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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로 끝난 조선일보의 ‘시사프로 때리기’[기자수첩] 종편의 편향성 지수도 발주해서 똑같은 비중으로 보도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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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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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13  10:48:16
수정 2019.02.13  11: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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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는 2003년 설립된 비영리 공익 연구재단이다. 미디어와 관련 연구, 저술, 포럼과 세미나 등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연간 4~5개의 언론 관련 연구과제를 선정해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연구 내용에 대해서는 일절 개입하지 않는다.” 

오늘자(13일) 조선일보 6면에 실린 기사 가운데 일부입니다.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기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 평가 연구’를 수행한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윤석민 교수를 인터뷰했습니다. 

사견입니다만 이 인터뷰는 싣지 않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미 미디어오늘을 통해 해당 보고서의 발주처가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라는 게 ‘밝혀진’ 상황에서 의미 없는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처음부터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가 발주처라는 밝히고 시작했다면? 

윤석민 교수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연구의 성격에 따라 연구비 지원처를 밝힐 필요가 없는 경우도 있다. 이번 경우처럼 연구의 가치 자체를 폄훼하려는 사람들 때문”이라고 했지만 고개가 끄덕여지는 ‘해명’은 아닌 것 같습니다. 

토론과 논쟁의 활성화를 위한 차원에서라도 발주처를 처음부터 ‘정정당당하게’ 공개했어야 한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그랬다면 일정 부분 비판이 제기됐을지는 몰라도 지금과 같은 ‘연구 자체의 정당성 논란’은 불거지지 않았을 겁니다. 저는 그렇게 봅니다. 

하지만 윤석민 교수와 조선일보는 ‘발주처를 비공개’로 했다가 미디어오늘이 기사화하고 나서야 “이번 연구는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의 지원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조선일보는 기사 말미에 “연구 내용에 대해서는 일절 개입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순서가 바뀌어도 한참 바뀌었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입니다. 

사실 ‘발주처’ 논란은 조선일보가 처음으로 기사를 내보낸 때부터 제기된 의혹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심지어(!) 미디어오늘이 보도하기 전, <PD저널>이 취재에 들어갔을 때 윤석민 교수는 “(발주처는) 별로 밝히고 싶지 않다.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의 연구비를 받았다”고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PD저널>도 지적한 내용이지만 “연구 용역을 받아 진행되는 과제는 수탁기관을 밝히는 게 일반적”입니다. “발주한 곳이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윤석민 교수보다 조선일보가 ‘발주처’ 사전에 밝히지 않은 게 더 문제

사실 윤석민 교수보다 책임을 더 느껴야 하는 곳은 조선일보입니다. 조선일보는 이번 보고서가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에서 발주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미디어오늘이 관련 내용을 공개하기 전까지 이를 기사에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해당 연구가 서울대 자체적으로 진행한 것인지 아니면 누구의 의뢰를 받아 용역을 진행한 건지를 밝히는 것은 보고서의 신뢰성을 높이는 기본적인 영역에 해당합니다. 연구자가 그걸 밝히지 않더라도 언론사가 해당 보고서를 인용해서 보도하기로 했다면 ‘발주처’를 확인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특히 조선일보처럼 1면과 관련 기사 등을 통해 ‘시리즈’로 내보낼 거라면 당연히(!) ‘발주처’를 확인했어야 합니다. 조선일보는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에서 발주를 했기 때문에 확인할 것도 없었겠지요. 그런데 조선일보는 이 내용을 오늘에서야 뒤늦게(?) 공개를 했습니다.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이유입니다. 

지난 11일부터 시리즈 기사를 통해 조선일보가 강조한 건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이번 연구가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에서 진행했다는 점 △문재인 정부 들어 지상파 TV·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편향성이 심해졌다는 점 △나꼼수와 팟캐스트 출신들이 진행을 맡았다는 점입니다. 

지난 11일 1면에 게재한 기사 <지상파 라디오들, 文정부에 주파수>의 부제목은 ‘서울대, 朴정부·文정부 500일 분석’이었습니다. 만약 이때 부제를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 의뢰로 서울대, 朴정부·文정부 500일 분석’이라고 했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요? 판단은 여러분에게 맡기겠습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조선일보, 종편의 편향성 지수도 발주해서 똑같은 비중으로 보도해야

저는 어제(12일) 고발뉴스에서 조선일보가 ‘라디오 시사프로 비판’ 시리즈 기사를 내보내고 있는 것과 관련해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조선일보가 라디오 시사프로를 ‘정조준’하는 이유). 

‘언론 불공정성 문제 환기를 통한 보수결집’ - 그러니까 현재 ‘5.18정국’으로 수세적인 국면에 몰려 있는 보수진영을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비판’을 통해 벗어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죠. 

이른바 태극기 세력이 KBS ‘오늘밤 김제동’을 문제 삼고 나섰을 때 ‘아스팔트 우파’와 자유한국당이 결합하는 양상을 보였는데 ‘현재의 수세국면과 분열양상’을 차단하기 위해 ‘시사프로그램 편파성 심각’ 문제를 들고나온 게 아니냐는 겁니다. 

해당 연구가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에서 발주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상황에서 이런 의혹은 더 커져만 갑니다. 이런 의혹제기가 부당하다고 생각된다면 이를 불식시키는 차원에서라도 ‘종편의 편향성 지수’도 발주해서 똑같은 비중으로 보도해주기 바랍니다. 

그것이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는 2003년 설립된 비영리 공익 연구재단이고, 연구 내용에 대해서는 일절 개입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는 것보다 훨씬 설득력 있는 조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이상호의_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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