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이 대기업을 이끄는 기업인으로 공인이기는 하지만 이혼 소송 중 생활비 지급 여부 등을 ‘가세연’에서 유튜브로 드러낼 필요가 있냐.”

22일 <뉴시스>가 보도한 <최태원 “노소영 생활비 꾸준히 줬다”…송금내역 법정공개> 기사에서 재판부가 ‘가로세로연구소’ 측에 던졌다는 질문이다. 유튜브로 드러낼 필요?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있을 리 없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이렇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제3의 내연녀’ 등 의혹 제기 발언을 이어간 강용석 변호사 등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을 상대로 제기한 허위사실유포금지가처분 소송 첫 심문기일이 열렸다. 

▲ <이미지 출처=뉴시스 홈페이지 캡처>

<뉴시스>에 따르면, 위와 같은 재판부의 질문에 가세연 측은 “수년 전부터 이미 국민적 관심사라는 측면에서 소송을 제기하며 스스로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또 재판부가 “가세연이 국민들의 의문점을 풀어주려고 한다는데 설립 목적이 무엇이냐”고 묻자 가세연 측 법률대리인은 “사실은 저도 보지는 않았다”고 답했다고 한다. 

재벌 회장도 개의치 않는다. 연예인은 물론 비연예인도 상관없다. 정치적인 진영만 달리한다면 정치인도 오케이다. 금전적인 이득만 과하다면, 정치적 진영조차 상관없을지 모를 일이다. 이렇게 변호인도 설립 목적 따위 개의치 않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의 도 넘은 행태가 여론의 도마에 오른 지 오래다. 

오로지 55만에 달하는 극우/보수 성향 구독자들과 가세연의 폭로전을 기사화해 ‘어뷰징’ 장사에 열을 올리는 매체들만이 이들을 반길 뿐이다. 그렇다면 현직 변호사들은 강 변호사와 가세연의 이러한 행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또 대한변호사협회는 강 변호사의 이러한 변호사로서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왜 눈감고 있는가. 

한결 같은 현직 변호사들의 반응

“본인이 고소대리를 하면서 그 상대방 측에 대해서 본인이 하고 있는 유튜브를 이용해서 사생활 폭로를 하는 것은 변호사로서는 사실은 상당히 부적절합니다. 그래서 대한변협에다가 변호사 품위유지 규정을 적용해서 징계, 그럼 변호사 업무정지를 할 수 있거든요. 그런 대상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고. 

이게 사실 인터넷 개인방송은 방송이 아니기 때문에 방송으로 허가받은 게 아니라서 방송법으론 제재가 안 되고요. 하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에는 해당이 돼요. 허위더라도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사실이더라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되기 때문에 사실 이건 저는 결혼 전에 이성관계가 복잡했다더라, 이런 식의 내용은 충분히 사회적인 본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내용이에요. 그래서 이것은 형사처벌 대상도 된다고 봅니다.”

23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조수진 변호사의 설명이다. 최근 강 변호사와 가세연 진행자들이 한 강연회에서 가수 김건모의 부인 장모씨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사생활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고, 그 대화가 녹취된 대화록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일파만파 커진 파장을 둘러싸고 조 변호사가 법적인 해석에 나선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과 공보이사 등을 역임한 정태원 변호사도 같은 방송에서 “(가세연이) 법적으로는 상당히 위험한 그런 상황”이라며 “좀 더 주의 깊게 (유튜브 방송) 이것을 해야 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그러면서 가세연의 도 넘은 행태의 이유를 이렇게 추측했다. 

“추측하기로는 유튜브 조회수가 많이 올라가게 되면 수입도 많이 늘어나게 되고 구독자도 늘게 되고, 아마 그런 생각에서 좀 더 자극적인 기사를 내보내겠다는 취지에서 된 것이 아닌가 싶은데 참 조심해야 합니다. 지금 조 변호사님 말씀대로 이게 방송법 위반을 떠나서 일반 민형사상 처벌받거나 손해배상 해줘야 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거든요. 

변호사 징계도 말씀하셨는데 우리 변호사법 24조에 보면 변호사는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 그렇게 돼 있거든요. 그런데 이 품위손상은 꼭 변호사 업무뿐만이 아니라 업무 외에 다른 일을 할 때도 품위손상을 하면 징계를 받도록 돼 있어요. 그래서 만약에 사안이 이렇다고 한다면 징계를 받을 여지도 있거든요. 징계 종류도 업무정지부터 시작해서 최고가 제명까지도 가능하거든요.”

두 변호사의 경고가 꽤나 매섭다. 실제 엇비슷한 사유로 징계를 받은 사례도 존재한다. 변호사징계사례집 6집을 보면, 2014년 1월 징계혐의자(변호인)이 소송과 무관한 상대방 측 진정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내용을 인터넷에 게시, 품위유지의무 위반(변호사법 제24조)이 인정돼 징계(벌금 300만원)를 받았다. 

이와 관련, 변협 징계위원회는 징계 절차상 위법 여부에 대해 “자신이 대리한 소송 사건과는 무관하게 진정인을 비난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여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 없을뿐더러, 고도의 윤리성과 공공성을 가져야하는 변호사가 변호사 윤리에 반하여 소송 상대방을 비방하는 것은, 적시한 사실이 진실한지 여부나 그 적시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허용되지 아니한다”라며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운영하는 강용석 변호사와 김세의 전 기자가 지난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가수 김건모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품위 유지 의무 위반 명백해 보여”

김건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고소인의 법률 대리인인 강 변호사가 가세연에 장모씨의 확인되지 않은 사생활을 폭로한 사례와 꽤나 유사하지 않은가. 강 변호사는 이미 지난 2015년 변협으로부터 품위유지 위반으로 과태료 1,000만 원의 징계처분을 받은 바 있다. “(아나운서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형사재판에서 무고죄로 형사처벌을 받아 변호사로서 품위를 손상시켰다”는 혐의였다. 

“처음에는 고소 대리 사건을 유리하게 끌어보려고 여론전을 하나 싶었는데, 선을 많이 넘은 것 같다. 사람이 할 짓인가 싶다.” (한 중견 변호사)

“(가세연 측이) 변호사, 기자 간판만 내걸었을 뿐 법적으로 문제가 많은 행태이고, 피로감을 느끼게 할 뿐인 주장들을 이어가고 있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

“연예인이 공적 인물인지도 불분명하지만 고소 대리사건 상대방을 상대로 폭로전을 이어가는 것은 공익에 해당할 리 없는 비방 목적이 분명하다. 이미 떠도는 풍문을 다시 퍼트리는 것은 물론 설령 의혹의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명예훼손 처벌감."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방송법상 인터넷 개인방송은 ‘방송’에 해당하지 않아 가세연에서 떠드는 내용들은 규제 사각지대(다). 최소한 강씨가 변호사로서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하고 있는 점은 명백해 보인다. 피해 당사자들이 진정을 내지 않더라도 변협 차원에서 징계를 검토해 봐야 할 사안이 아닌가 생각된다.” (서초동 한 변호사)

같은 날 <조선일보>가 <김건모 아내 사생활까지... 강용석의 ‘가세연’ 폭로에 법조계 “도 넘은 불법”> 기사에서 전한 법조계 인사들의 반응이다. 아직 경찰 수사도 끝나지 않은 사건의 법률 대리인이 유튜브 방송으로 상대방 측 부인에 대한 비방전을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한 한결같은 비판이었다. 

이날 오후 변협은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인사를 두고 “대한변협의 검사평가 결과를 적극 반영한 이번 검찰 인사를 지지하고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발 빨랐다. 부디, 대한변협이 그런 속도로 ‘가세연’ 강 변호사의 비연예인을 향한 폭로전이 변호사의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는지 신속히 판단해 주시기를 바란다. 더 이상 사회의 안녕을 저해하는 협회 회원의 행태를 눈감지 말고.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