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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라디오 시사프로를 ‘정조준’하는 이유[기자수첩] ‘5·18 망언 정국’을 ‘방송 편파성 문제’로 바꾸라는 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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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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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12  10:40:43
수정 2019.02.12  11: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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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 8회, 이정미 6회, 우상호 4회… 여권 인사들이 장악한 ‘라디오 마이크’> 

오늘(12일) 조선일보 1면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조선일보가 어제(11일)부터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을 ‘정조준’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중앙일보까지 ‘라디오 시사프로 비판’에 동참하고 나섰습니다. 

일단 본격적인 얘기를 하기 전에 ‘팩트체크’부터 하고 가야겠습니다. 조선일보는 오늘 1면에서 “본지가 지난 1월 한 달간 4개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출연진을 조사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은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4회 고정 출연하면서 CBS ‘김현정의 뉴스쇼’ 2회, MBC ‘심인보의 시선집중’ 1회,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1회 등 한 달간 총 8회 출연했다”고 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비판을 하더라도 ‘팩트’는 정확하게 ‘체크’하면서 합시다

그런데 이건 정확한 ‘기사’는 아닙니다.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에는 박주민 의원만 고정 출연하는 게 아닙니다.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도 박 의원과 ‘함께’ ‘최고의 정치’라는 코너에 고정 출연하고 있습니다. 

정치권 이슈를 여야 의원의 ‘다른 시각’을 통해 풀어낸다는 취지의 코너입니다. 조선일보는 마치 KBS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만’ 고정 출연시키는 것처럼 오해하도록 만들었는데 비난을 하더라도 ‘팩트 관계’는 정확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건 언론의 기본이니까요. 

사실 이 얘기를 하려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오늘 조선일보가 왜 갑자기(!)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주목하고 있나 – 이 점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저의 해석과 추론이라는 전제 하에서 얘기를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첫 번째 이유는 ‘프레임 전환’입니다. 현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른바 ‘5·18 망언’ 후폭풍으로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역풍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 ‘단기전’으로 끝나지 않을 경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는 물론 한국 보수 전체에 대한 이미지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분열과 갈등으로 치달을 수도 있죠. 이미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도 이 문제를 두고 갈등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5·18 망언 정국’을 어떻게든 ‘다른 문제’로 전환시켜야 되는 상황입니다. 

   
▲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앞에서 5.18 구속자회 회원들이 5.18 왜곡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이완영 백승주 의원의 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그 ‘프레임 전환’에 라디오 시사프로 비난, 즉 ‘시사프로그램 편파성 문제’를 활용하려 한 게 아닌가 – 저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미 자유한국당은 올해 초 ‘KBS의 헌법파괴 저지 및 수신료 분리징수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방송의 불공정성’을 문제 삼은 적이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특위를 통해 수신료 거부 운동·지상파 중간광고 반대 운동 등을 전개하겠다고까지 했습니다. 당시 자유한국당의 ‘KBS 때리기’와 관련해 △이른바 ‘태극기 부대’를 포함하는 범보수세력 결집 △조중동과 종편의 지원사격 등을 노린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실제 당시 자유한국당 회의에 ‘정통우파 활동 결사체’인 김종문 시청료납부거부국민운동 본부장과 자유연대 김상진 사무총장이 참석하기도 했죠. 

‘5·18 망언 정국’을 ‘시사프로 불공정 문제’로 바꿔라? 

이런 점을 감안 했을 때 조선일보가 ‘라디오 시사프로 비판’ 시리즈 기사를 내보내고 있는 데에는 ‘언론 불공정성 문제 환기를 통한 보수결집’ - 정확히 말해 ‘현재의 수세적인 국면을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비판’을 통해 벗어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태극기 세력이 KBS ‘오늘밤 김제동’을 문제 삼고 나섰을 때 ‘아스팔트 우파’와 자유한국당이 결합하는 양상을 보였는데 ‘현재의 수세국면과 분열양상’을 차단하기 위해 ‘시사프로그램 편파성 심각’ 문제를 들고나온 게 아니냐는 거죠.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의제를 ‘5·18’에서 ‘시사프로 불공정 문제’로 바꾸려는 의도도 어느 정도 깔려 있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제가 이런 의심을 하는 이유는 조선일보가 문제삼고 싶은 게 결국 라디오 시사프로 전반이라기보다는 ‘나꼼수 멤버 등 팟캐스트 출신의 지상파 진행’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어제(11일) 그리고 오늘(12일) 조선일보에 실린 기사 제목만 잠깐 살펴보면 조선일보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의도하고 있는지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지상파 라디오들, 文정부에 주파수> (2월11일자 1면)
<김어준·김용민, 정부 일방적 옹호… KBS 진행자는 청와대 입성> (2월11일자 5면)
<최욱, 전화연결 초등생에 “이명박·박근혜 중 누가 더 나빠?”> (2월11일자 5면)

<박주민 8회, 이정미 6회, 우상호 4회… 여권 인사들이 장악한 ‘라디오 마이크’> (2월12일자 1면)
<이슈 터지면 親與 스피커 총출동…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 목소리'> (2월12일자 8면)
<“세월호 고의 침몰” 등 음모론 전파…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루머공장?> (2월12일자 8면)
<‘나꼼수’에서 퍼져나온 막말 팟캐스트… 원조는 2002년 ‘노무현 라디오’> (2월12일자 8면)

7개의 기사 중 4개가 ‘나꼼수 멤버와 팟캐스트 출신’ 비난하는 내용 

조선일보가 이틀 동안 보도한 7개의 기사 중 4개가 ‘나꼼수 멤버와 팻캐스트 출신’인 최욱 씨를 비난하는 내용입니다. 제가 조선일보가 외형적으로는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을 비판하는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본심은 ‘나꼼수 멤버와 팟캐스트 출신의 지상파 진행’을 비난하고 싶었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이런 비난에 자유한국당 당권 주자들이 가세하고 태극기 부대들이 ‘외각’에서 지원을 한다면? 현재의 ‘5·18 망언 정국’에서 일정하게 벗어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게 아닐까요? 

조선일보 기사는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의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기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 평가 연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책임연구원인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그동안 보였던 여러 활동은 과연 ‘공정’한가 – 이런 지적도 언론계 안팎에선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 문제를 여기서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시기 조선일보가 갑자기(!) 라디오 시사프로를 ‘정조준’하는 이유-제가 보기에 석연치 않아 보입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조선일보 기사에 대한 저의 추론이자 해석이라는 전제하에 드리는 얘기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이상호의_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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