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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현희 송환’ 보도에 전두환이 없다[신문읽기] ‘대선 정략적 이용’이란 말도 없어…‘북한 대사 거친 말’이 제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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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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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01  11:00:23
수정 2019.04.01  11: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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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기 테러로 궁지 몰리던 1988년… 北대사, 한국대사에 “오늘밤 널 죽이겠다”>

오늘(1일) 조선일보 8면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1987년 11월29일 발생한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당시 전두환 정권이 김현희를 대선 전에 국내로 데려오려 했던 정황이 확인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외교부가 어제(3월31일) 30년이 경과한 외교문서 1620권(25만여쪽)을 원문 해제해 일반에 공개했는데 여기서 확인된 내용입니다. 이번에 공개된 외교문서는 1988년과 그 이전에 작성된 것으로 KAL기 폭파 사건과 88서울올림픽 관련 내용 등이 포함됐습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대다수 언론이 ‘전두환·대선 정략적 이용’을 제목으로 뽑을 때 조선일보는? 

그런데 제가 위에서 언급한 조선일보 기사. 좀 이상하지 않나요? 일단 제목부터 ‘튑니다.’ 오늘(1일)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들이 보도한 기사 제목을 간단히 소개합니다. 

<‘대선 전까지 김현희 이송’…전두환 정권, 87년 KAL 폭파사건 정략적 이용 시도> (경향신문 5면)
<전두환 정권 “대선 전 KAL기 폭파범 김현희 데려와라”> (국민일보 5면)
<전두환정권 ‘김현희 송환’ 대선에 이용> (동아일보 14면)
<전두환 정권, 대선 직전 김현희 국내 송환 시도했다> (서울신문 1면)
<전두환 정권, 대선 전 김현희 서울行 총력> (세계일보 8면)
<전두환 정권, 87년 대선 직전 김현희 송환 시도했다> (한겨레 8면)
<“늦어도 대선 전날까지는 서울 도착해야” 87년 김현희 압송 비화> (한국일보 6면)

오늘(1일) 관련 내용을 지면에 싣지 않은 중앙일보를 제외하고 대다수 전국단위종합일간지들이 ‘전두환’ ‘정략적 이용’ ‘김현희 송환 시도’ 등의 키워드를 주목했습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당시 북 대사의 ‘협박성 발언’을 제목으로 뽑았습니다. 

방대한 외교문서이기 때문에 ‘어디에’ 방점을 둘 것인지는 해당 언론사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KAL858기 사건을 정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전두환 정권이 바레인에 붙잡혀있던 김현희를 대선 전에 국내로 송환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였다는 내용이 외교문서로 공식 확인된 것을 ‘외면’하고 ‘다른 사안’에 무게중심을 두는 지면배치는 의도성이 의심됩니다. 조선일보 기사 잠깐 한번 볼까요. 

“‘오늘 밤 (너를) 죽여버리겠어!’
북한이 1987년 대한항공 여객기 폭파 테러로 국제사회에서 궁지에 몰리던 1988년, 오경환 주(駐)중앙아프리카 북한 대사가 현지의 한 행사장에서 김승호 당시 한국 대사에게 다가가 살해 협박을 했던 사실이 31년 만에 처음 밝혀졌다. 이 같은 내용은 외교부가 31일 기밀 해제하며 공개한 외교문서(1988년도분 중심 25만여 페이지)를 통해 확인됐다.”

인용한 대목은 조선일보 기사의 첫 부분에 해당합니다. 가장 포인트를 두고 있다는 얘기죠. 조선일보는 ‘중앙아프리카 북한 대사가 한 행사장에서 협박 발언을 한 것이 전두환 정권이 대선에 대한항공 폭파 사건을 이용하려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로 봤다는 얘기입니다. 

   
▲ 대한항공(KAL)기 폭파사건의 범인 김현희씨(오른쪽)가 2009년3월11일 부산 벡스코에서 일본인 납북 피해자 다구치 야에코씨의 가족과 면담을 가진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사진공동취재단, 뉴시스>

조선일보 기사에 없는 키워드 2개 … ‘전두환’ ‘대선 정략적 이용’ 

이해는 가지 않지만 뭐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 기사 어디를 찾아봐도 ‘전두환’ ‘대선 정략적 이용’과 같은 단어는 찾을 수가 없습니다. 다른 신문들은 기사 초반부를 어떻게 썼는지 한번 보시겠습니까. 일부 신문만 인용합니다. 

“전두환 정권이 1987년 11월29일 발생한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범인 김현희를 대선 전에 국내로 데려오려 했던 정황이 외교문서를 통해 재확인됐다.” (경향신문)

“전두환 정부가 1987년 11월 29일 발생한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 사건을 대선에 정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KAL기 폭파범 김현희를 대선 전 국내로 데려오려고 노력한 정황이 30여 년 전 외교문서를 통해 재확인됐다.” (동아일보)

“1987년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 주범인 북한 공작원 김현희를 13대 대선 전에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전두환 정권이 전방위 외교전을 펼친 정황이 드러났다.” (한국일보)

‘비슷한 성향’의 동아일보도 ‘대선 정략적 이용’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는데 조선일보는 제목에도 그리고 기사에도 ‘전두환 정권’ ‘대선 정략적 이용’이라는 표현 자체가 없습니다. 

“미국이 폭파범 김현희가 일본 여권 소지자라는 이유로 바레인에 있던 그를 일본으로 이송하려고 하자, 우리 정부가 미·일 등과 마찰을 빚으면서도 김현희를 한국으로 데려왔던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이 전부입니다. 

‘전두환 정권이 대선에 정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KAL기 폭파범 김현희를 대선 전 국내로 데려오려고 했다’가 조선일보로 오면 ‘우리 정부가 미·일 등과 마찰을 빚으면서도 김현희를 한국으로 데려왔던 것으로 나타났다’로 바뀌게 됩니다. 

정말이지 ‘외교문서’마저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조선일보 – 그것도 정도가 있는 법인데 … 할 말을 잃게 됩니다. 이 정도 되면 사실상 왜곡보도 아닌가요? 

   
▲ KAL858기 가족회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2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KAL858기 사고 제31주년 진상규명촉구와 추모제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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