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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설치법’ 반대하는 의사들…어머니의 절규 “누구 위한 국회인가”[하성태의 와이드뷰] 여야 구분없이 이익집단에 무릎 꿇는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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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 기자  |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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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30  10:06:11
수정 2019.09.11  13: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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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살 아들이 죽었다. 비명횡사였다. 서울 유수의 대학 정치외교학과를 다녔던 아들은 안면윤곽수술(사각턱수술)을 받던 성형외과 수술대 위에서 과다출혈을 일으킨 지 49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유족은 2년 여의 법정 공방을 벌였다.  

“CCTV 영상 열어본다는 게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진짜 무섭더라고요. 5백 번 이상, 6백 번을 봤을지도 모르겠어요.”

29일 MBC <뉴스데스크>와 인터뷰한 고 권대희씨의 어머니 이나금씨의 말이다. CCTV 속 의사는 수술실을 비웠고, 간호조무사는 휴대폰을 만지며 화장까지 고쳤다. 지혈도 하는 둥 나는 둥이었다. 이씨는 이 장면을 돌려볼 때 마다 분노가 일었다고 했다. 결국 이 CCTV 영상이 법정에서 결정적인 증거로 쓰였다. 

“CCTV가 없으면 의료사고 피해자는 진짜 억울한 죽음입니다. 물증이 이렇게 있어도 의료사고 피해자가 이렇게 억울한데…(CCTV가) 없다면 상상이 안 되는 거예요.” (이나금씨)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그리고 28일 법원이 의료사고에 대한 판결을 내렸다. MBC는 “법원은 병원장 등 3명이 대량 출혈이 발생했다는 것을 인지했는데도, 지혈과 수혈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책임이 있다면서 4억 3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이씨는 작년 11월부터 국회 앞에서 100일간 1인 시위를 벌여 왔다. ‘수술실 CCTV 설치법’을 만들어 달라는 분노 어린 호소였다. 제2, 제3의 피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한 아들과의 약속 때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법원, 이른바 ‘권대희법’은 지난 14일 발의 직후 의원들의 발의 철회로 위기에 처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수술 중 죽은 아들, 절규하는 어머니, 저항하는 의사들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최근 동료의원 9명의 동의를 받아 의료법 일부 개정안을 공동발의했습니다. 의료인과 환자가 동의를 하면 수술실에서 CCTV 촬영을 할 수 있게 하자는 내용입니다. 이 발의안은 지난 14일 저녁, 법제처 국회입법현황에도 공식 접수됐습니다. 그런데 하룻밤 새 법안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법안 발의 하루 만에 수술실 CCTV 법안이 폐기된 겁니다.” 

지난 5월 16일 <뉴스데스크> “‘수술실 CCTV법’ 폐기…마음 바꾼 5명의 의원들> 보도 줄 일부다. ‘권대희법’이 공동발의 됐으나 의원들의 발의 철회로 법안이 폐기됐다는 내용이었다. 정족수 10명에서 빠져버린 그 5명의 의원은 공동발의자인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송기헌, 바른미래당 이동섭 주승용,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이었다. 

“우리 의원들한테 압력을 넣은 모양인데, 그건 비윤리적·비상식적 행위이기 때문에 수용할 수가 없고요.”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해외 출장 중 이 소식을 들었다는 발의자 안규백 의원은 이렇게 황당해했다. 의료사고 피해자․가족․유족 및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서 5월 15일 입법 테러가 발생했다”면서 발의를 철회한 의원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17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이날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장은 “이탈 의원실에 이유를 물으니 수술실 CCTV 설치에 찬성하지 않는다, 의원과 상의 없이 보좌진이 서명했다, 내용을 더 검토해야 한다 등 이유도 다 달랐다”며 “(의원들이) 공동 발의자 명단에서 먼저 빠지려고 경쟁하듯이 앞다퉈 철회하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경기도의사회도 같은 날 성명서를 내고 “안전한 수술실은 의사들에 대한 과도한 처벌과 감시로 보장될 수 없다”면서 “해당 법안의 영구 철회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의사협회가 실시한 한 설문 결과, 의사협회 회원 78%가 CCTV 설치를 반대한 것으로 나타가기도 했다. “CCTV로 인해 소신진료를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의료계 반발은 지금껏 이이지고 있다. 

여야 구분 없이, 이익 집단에 무릎 꿇는 국회 

“의사는 다 반대하시죠. 반대하시지만 설득할 건 설득해야죠. 이번에 안 되더라도 언젠간 해야죠. 사회가 아직 못 받아들인다고 해도 받아들이도록 해야죠.”

최근 대리수술을 시킨 의사들은 면허를 취소하고, 10년간 재발급도 불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민주당 윤일규 의원의 말이다. 현행 의료법으로는 대리 수술을 해도 의사들이 받는 징계가 최대 3개월의 면허 정지에 그친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쥔 의사들의 불법, 위법 사안에 대한 처벌 수준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성범죄자 등 비윤리적인 의사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안들은 국회에서 잠들어 있다. 지난 21일 윤일규 의원과 인터뷰한 <뉴스데스크>는 “의사 면허는 현행법상 의료법을 위반해 금고형 이상을 받아야 취소될 수 있습니다”며 “하지만 면허가 취소되도 최대 3년이 지나면 다시 받을 수 있는데, 재교부율이 97%에 달합니다”라고 꼬집었다. 리포트를 더 보자.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의료법 개정안은 160여개. 이 가운데 본회의를 통과된 건 단 4건에 불과합니다. 모두 의료진을 폭행하면 처벌을 강화하고, 보호자의 동의 없이도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하는 등 의사들이 요구하던 법들뿐입니다. 총선도 다가오고 있어 범죄 의사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 처리는 더 어려워질거란 회의론도 나옵니다.” 

이에 대해 신현호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장은 “이익집단들이 선거운동에 있어서 많은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이 되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눈에 거슬리는 그런 입법을 하기에는 의원들 입장에서는 거의 자살행위 아닌가 싶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21일 안규백 의원은 수술실 CCTV 법안을 재발의 했다. <뉴스데스크>는 “공동발의자 15명 가운데 정작 의료법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 위원들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라고 꼬집었다. 안 의원 역시 국방위원회 소속이었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설마 안면윤곽수술(사각턱수술)을 위해 성형외과 수술실에 들여보낸 아들이 의료사고로 숨지리라 예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의사협회 등 이익집단에 무릎을 꿇은 국회가 이 어머니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을까. 20대 총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지금, 어머니 이나금씨는 이렇게 절규하고 있었다. 

“국회가 누굴 위한 국회입니까. 국민을 위한 국회지 특정 단체를 위한 국회가 아니잖아요.”

하성태 기자 

#고발뉴스_민동기의_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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