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하노이의 메리어트 호텔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불발 이후 귀국길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이 전용기에서 전화를 걸어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 결과를 공유하고 북미간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8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한 데 아쉬움을 표하는 한편, 향후 북한과의 대화로 타결해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해 그 결과를 자신에게 알려주는 등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해달라”며 “향후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실천적으로 이행하도록 긴밀히 공조해나가자”고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촉진자’ 역할이 더 커졌다. 이런 가운데 이제는 한반도 미래를 남북이 주체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 현지에서 취재 중인 이상호 기자는 이날 고발뉴스 유튜브 <뉴스방>에서 “중요한 것은 미국이 과연 (이 합의를 이룰) 의지가 있는가 하는 것”이라며, 그는 “미국은 이 협상을 하고 싶어 한다”고 봤다.

이 기자는 “기본적으로 트럼프는 최소한 절반 이상 승리를 거머쥐고 있다”며 “과거 민주당 정부 시절에는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실험 못 막았다. 그런데 싱가포르 선언 이후에 북한이 핵개발 안하고 미사일 발사 안하고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미사일 실험과 핵개발이 오랜 시간 동안 이뤄지지 않을수록 트럼프의 정치적 성과는 비례해서 커지기 때문에 트럼프 입장에서는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것을 이번에 몸소 보여준 것이다. 그러면서 ‘내 이해는 김정은이 아니라, 나에게 표를 줄 미국 시민’이라고 구애 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상호 기자는 “우리민족으로서는 대단히 기분이 나쁘지만 우리로서는 이번 기회를 지혜롭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당사자는 한반도에서 우리라는 뼈저린 인식하에 우리가 보다 주체적으로 나설 수 있는 계기, 모멘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의 한반도 평화질서를 ‘신한반도체제’로 규정, 남북경협 등을 통해 주체적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20일 3차 남북정상회담 후 백두산 장군봉에서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문대통령, 북측 얘기 듣고 트럼프 만나야.. 평양 정상회담 제안도”

한편,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1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하노이선언’ 불발이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진해서 김정은 위원장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는 안 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공개했다. 그것은 신년 초에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이야기했던 제3의 길로 가는 건 아니라는 얘기”라며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이 계속 무리한 요구를 들이대고 그러면 우리는 제3의 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제3의 길로 가는 건 아니라는 것을 확약받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일정한 시간을 두고 냉각기를 거친 뒤에 약간의 조정을 통해서 서명하려다 말았던 합의서 선언문을 다시 붙들고 결론을 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요청한 것도 긍정적인 신호로 봤다.

정 전 장관은 “이번에 깨지는 건 아니다. 내가 지금 국내 정치적 필요 때문에 이번에는 서명 못하고 가지만 내가 먼저 만나자고 할 수 없으니 문 대통령이 나서서 이거 해주시오”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라고 짚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 북측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전 장관은 “대미 협상 일선에 있었던 사람들과 우리쪽 카운터파트들이 최소한 판문점쯤에서 만나서 협상 과정에 문안이 어디까지 됐는데 어디에서 판이 깨졌는가. 왜 결론을 못 냈는가에 대해 좀 더 상세하게 알아야 된다. 그걸 들고 미국을 만나야 된다”고 했다.

이어 “그 다음에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서 ‘다시 만나죠’ 라는 답을 받은 뒤에 ‘그러면 김정은 위원장 체면을 세워줘야 되니까, 이번에는 평양 들어가서 (정상회담) 하라’”고 제안해야 한다며 “그러면 김정은 위원장의 체면이 서고, 미국은 미국대로 ‘우리가 이렇게 해서 북핵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그걸 업적으로 삼을 수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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