의 사람은 어떻게 대응할 것 같은가요?”라고 가상 상황을 제시했다. 

그는 “‘아이고 형님, 걱정 하지마. 라임자산운용은 청와대에서 뒤를 봐주는 회사야. 그리고 ‘회장님’이 돈을 끌어와서 다 정상화시켜줄 거야. 걱정을 하덜덜덜 마세요’ 이렇게 얘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큰 의미 없는 발언일 수도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김 기자는 “신뢰할 수 없는 내용이라는 것”이라며 “말로써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다”고 증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12월초 저 녹음이 있고 난 뒤의 진행상황을 보면 저 말은 아무런 진실성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자신도 장씨를 만난 적이 있다며 김 기자는 여러 말을 했지만 증거를 제시하지 않아 기사를 쓸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기자는 “왜 이런 설익은 내용을 검찰이 공개했을까요”라고 검찰을 겨냥했다. 

☞ 관련기사 : 김정철 변호사 “SBS 녹음파일, 내가 제공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