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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의 무리한 자료 요구도 문제’ 기사가 이토록 없다니…[신문읽기] ‘박영선 청문회 보도’에서 이해 가지 않는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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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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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28  10:40:30
수정 2019.03.28  1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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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남편·아들 자료제출 거부, 野 “보이콧”> 

오늘(28일) 조선일보 8면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27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가 시작부터 자료 제출 문제를 놓고 격한 공방”이 오갔고 “야당이 박 후보자의 자료 제출 미비로 청문회를 진행할 수 없을 지경이라며 도중에 ‘보이콧’을 선언했다”는 내용입니다. 

자료 제출 미비로 보이콧을 선언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청문회 보이콧을 선언하기 전, 박영선 후보자의 ‘김학의 동영상 CD’ 발언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100% 사실’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그렇게 볼 수도 있으니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무리한 자료 제출 요구가 아무렇지도 않나…여야 공방으로 다루는 언론들

그런데 조선일보를 비롯해 오늘(28일)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 가운데 야당의 무리한 자료 제출 요구, 즉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상당수 언론이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이게 너무 놀랍습니다. 이건 그냥 넘어가기 어렵습니다. 

박영선 후보자가 중소벤처기업장관으로 적절한 지 여부와 별개로 이 문제는 매우 민감하고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야당이 요구한 2252건의 자료 중 145건을 제출하지 않은 것이 ‘청문회 보이콧 요인’이 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왜 요구했는지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자료 제출에 대해선 언론이 질타를 하는 게 온당합니다. 

청문회는 후보 자질과 능력, 도덕성을 검증하는 곳이지 민감한 프라이버시까지 공개하며 ‘신상을 터는 무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박영선 후보자에 대한 호불호와 지지 여부를 떠나 판단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어제(28일) 생중계 된 청문회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야당이 제출을 요구한 자료 중에는 △유방암 수술 기록과 출생 자료 △후보자 혼인관계증명서 등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이 “망신주기, 관음증 청문회는 안된다”는 말까지 했을 정도였습니다. 

   
   
▲ <사진출처=KBS 화면캡처>

‘김학의 동영상 CD’ 발언만 주목한 언론들 … ‘여성 의원에 대한 모욕성 질문’에 침묵

하지만 상당수 언론은 무리한 자료 제출은 물론 ‘여성 의원에 대한 모욕적 질문’에 대해서도 별다른 레이더를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박영선 후보자가 어제 청문회 말미에 했던 ‘김학의 동영상 발언’을 주목하거나 여야 공방으로 다루는 보도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야당의 무리한 자료 요구도 문제>라는 상자기사 정도는 지면에서 나올 법도 한데 ‘그런 기사’ 찾기가 어렵습니다. 아무 문제 없다는 걸까요? 오늘(28일) 전국단위종합일간지에서 ‘박영선 후보자 청문회’ 관련 보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야 “자료 제출 왜 거부하나”…여 “수술·출생 기록이 왜 필요”> (경향신문 6면)
<박영선, 자료 제출 요구에 인신 모독 역공… 野, 청문회 중단선언> (국민일보 4면)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맞받아친 박영선… 野 “안하무인”> (동아일보 4면)
<박영선 “黃에 ‘김학의CD’ 갖고 있다 말해”… 黃 “턱도 없는 소리”> (서울신문 6면)
<박영선 “황교안에 김학의 임명 만류했다”> (세계일보 1면)
<박영선 남편·아들 자료제출 거부, 野 “보이콧”> (조선일보 8면)
<[사진] “서류 왜 안 내나” 부메랑 맞은 박영선> (중앙일보 1면) 
<박영선 “김학의 CD 황교안에 말해” 황 대표 “택도 없는 소리”> (중앙일보 10면)
<박영선 청문회서 “황교안에 김학의 임명 만류했다”> (한겨레 6면)
<“내로남불 정점” 맹공 당한 ‘청문회 저격수’ 박영선> (한국일보 5면)

저는 다른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야당이 요구한 2252건의 자료 중 145건을 제출하지 않은 것이 심각한 문제인지 △미제출 자료 가운데 정말로 비판받을 만한 부분이 있었던 건지 △‘유방암 수술을 받은 일시 및 병원’을 물었던 서면질의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건지 등에 대해 언론이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고 있는 게 정말 놀랍습니다. 

“양 측의 신경전은 정점에 달했다” “박영선 후보자가 역공을 폈다” “박 후보자가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와 같은 공방 보도가 대부분입니다. 

   
▲ <사진출처=연합뉴스TV 화면캡처>

박영선 후보자에 대한 비판이 잘못됐다는 게 아닙니다. 박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 가운데 석연치 않은 대목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과 별개로 야당의 ‘무차별적인 자료 제출 요구’와 ‘여성 의원에 대한 모욕성 질의’는 분명 문제입니다. 

공방 기사는 넘쳐나는데 ‘야당의 무리한 자료 요구도 문제’ 기사가 이토록 없는 게 정말 놀랍습니다. 재벌 총수 일가가 청문회에 나와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면 아마 상당수 언론이 ‘인신공격성 질문’이라고 난리가 났을 겁니다. 안 그런가요?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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