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박용만 회장이 세월호 유가족으로부터 팥죽 선물을 받은 사연이 온라인상에서 회자되고 있다.

지난 21일 박 회장은 페이스북에 “주말인데 행사가 있어 집을 나서는데 동지팥죽 두 그릇의 기프트 문자가 왔다”고 적고는 “이젠 5년이 넘었으니 이야기해도 되겠지 싶다”며 그간의 사연을 털어놨다.

▲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사진제공=뉴시스>

박 회장은 세월호 참사 발생 다음날 두산그룹 계열사 직원의 아이가 세월호에 탑승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그 소식에 “설마 나는 해당이 없으리란 교만에 벌을 받은 듯 철렁했다”며 “마음만 무너져 내릴 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채 며칠의 잔인한 시간이 흘렀고 더는 가만히만 있을 수가 없어 무작정 진도에 내려갔다”고 했다.

박 회장은 당시 눈에 띄는 게 조심스러워 작은 차를 하나 구해 타고 조용히 실종자 가족이 머무는 체육관으로 향했다고 밝히고는 “눈에 들어온 광경이 너무나도 처참했다”며 “아무리 여러 번 티비를 통해 보았어도 소리와 현실이 더해진 그 자리에서 받는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충격 때문에 (계열사 직원에게) 뭐라 했는지 기억이 안 나는 몇 마디 위로를 간신히 전하고는 그냥 다시 돌아섰다”며 “서울로 와서도 (그때) 본 장면들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고, 뉴스에서 보는 장면들도 그때부터는 말로 표현 못할 리얼리티가 되어 다가오곤 했다”고 되짚었다.

그러면서 “무슨 일이 있건 어떤 이유에서건 상처받은 유가족을 향해 비난하거나 비아냥을 하는 것은 정말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박 회장은 해당 직원의 아이에 대해 “야구를 좋아했다는 아이는 그로부터도 꽤 긴 시간 동안 부모에게 돌아오지 못했다. 결국 기다리다 몇 주 후 다시 또 진도로 내려갔는데, 동네 식당에 마주 앉은 아이 아빠는 첫 충격에서는 많이 벗어난 모습이었지만 꺼칠하고 피로해 보였다”며 “그러고도 한참이 더 지나 292번째로 아이는 두 달 만에 부모에게 돌아왔다”고 언급했다.

그가 말한 “야구를 좋아하던 아이”는 세월호 참사 발생 54일 만에 수습된 단원고 2학년 7반 故 안중근 군이다. 당시 안 군의 부모는 진도체육관 벽에 ‘21번 안중근’이라고 적힌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유니폼을 걸어놓고 아들을 기다렸다.

박용만 회장은 해당글 말미에 “그 후 그 애 아빠와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고 밝히고는 “난 해준 게 별로 없었는데 동지라고 내게 팥죽을 보내주는 정이 고맙기 짝이 없다. 안 차장 고마워. 팥죽 잘 먹을게”라고 인사를 전했다.

▲ <이미지 출처=박용만 회장 페이스북 캡처>

이 같은 사연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SNS에 관련 기사를 공유하고는 “사람 사는 게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돈 권력 명예 다 껍데기일 뿐, 생명 가족 정 인연 그런 게 삶이겠죠. 인간다운 마음 글 행동에 감사드립니다. 세월호 가족 분들도 연말에 따뜻하시길 기원합니다”라는 글을 적었다.

네티즌들도 “그 잔인한 시기에 현장을 갔다는 사실만으로도 저에게는 작은 충격이네요(인사***)”, “무심결에 기사 읽어 내려가다가 눈물이 차오르네요.. 직원분 마음 보듬어주시는 회장님 이하 여러분들 참 감사합니다(살랄라**)”, “기사 보다 눈물 나게 만들고.. 덕분에 가슴이 따뜻해지네요(Hey**)”, “대기업 회장이라는 직함은 같은데 느껴지는 됨됨이는 참 다릅니다. 이것이 상식인데 고맙다는 맘이 드는 게 더 낯설고 기분이 씁쓸해지네요(글**)”, “이런 기사 좀 자주 접하면 좋겠네요. 요즘같이 시끄러운 세상에 훈훈하게 다가오네요. 가슴 찡합니다(나**)”, “재벌들이 모두 저런 마음으로 세상을 그리고 사람을 대하면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합니다(강**)”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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