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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유람선 사고’에 보험금 운운한 언론, 25개나 됐다니[하성태의 와이드뷰] 돈벌이에 참사 이용하는 언론들, 정치인 막말과 뭐가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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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 기자  |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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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04  10:53:10
수정 2019.06.04  12: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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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 어디세요. 빨리 돌아와 주세요. 이모를 보고 싶은 사람이 많아요. 꼭 돌아와 주세요”

지난달 31일 <연합뉴스>가 헝가리 유람선 사고와 관련해 헝가리발로 보도한 사진 기사 속 편지 문구다. <연합뉴스>는 다뉴브강의 한 다리 위에서 강을 배경으로 찍은 편지 사진을 두고 “한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가 침몰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위에 한 피해자 가족이 이모를 기다리며 적어둔 편지”이라고 설명했다. 

사진과 설명을 함께 본 독자라면 편지를 들고 있는 이가 가족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설정일 수 있다. 헌데 사진 속 손은 피해자 가족이 아닌 <연합뉴스> 기자였다. 3일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이 사진은 ‘연출’ 사진이었다. 

<미디어오늘>은 “현지 복수의 기자들은 연합뉴스 기자가 편지를 발견해 직접 머르기트 다리 위에서 손에 들고 강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라고 전했다”며 “현지 사진 기자들 사이에선 과도한 설정 탓에 보도사진의 취지를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측 해명은 어땠을까. “현지에서 사진을 찍은 기자가 다리 위 난간의 문양 사이로 놓여있던 꽃들 사이로 종이 쪽지가 꽂혀 있어서 그걸 펴보니 편지가 나와서 손에 들고 사진을 찍고 난 다음에 다시 접어서 넣어뒀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또 하필 <조선일보>가 나섰다. 지난 1일 <연합뉴스>의 사진을 받아 지면 1면 기사로 게재한 것이다. 그럴 수 있다. 헌데 문제는 사진 속 설명이었다. <조선일보>는 사진 손 손, 그러니까 편지를 들고 있는 인물을 피해자 가족이라고 단정했다. 통신사 기사를 받아 쓰는 언론의 관행과 조선일보의 상상력이 빚어낸 오보였다. <조선일보>의 사진 설명은 이랬다. 

“한국인 33명이 탑승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침몰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위에 31일(현지 시각) 도착한 한 피해자 가족이, 피해자의 조카가 써 보낸 편지를 들고 있다. 편지 속 조카는 ‘이모를 보고 싶은 사람이 많아요. 꼭 돌아와 주세요’라고 적으며 이모의 귀환을 바랐다.”

   
   
▲ 3일자 미디어오늘 ‘헝가리 침몰 사고 추모 가족 편지 사진의 전말’ 기사 <이미지 출처=미디어오늘 홈페이지 캡처>

‘중앙’, ‘뉴스1’의 활약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연합뉴스>가 <조선일보>에 잘못된 설명이라고 통지했지만 3일 오전까지 <조선일보>는 기사를 수정하지 않았다. 반면 같은 날짜인 지난 1일 1면에 같은 연합사진을 실은 <경향신문>은 <연합뉴스>의 원문 그대로 설명글을 달았다. 기성 언론의 관행과 참사 보도에 대한 세심함 부족이 빚어낸 오보라 할 수 있다. 

피해자 가족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보도가 맞지만, 이 정도는 ‘실수’라고 봐줄 수 있을 것 같다. <연합뉴스>의 의도된 실수까지는 정정하지 못한. 하지만 이번 헝가리 사고를 대하는 일부 언론은 세월호 참사의 언론 참사를 반복하는 참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보험금’ 운운하는 기사들이 바로 그랬다. 

“일부 한국 언론에서 '보험금 최대 금액'을 운운한 기사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런 보도는 구조작업이 완료되거나 실종자의 생환 여부가 확정되기도 전에, 사망을 전제로 한 보험금 액수를 논한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소중한 생명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는 희생자 가족에 큰 상처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희생자들의 사망 보험금을 상세히 전한 MBC 보도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러한 언론들의 행태를 기록하고자, 이번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건에서 보험금을 강조한 기사들, 그 기사를 낸 매체들을 정리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3일 발표한 ‘신문·방송 모니터 보고서’의 서두다. 민언련은 31일 오후 3시까지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와 관련해 ‘보험’ 또는 ‘보험금’ 관련 내용을 포함한 기사가 총 209건이라고 밝혔다. 그 중 제목에 보험금 액수를 명시했거나 내용에서 보험금 액수를 구체적으로 논한 기사가 총 25건(지면 기사 포함)이나 됐다. 그 중 돋보이는 언론사는 바로 <중앙일보>였다. 민언련 보고서는 이렇게 지적했다. 

“문제는 인터넷 매체였습니다. 특히 중앙일보의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망자 여행자보험 보험금 최대 1억원>(5월30일, 권혜림 기자) 기사는 제목에 '보험금 최대 1억원'이라며 최대 보험금 액수 예상치를 강조해놓았고, 본문에서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침몰한 유람선에 타고 있던 여행객이 가입한 여행자보험의 보험금 규모는 사망시 1억원, 상해치료시 5000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30일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을 판매한 참좋은여행사에 따르면 침몰한 유람선에 탑승한 한국 여행객은 모두 DB손해보험 여행자보험에 가입했다. 해당 상품은 사망에 1억원, 상해 치료비에 최대 500만원을 보장한다’면서 보험사와 보험금 액수를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비판이 이어지자 <중앙일보>는 이 기사 제목을 <‘헝가리 유람선 침몰’ 처발배상은 헝가리서 진행…여행사도 책임>으로 바꾸기도 했다. <중앙일보>와 보험금 관련 속보 경쟁(?)을 했던 민영 통신사 <뉴스1>도 의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망자 여행자보험 보험금 1억원>이란 기사를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 배상 어떻게 진행되나>로 바꾸는 ‘면피’ 행위를 하기도 했다. 

   
▲ 30일 나온 중앙일보‧뉴스1 등의 ‘보험금 최대 1억원’ 기사, 포털 화면 갈무리. <이미지 출처=민주언론시민연합>

막말한 정치인과 뭐가 다른가 

“이들 외에도 한국경제, 아주경제, 머니투데이 등의 주요 경제지와 머니S, 금강일보 등의 기타 인터넷 매체에서도 같은 내용의 기사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민언련의 지적이다. <중앙일보>나 <뉴스1> 외에 ‘보험금’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역시나 경제지였고, 또 ‘제목 장사’, ‘어뷰징 기사’를 위해서인지 여러 인터넷 매체 역시 ‘금액’에 관심을 보였다. 참사 이후 소셜 미디어와 포털 댓글 등을 통해 지적과 비판이 이어졌던 기사들이다. 

“세월호 유가족 모두는 아니겠으나 ‘유가족’이라는 이름을 빌린 집단들은 어느덧 슬픔을 무기삼아 신성불가침의 절대권력으로 군림했다. 하늘 높이 솟아 있는 세월호를 땅으로 끌어내려야 한다는 사명감에 분노의 글을 썼다.”

3일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비하하는 표현을 썼던 차명진 전 의원이 자유한국당 중앙윤리위원회에서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다음 날인 4일 오전 차 전 의원은 위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 (사과 아닌) 해명 글을 적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에 대한 공감은커녕 그 어떤 교훈도 배우지 못한 이가 쓸 수 있는 글이 아닐 수 없다.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를 보도하며 의도된 오보를 연출하고, 보험금 운운한 일부 언론들 역시 차 전 의원의 막말이나 해명과 같은 보도로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을 두 번 울린 셈이 됐다. 고작 조회수와 같은 돈벌이에 참사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세월호 참사를 겪었음에도 그랬다는 점에서 그 의도가 더 악질적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독자들은 변하고 있는 반면 5년이 지나도록 제자리 걸음인 이들 언론이 전체 언론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는 셈이다. 

하성태 기자 

#고발뉴스_민동기의_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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