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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사태 잊었나…국민연금 주주권 행사는 ‘재벌 갑질’ 때문언론은 이번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를 공정하게 보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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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  |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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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19  09:22:57
수정 2019.01.19  10: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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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지난해 7월 6일 서울 구로 남부구치소를 나서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지난 6월 20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서울 중앙지법을 나서는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지난 5월 2일 서울강서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사진제공=뉴시스>

2018년 7월 30일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결정했습니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기관투자가가 기업 지분을 확보하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경영권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주식 가치 상승을 도모하는 제도입니다. 1월 16일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위원회 회의를 열고 1호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 대상으로 한진칼과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을 지목했습니다. 사실 최소 2015년부터 시작된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된 계기 자체가 조양호 회장 일가 갑질 사건이습니다. 따라서 이번 한진그룹에 대한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는 시간 문제였습니다.

일제히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 보도한 언론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회의 결과가 나온 다음날인 17일, 경향, 동아, 조선, 중앙, 한겨레 5개 일간지와 매경, 한경 2개 경제지에서는 총 20건의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 한진그룹 대상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 결정 관련 보도량(2019/1/17) ⓒ민주언론시민연합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적극적인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가 필요함을 알리는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국민연금, 적극적 주주권 행사 본격화...1호는 ‘법 위의 한진’>(한겨레신문 1/17, 이완 기자), <재벌 총수일가 ‘폭주 경영’에 레드카드 꺼내는 국민연금>(한겨레신문 1/17, 곽정수 기자), <사설/대한항공 주주권 행사 복지장관 발언을 주목한다>(경향사설, 1/17)등의 대표적 기사입니다.

반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는 경영권 개입에 대한 재계의 우려를 함께 전했습니다. (조선일보 <정부 입김 차단없이… 국민연금 통한 기업 길들이기 우려>(1/17, 방현철·이성훈·정경화 기자), 중앙일보 <박능후 “국민연금, 대한항공에 주주권 행사” 내달 초 결정>(1/17, 이에스더, 곽재민 기자), 동아일보 <상장사 293곳 연금 영향권... 재계 “경영 간섭 우려”>(1/17, 이건혁·변종국·강유현 기자), 매일경제 <진보색채 수탁자책임위, 한진 총수 겨눌듯>(1/17, 유준호·이충우 기자)) 게다가 재계의 우려를 전하는 데 멈추지 않고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행사를 헐뜯으며 일방적으로 ‘재벌 편들기’에 나선 신문도 있었습니다.

국민연금 더 큰 손실 야기할 뻔한 ‘오너 리스크’

국민연금은 지난 2018년 주식시장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여 10조의 연기금을 손실하였다고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는 2018년 KOSPI 기준 1월 초 2600선을 찍었다가 연말 2000선이 잠깐 붕괴되는 등 큰 주가 하락의 여파로 보입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이 기사를 스튜어드십 기사에 끼워 넣었습니다. 동아일보 역시 1면과 5면에 각각 국민연금 손실과 스튜어드십 코드 관련 기사를 나란히 배치하여 ‘경영능력이 부족한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권에 개입하려 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 갑질 사건이 알려진 지난 4월 12일부터 한진칼의 주식은 주당 23,350원에서 7월 초 16,050원까지, 대한항공의 주식은 주당 35,900원에서 10월 초 25,450원까지 내려앉았습니다. 한진칼과 대한항공은 이 기간 동안 유가하락과 진에어의 호실적, 내국인 출국자 수 증가 등 각종 호재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순수하게 ‘오너 리스크’만으로 저평가를 받은 것입니다. 국민연금은 한진그룹과 계열사인 대한항공에 각각 7.34%와 12.6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런 엄청난 손실에서 국민의 연기금을 구한 것은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경영권에 적극적인 개입을 천명한 ‘주주 행동주의’ 펀드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이었습니다.

매일경제 온라인 기사 <2018 Hot-Line/한진칼, 오너리스크에 울고 지배구조 이슈에 웃다>(2018/12/31, 김경택 기자)에 따르면, 11월부터 한진칼의 주가가 급반등한 이유는 행동주의 펀드 KCGI가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한진칼 지분 9%를 획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KCGI의 지분 획득과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이슈가 되고 있는 현재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주가는 각각 주당 30,250원과 35,200원을 마크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국민의 연기금을 날려먹는 원인이 스튜어드십 코드일지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고 갑질을 일삼는 한국의 일부 재벌들일지는 너무 명확하지 않을까요?

한국경제의 ‘경영권 절대주의’

한국경제는 1/17일에만 5개의 관련 기사를 내고 스튜어드십 코드가 경영권 침해이며 시장을 교란한다고 강하게 비판하였습니다.

   
▲ 한국경제의 한진그룹 대상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 결정 관련 기사(2019/1/17) ⓒ민주언론시민연합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 논의 결과만을 보도하는 1면 기사 보도 제목을 ‘경영 간섭’이라고 붙인 대목부터 벌써 심상치가 않습니다. <“행동주의 펀드·국민연금 대응하느라 경쟁력 훼손 우려”>(1/17, 김보형 기자)에서는 국내 사적 펀드인 KCGI까지 싸잡아 “(항공·물류업계는) 행동주의 펀드가 단기 이익 추구를 위해 회사 측에 자산 매각 등을 압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기업 경쟁력은 물론 국가 기간산업의 안정성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연차총회(IATA총회)의장직은 행사 주관국 항공사의 CEO(대한항공)가 맡는 게 관례다.(중략) 조양호 회장이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이사직에서 물러나면 정상적인 총회 의장직 수행이 어렵다”며 오랜 ‘재벌 회장 방어논리’를 답습하였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보듯이, 한진 그룹의 ‘오너 리스크’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대한항공은 한국경제의 말마따나 ‘국가 기간산업’인데, 국가 기간산업을 언제까지 ‘갑질 패밀리’의 가족경영에 맡겨놓아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시위 몇 번 했다고 정치논리에 떠밀렸다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한국경제 기사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이 회의 요구 노조·시민단체는 ‘재벌 개혁’ 시위>(1/17, 유창재 기자)는 제목에서부터 참여연대를 겨냥해 비난하고 있고요. 보도 내용에서는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한진칼과 대한항공을 정조준해 열린 이날 회의는 기금운용위원 중 한 명인 이찬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이 요청해 소집됐다. 이 위원은 지난달 말 “한진그룹에 대해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기금운용위에서 이를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국민 노후자금의 ‘집사(스튜어드)’를 자처하는 국민연금의 첫 주주권 행사가 결국 ‘재벌개혁’을 요구하는 노조와 시민단체의 정치적 주장에 떠밀려 시작된 셈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이 한진그룹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는 예정된 수순이었으며 ‘시장의 관측’과도 어긋나지 않았습니다. 조양호 회장 일가 갑질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머니투데이 기사 <‘오너 리스크’에 밀린 주가, 한진칼 반등은 언제>(2018/5/21, 하세린 기자)에 따르면, 증권가 연구원들도 “최근 오너 일가의 각종 의혹들로 가치대비 저평가를 받고 있다”, “한진칼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등을 도입하게 되면 지배구조 개선 가능성을 높이면서 주주가치 향상을 도모할 수 있을 것” 등의 분석을 일찍이 내놓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회의장에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이 보였다고 한국경제가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과 행사 과정이 정치논리에 휘둘린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과 맞지 않을뿐더러, ‘시장의 기대’조차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논리입니다. 게다가, 시민사회단체가 사회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개혁을 주장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임에도 마치 부적절한 특권을 남용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몰아간 것이죠.

‘재벌 대실패’ 견제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2013년 ‘남양유업 갑질 사건’ 이후 갑질과 오너 리스크가 사회적 화두가 되었습니다. 특히 미스터피자의 경우 기업 자체가 상장 폐지를 겪었을 정도로 문제 있는 기업가 한명이 끼치는 사회적 해악은 막대합니다.

그 중 한진그룹은 독보적인 사례 중 하나로, 이미 ‘땅콩 회항’ 사건부터 시작해서 끊임없이 대형 갑질 사건이 터져 나오는데도 조양호 회장의 지배 체제는 공고합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것도 더 이상 사회와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기업가들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사회적 요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언론은 국민연금의 이번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를 공정하게 보도하여 연기금의 기업 감시 기능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발전적인 논의를 이끌어야 할 것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1월 17일 경향신문,동아일보,매일경제,조선일보,중앙일보,한국경제,한겨레신문 보도(신문에 게재된 보도에 한함), 2018년 5월 21일 머니투데이, 2018년 12월 31일 매일경제(온라인)

※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http://www.ccdm.or.kr)에도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이상호의_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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