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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나경원의 ‘박근혜 사면’론에 멍드는 법치주의[하성태의 와이드뷰] ‘결단할 때’라며 문 대통령까지 압박, 법조인 출신들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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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 기자  |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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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08  10:56:11
수정 2019.03.08  11: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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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속된지 1년도 되지 않아 보석 석방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빠져나가며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경우가 다르기는 합니다마는 전직 대통령인데, 오래 살았잖아요. 오래 살았으면 뭐…. 글쎄요. 제가 지금 뭐 우리 형편에 남의 형편까지 생각할 건 아니지만 풀려나면 좋죠. 구속된 사람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석을 받고 구치소를 걸어 나온 다음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은인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은 이렇게 말했다.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한 이 고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금 풀려난 만큼 박근혜 전 대통령도 풀려나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애매하지만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냈다.  

그런데 말이 좀 희한하다. "풀려나면 좋죠, 구속된 사람이"라니. 구속된 사람이 석방되는 일은 좀처럼 벌어지지 않고, 그래서도 안 된다. 그 어려운 걸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해냈다. 재임 시절 그 누구보다 '법치주의'를 강조했던 것이 바로 이명박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그래서 다음 타자로 거론되는 것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같은 방송에서 변호사 출신인 박주민 의원은 이렇게 전망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불법적으로 공천에 개입했다는 전제로 2년의 실형이 확정된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만약에 보석이 되거나 아니면 다른 것을 통해서 구속 상태가 풀린다하더라도 확정된 형이 집행이 되면서 불구속으로 재판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없다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 법적으로는, 거의 없다. 하지만 MB는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그러자 정치인들이 들썩인다. 박주민 의원은 이렇게 덧붙였다. “법적으로 그런데 그런 사정을 잘 아실만한 분들조차도 계속해서 석방, 석방 얘기하는 것은 제가 봤을 때는 좀 정치적인 의도도 있지 않나 이런 생각도 듭니다”라고. 그렇게 그 정치적 의도가 빤히 보이는 발언들을 쏟아낸 이들은 현재 보수야당을 대표하는 인물들이었다. 

MB 보석 허가되자 박근혜도 석방? 

“죄 없는 MB를 1년 동안 구금 하다가 오늘 석방한다고 합니다. 석방 조건을 보니 통상 보석은 주거 제한만 하는데 외출, 통신, 접견 제한까지 붙인 자택 연금입니다. 이런 보석 조건을 나는 단 한 번도 본 일이 없지만 재판부도 오직 고심 했으면 그런 보석 조건을 붙였겠느냐고 이해를 하기로 했습니다.

만시지탄이지만 올바른 결정을 해준 재판부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재판절차도 공정하고 정의롭게 이루어져 노무현 투신 사건에 대한 사적 보복이라는 정치 보복 재판이 안 되기를 국민과 함께 기대합니다. 아울러 2년간 장기 구금 되어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도 기대 합니다.”

MB가 석방 된 직후인 지난 6일 오후,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일단 “죄 없는 MB”라는 말이 가히 가짜뉴스급이다. 어떤 사안이라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신공도 여전했다. 헌데, MB 석방 축하뿐만 아니라 “박근혜 전대통령의 석방도 기대 합니다”라고도 적었다. 

한국당 당 대표 출마 선언 직후에도 ‘박근혜 석방’을 거론했던 홍 전 대표의 이러한 레토릭이 누구를 향한 제스처겠는가. 보수야당 지자자 중 '친박'과 태극기 세력까지 안고 가겠다는 포석 아니겠는가. 더 큰 문제는 한국당의 대표들이 이런 발언을 공공연하게 내뱉고 있다는 사실이리라.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이야기도 나오는데, 오래 구속되어 계시죠. 건강도 나쁘다는 말씀도 있습니다. 구속되어서 재판이 계속되고 있는 이런 문제에 관해서 국민들의 여러 의견이 감안된 조치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

7일 기자들과 만난 황 대표가 한 발언이다. 공안검사 출신인 황 대표가 대통령 사면을 이리 쉽게 꺼내든 것은 쉬이 고개가 끄덕여진다. 전당대회 기간 ‘탄핵불복’ 논란을 뚫고 당선된 만큼, 이제는 제대로 논의를 시작하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기에 무려 판사 출신 나경원 원내대표도 뛰어들었다. 같은 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였다. 

   
▲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문 대통령이 결단할 때라는 나경원 
 
“박근혜 대통령의 형(량)이 지나치게 높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마 국민들께서 많이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면 문제는 결국은 정치적인 어떤 때가 되면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논의를 해야 될 때가 되지 않았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대국민 여론조사라도 해야 할 판이다. ‘태극기 부대’와 극우 세력을 제외하고, 도대체 어떤 국민이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이 높다고 자신 있게 목소리를 높이는가. 없는 여론도 만들어내는 한국당이라지만, 판사 출신이 이런 정치적 레토릭을 쉬이 끌어들여서야 되겠는가. 나 원내대표는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을 겁박하기 시작했다. 결단 운운하면서 말이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먼저 이야기하는 것보다 저는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할 때가 곧 오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요. 그렇게 해 주시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시기에 대해서 지금 해야 된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에 대한 사면이나 이러한 부분은 문재인 대통령이 분명히 결단할 때가 될 것이고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결단을 해 주셔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날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사면 주장은 ‘태극기 부대에 대한 끝없는 구애’와 ‘극단적 우경화의 길’임을 명심하기 바랍니다”라고 강경하게 대응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 역시 “황교안 대표 체제의 자유한국당이 슬슬 친박 본색을 드러냈다”며 한층 더 강한 논평을 내놨다. 

“사면은 형이 확정된 자에게나 해당되는 것이기에 재판이 진행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는 것을 율사 출신인 두 사람이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면 타령을 하는 것은 친박 정서를 바닥까지 긁어모아서 세를 불려보겠다는 얄팍한 속셈일 것이다.

태극기부대의 난동판에서나 나올법한 황당무계한 소리를 제1야당의 지도부가 늘어놓고 있으니 애달프기 짝이 없다. 제1야당이 국민 대다수가 원하고 공감할만한 일은 하지 않고 국정농단으로 자멸한 전직 대통령의 뒤치다꺼리나 하고 있으니 한숨이 그치질 않는다.”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하지만 빨라도 너무 빠르다. 대표 취임 일주일도 안 돼 ‘박근혜 사면’을 스리 슬쩍 꺼내든 한국당의 후안무치야말로 법치주의를 뒤흔드는 농간이라 할 것이다. 더군다나 문 대통령을 향한 압박 꺼내든 모양새가 불쾌하기 짝이 없다. ‘친박’과 ‘극우’ 끌어안기를 통해 지지율을 끌어 올리려는 한국당의 구애에 멍이 드는 것은 국가 전체의 법치주의일 터다. 게다가, MB 역시 석방이 아니다. 겨우 보석으로 잠시 풀려났을 뿐이다. 

하성태 기자 

#이상호의_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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