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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조작피해 기억공간, 제주 ‘수상한집’에 초대합니다‘재심 무죄’, 간첩누명 벗었지만 편견은 여전.. ‘수상한 집’ 광보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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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란 기자  |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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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24  16:00:43
수정 2019.06.24  17:2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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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도련3길 14-4에 지어진 '수상한 집' 1호. <사진출처='지금여기에' 변상철 사무국장 페이스북>

“이곳에 여행자들이 많이 오나요?”
“여길요? 왜요?”

제주시 도련3길 14-4. ‘수상한 집’ 도착 50m 전, 기자가 묻자 택시기사는 오히려 반문했다.

‘수상한 집’은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국가기관으로부터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스스로 삶을 기록하고 이를 모두가 기억할 수 있게 만든 기억공간으로, 크게 전시 공간과 카페, 게스트룸으로 구성됐다. 특히 게스트룸은 “육지서 오는 사람들이 하룻밤이라도 자고 우리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고 갔으면 좋겠다”는 피해자들의 마음에서 비롯됐다.

‘수상한집’은 건립 과정에서 몇 차례 무산되는 위기를 겪다 실제 피해자인 강광보 씨가 본인 소유 토지와 건축비를 부담하고, 215명의 시민이 후원금을 대 극적으로 세워졌다. 여행자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수상한 집’이 세워진 이유다.

강 씨는 1986년 보안사에 끌려가 간첩으로 조작된 후 7년을 복역했다. 2017년 재심 청구로 ‘무죄 판결’을 받아내면서 31년 만에 간첩 누명을 벗었다. 강 씨가 내어준 공간은 부모님과의 추억이 담긴 곳이다. 그가 감옥에 있을 당시 “감옥에서 나오면 그래도 누울 곳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부모님은 손수 집을 지었다.

   
▲ 지난 22일 제주에서 조작간첩 피해자들을 위한 기억공간, '수상한 집' 개관식이 열렸다. 행사 시작 전 강광보 씨가 1층 '광보네 집'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go발뉴스>

지난 토요일(22일) 오후 5시, ‘수상한 집’ 개관식이 열렸다. ‘수상한 집’ 건립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수상한 집’의 운영을 책임지는 <지금 여기에> 변상철 사무국장은 이날 한라산이 내다보이는 2층 응접실을 가득 메운 참석자들을 보고 감정이 북 마쳤는지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참석자들이 박수로 격려하자 그는 “오마이뉴스에 펀딩한다고 할 때도 정말 그렇게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고 지지해주실 줄 몰랐다”며 힘겹게 말을 이었다. 그리고는 제주도에서 시작된 ‘수상한 집’ 프로젝트가 육지로 이어지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제주의 바람이 몰아 몰아쳐서 육지로 이어지고 그것이 통일된 한국, 통일된 조국에서 분단시대에 벌어졌었던 여러 가지 국가폭력에 대한 이야기들을 모두 모으는 그런 ‘수상한 집’이 되어서 더 이상 이 나라가 수상한 나라가 되지 않도록 하는데 일조하겠습니다. 그 때까지 여러분들께서 많은 힘과 애정 보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조작 간첩 피해자 강광보 씨가 22일 '수상한 집' 개관식에 참석한 손님들에게 '광보네 집'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go발뉴스>

변 사무국장으로부터 마이크를 넘겨받은 제주 ‘수상한 집’의 주인 강광보 씨는 “이 집은 한 인간이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과거 국가권력에 의해 피해를 입으신 여러 선생님들과 가족들의 깊은 상처가 치유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는 짧은 소감을 전했다.

지금은 ‘평화’와 ‘인권’의 상징이자, 생명의 땅으로 불리 우는 섬 제주. 그러나 1948년 4월3일 그날로부터 시작된 비극은 오래도록 제주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변 사무국장은 “4.3은 그 피해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4.3 피해자가 연좌제를 거치고 그 연좌제를 통해서 다시 ‘좌익’ ‘빨갱이’로 몰려서 피해가 계속되었다”며 “먹고 살기위해 일본으로 돈 벌러 간 사람들이 4.3을 피해 일본에서 생활하던 친척들을 만났다는 이유로 조작 간첩이 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피해자들은 재심을 통해 어렵게 간첩 누명을 벗었지만 ‘간첩’에 대한 편견은 현재진행형이라며 한 일화를 소개했다.

“어제도 제가 수상한집 인근을 산책하고 있는데 어떤 할머니께서 ‘여기 수상한 집이 지어진다는데, 저 집에 간첩이 살았었대’ 이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주변에서도 아직 이분들에 대한 편견이 심하다는 거죠. <수상한 집>을 통해 ‘아, 이 분이 저런 분이었구나’라고 하는 편견들이 주변에서부터 사라지지 않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시민들의 자발적인 힘에 의해서 만들어진 이 집이 정말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 '지금여기에' 변상철 사무국장이 '수상한 집' 개관식에 참석한 손님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go발뉴스>

변상철 사무국장은 제주에 지어진 ‘수상한 집’ 1호가 제주 사람들의 힘으로 운영되는 곳이라는 걸 보여주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육지 사람들을 이곳으로 다 데려오겠다고 했었는데 여기서 작업을 해보니까 육지 사람으로 이곳을 운영할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4.3’ ‘강정’ 모두 제주 시민들의 연대가 있었잖아요. 제주 시민의 힘으로 연대와 협력을 통해서 운영되는 공간이 이곳이 되게 할 겁니다. 이 집이 그 첫 번째가 될 것이고, 그런 힘을 토대로 전국에 많은 ‘수상한 집’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 '수상한 집' 1층 바닥에 새겨진 독일의 예술가 귄터 뎀니히(Gunter Demnig)의 글귀. <사진=go발뉴스>

‘수상한 집’은 오는 7월부터 공식 오픈하며,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매주 월요일, 설·추석 당일을 제외하고 무료로 상시 운영된다. 

☞ 관람‧후원 문의 (064-757-0113 / 070-8878-0066)

#고발뉴스_민동기의_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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