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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도 최소한의 ‘예의’라는 게 있습니다[기자수첩] 정치인은 ‘아무 말’이나 해도 일단 쓰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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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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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01  14:51:24
수정 2019.10.01  15: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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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 “조국 위해 촛불?…차라리 성폭행범 위해 촛불 들라”> 

뉴스1이 어제(9월30일) 보도한 기사 제목입니다. 사실 ‘이 주제’로 글을 쓸까 여러 번 고민하고 망설였습니다. 정미경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발언을 언급하는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사에도 최소한의 ‘예의’라는 게 있고, 이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언론을 기록 차원에서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제가 여기서 정미경 위원의 발언을 언급하는 것에 대해 다소 짜증이 나고 불편하더라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이미지 출처=뉴스1 홈페이지 화면캡처>

정치인은 ‘아무 말’이나 해도 언론이 기사를 쓴다? 

일단 뉴스1이 보도한 기사 가운데 일부를 인용합니다. 길게 인용할 필요도 없습니다. 기사 첫 단락을 간단히 소개해 드립니다. 

“정미경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30일 여권이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을 수사 중인 검찰을 압박하는 것과 관련, ‘조국을 수호하겠다는 것과 파렴치한 성폭행범을 석방하라는 것이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가’라며 ‘차라리 성폭행범을 위해 촛불을 들라고 하라’고 비판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기사를 읽으면서도 참담했습니다. ‘조국을 수호하겠다는 것과 파렴치한 성폭행범을 석방하라는 것이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지’라고 했는데 저는 오히려 말을 이렇게 함부로 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네요. 또 대체 이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왜 기사화하는지 ‘쓴 기자와 매체’에게도 묻고 싶습니다. 

오늘(1일) 오후 2시 기준으로 포털(네이버)에서 검색을 해보면 정미경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발언을 기사화 한 곳은 다음과 같습니다. ‘진보-보수’ 구분이 크게 의미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정미경 “조국 위해 촛불?…차라리 성폭행범 위해 촛불 들라”> (뉴스1) 
<정미경 “조국 수호? 차라리 성폭행범 석방 촛불을 들어라”> (뉴시스) 
<자유한국당 정미경 “조국 수호? 차라리 성폭행범 위해 촛불 들라”> (민중의 소리)
<정미경 “성폭행범 석방하라는 것과 무슨 차이”> (스카이데일리)
<정미경 “조국 수호, 성폭행범 석방 요구와 무슨 차이 있나”> (이데일리) 
<한국당, 검찰개혁 촛불 향해 막말...“성폭행범 석방 주장과 뭐가 다르냐”> (오마이뉴스) 
<정미경 “조국 위해 촛불? 차라리 성폭행범 위해 들라”> (직썰)

제가 언급한 매체 중에서 그나마 정미경 최고위원의 발언을 비판적으로 접근한 곳은 오마이뉴스 정도입니다. 다른 매체는 그냥 정 최고위원 발언을 단순 인용했습니다. 그런데 ‘해당 기사’를 쓴 언론사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정말로 이게 기사 ‘거리’가 된다고 보시나요?

미디어 환경이 급변화되는 상황에서 정치인들의 발언도 점점 ‘극단화’ 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발언해야 언론이 주목하고 그래야 ‘기사화’되는 효과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아예 ‘1인 미디어’를 만들어서 본인이 직접 ‘자극적인 방송’을 하는 정치인도 많죠. 

여기서 정치인의 자극적인 발언을 쓰면 안 된다라는, 지극히 교과서적인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닙니다. ‘자극적인 발언’이라고 전체 문맥을 봐야 하고, 어떤 맥락에서 그런 발언이 나왔는지 살피는 게 언론의 역할이죠. 

다소 자극적이고 거친 표현이라 해도 전체 맥락상 ‘의미’가 있거나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인용 보도하거나 비판적으로 보도하는 게 온당하다고 봅니다. 

   
▲ 정미경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사진제공=뉴시스>

정치인 발언 인용 보도에도 최소한의 ‘정도’가 있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는 법입니다. 제1야당 최고위원이 조국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언급하며 “성폭행범을 비호해 압수수색하지 말라, 석방하라고 하면 맞는 말이냐”라고 언급하면 △‘그런 비유’가 적절한지에 대해 판단한 다음 △기사화 여부를 하는 게 상식적인 절차입니다. 

비유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으면 기사화하지 않거나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겠죠. 그런데 앞서 언급한 매체들이 보도한 내용을 보면, 오마이뉴스 정도를 제외하곤 ‘일단 그냥 쓰고 보자’라고 밖에는 달리 해석이 안 됩니다. 

‘이 정도 막말’을 해도 알아서 ‘척척’ 쓰는 언론이라면 ‘이보다 더한 수위의 발언’을 해도 기사를 쓰지 않을까요? 그걸 노리는 정치인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하지만 기사에도 최소한의 ‘예의’라는 게 있습니다. 제발 ‘이런 기사’는 쓰지 맙시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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