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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의혹’ 4일만에 나온 사과문인데…[신문읽기] 뉴욕타임스가 기사 표절 사건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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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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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16  10:43:02
수정 2019.04.16  11:3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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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4월 12일자 오피니언 면에 게재된 특파원 칼럼 ‘글로벌 아이: 뉴욕의 최저임금 인상 그 후’가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외신의 상당 부분을 인용해 표절이라는 지적이 SNS를 통해 제기됐습니다. 중앙일보는 자체 조사 결과 이 같은 지적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우선 홈페이지에서 해당 칼럼을 삭제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중앙일보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원인을 따져보고 내부 검증을 강화하겠습니다.” 

오늘(16일) 중앙일보 2면에 실린 ‘사과문’입니다. 지난 12일 심재우 중앙일보 뉴욕특파원이 쓴 칼럼에 대해 표절 의혹이 제기되자 4일 만에 나온 ‘공식 사과문’입니다. 

물론 표절 의혹이 제기된 후 당일(12일) 오후 중앙일보는 인터넷에서 기사를 삭제하고 중앙일보 사이트에서 ‘사과문’을 실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검색해야 나오는’ 사과문이었습니다. 큼지막하게 실린 ‘뉴욕 특파원 칼럼’에 비하면 정말이지 사과문으로 볼 수 없는 면피용이었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그래서 특파원에 대한 조치는? 앞으로 어떤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다는 건가?

그래서 고발뉴스는 <‘특파원 칼럼 표절’ 중앙일보는 사과·해명하라>는 기사에서 중앙일보가 지면을 통해 공식사과 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중앙일보가 향후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독자들에게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생각보다 늦긴 했지만 중앙일보는 오늘(16일) 지면을 통해 사과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실망입니다. 아니 솔직히 말해 많이 실망했습니다. 지난 12일 오후 인터넷에 올린 사과문과 별반 다를 게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에 올린 사과문 – 한번 볼까요. 다음과 같습니다. 

“본지 12일자 29면에 게재된 칼럼 '글로벌 아이: 뉴욕의 최저임금 인상 그 후'가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외신의 상당 부분을 인용한 사실이 확인돼 디지털에서 해당기사를 삭제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중앙일보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내부 검증을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표절 의혹이 SNS를 통해 제기됐다는 것, 그리고 자체 조사 결과 이 같은 지적이 타당하다고 판단했고 우선 홈페이지에서 해당 칼럼을 삭제했다는 부분을 추가된 것 외에는 ‘새로운 내용’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번 중앙일보 뉴욕 특파원 칼럼은 ‘자체 조사’를 별도로 해야 할 상황도 아닙니다. 이미 SNS와 언론비평지 미디어스 등을 통해 심재우 특파원이 월스트리저널 사설을 표절했다는 것이 확인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자체 조사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할 정도면 ‘왜 이런 일이 발생했고, 해당 특파원에 대해선 어떤 조치를 내릴 것이며, 앞으로 재발방지책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라는 구체적인 내용을 독자들에게 공개했어야 합니다. ‘온라인판 사과문’을 그대로 반복할 수준의 사과문을 지면에 게재하는 게 의미 없다는 얘기입니다. 

   
▲ <이미지 출처=감동근 교수 페이스북 캡처>

말만 글로벌 언론 ‘운운’하지 말고 해외 언론의 사과문을 벤치마킹 하시라! 

중앙일보를 비롯해 한국의 많은 언론이 ‘글로벌’을 강조합니다. 그런데 저는 한국 언론이 말로만 글로벌을 외치고 있다고 봅니다. 오보·표절 등이 발생했을 때 한국 언론이 대응하는 방식을 보면 글로벌 근처에도 못 간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기자협회보 2018년 1월10일 ‘우리의 주장’ <취재윤리 망각하면 저널리즘 미래는 없다>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옵니다. 

“1981년 4월 워싱턴포스트의 재닛 쿡 기자는 ‘지미의 세계’라는 퓰리처상 수상 기사에 등장한 지미와 지미의 가족이 사실은 가공인물이라는 점이 밝혀져 사표를 냈다. 워싱턴포스트는 즉각 퓰리처상을 반납했다. 그리고 1면을 포함해 4개 면에 걸쳐 진상보고서를 실었다. 

뉴욕타임스의 제이슨 블레어 기자는 2002년부터 2003년 4월까지 쓴 73개 기사 가운데 37건에서 다른 기자들의 기사를 표절하고, 보지 않은 현장을 묘사하거나 코멘트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편집인과 편집국장이 물러났다. 뉴욕타임스도 7개 면에 걸쳐 블레어의 기사 조작 사건을 보도했다.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지면에 세세하게 보도하는 두 언론사의 사례는 어정쩡한 사과문을 싣고 뭉개버리는 한국 언론과 분명 다른 모습이다.” 

기자의 표절과 코멘트 조작 때문에 뉴욕타임스는 편집인과 편집국장이 물러났습니다. 그리고 7개 면에 걸쳐 기사 조작 사건을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뉴욕 특파원의 ‘칼럼 표절’에 대한 중앙일보의 반응(?)은 ‘단신 수준 사과’가 전부입니다. 

해당 기자는 물론 이번 사건과 관련해 중앙일보 차원에서 어떤 후속조치가 있을 지에 대해선 ‘나 몰라라’입니다. 이래놓고도 ‘글로벌 언론’ 운운하시나요? 

기자의 기사 표절·코멘트 파문 … 편집인과 편집국장이 물러난 뉴욕타임스

동아일보 2003년 5월11일(인터넷 기준) <NYT “허위기사 사죄합니다”…1면에 長文의 사과기사 개재>에는 이런 대목도 있습니다. 

“뉴욕 타임스가 자사에서 4년간 근무하다 1일 퇴직한 제이슨 블레어 기자(27)의 기사 조작 및 표절 등 행위를 공개하면서 독자들에게 사과했다.

뉴욕 타임스는 11일자 1면에 게재한 장문의 기사를 통해 ‘작년 10월 이후 블레어 기자가 작성한 73건의 기사를 조사한 결과 기사 발신지와 날짜를 허위로 기재하거나 취재원의 코멘트를 조작한 것을 포함해 36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히고 그 이전의 기사 600건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뉴욕 타임스는 ‘편집자의 노트’라는 별도의 기사에서도 ‘5명의 기자와 리서치팀의 1주일간에 걸친 조사결과를 게재한다’며 ‘잘못된 보도를 제대로 바로잡는 것이 더 좋은 보도, 정확한 보도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 <이미지 출처=동아일보 홈페이지 캡처>

사과를 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요? 중앙일보 뉴욕 특파원의 ‘월스트리트저널’ 사설 표절은 결코 간단한 사안이 아닙니다. 뉴욕타임스 표현대로 “독자의 신뢰를 저버린 엄청난 수치”일수도 있는데 중앙일보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넘어가는 분위기입니다. 

뉴욕타임스가 기사 표절 사건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보시라! 이 말을 중앙일보에 꼭 전해드리고 싶네요.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이상호의_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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