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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갑질에 침묵하는 언론[신문읽기] 한국 언론은 왜 미국보다 더 미국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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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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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19  08:34:34
수정 2018.12.19  08: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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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미군기지 정문에서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 주최한 '한국인 노동자 생존권 볼모 방위비분담금 대폭 인상 강요 미국 규탄 기자회견'에서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이 무임승차 운운하며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을 높이라고 하는 것은 억지다. 한국은 해마다 미국에서 6조~7조원어치의 무기를 구입한다. 평택에 새로 마련한 미군기지 건설 비용 12조원 중 91%를 한국이 냈다. 미군의 한국 주둔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만이 그 수혜자인 양하고, 한반도 평화를 갈망하는 한국의 처지를 이용해 더 많은 돈을 받아내겠다는 것은 동맹국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한국 정부는 시민이 납득할 합리적 수준 이상의 분담금을 내서는 안된다.” 

오늘자(19일) 경향신문 사설 <방위비 분담금 막무가내 인상 요구, 미국 동맹 맞나> 가운데 일부입니다. 

한국과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벌였지만 사실상 연내 타결은 어려워졌습니다. 경향신문이 지적한 것처럼 미국이 ‘막무가내’로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이미지 출처=경향신문 홈페이지 캡처>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갑질 … ‘남의 일’처럼 보도하는 한국 언론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건, 미국의 ‘이런 행태’를 비판하는 언론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주한미군 측이 미군부대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들과 우리 정부에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내년 4월 중순부터 강제 무급 휴직을 시키겠다”고 통보했다는 한국일보(12월14일) 보도와 YTN ‘노종면의 더뉴스’(12월13일)가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의 문제점을 지적한 리포트 정도 뿐입니다. 

상당수 언론은 이 문제를 ‘양쪽의 입장’을 간략히 전달해 ‘연내 타결이 어려워졌다’ 정도로만 보도하고 있습니다. 마치 ‘남의 나라 일’인 것처럼 말이죠. 미국의 요구가 우리 정부 입장에선 수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무가내’라는 지적은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이상한 주장’을 펼치기도 합니다. 

‘평화를 위해 돈을 더 내야 하나? 지지층을 고려해 버텨야 하나?’ … 최근 장기 교착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한국의 발언권 강화를 위해선 트럼프 대통령의 수천억원 증액 요구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진보 성향이 강한 지지층의 이탈이 일정 부분 불가피하다.” (중앙선데이 12월15일 ‘트럼프냐, 집토끼냐…‘방위비 분담금’ 딜레마’)

중앙선데이는 ‘평화를 위해 돈을 더 내야 하나’라고 했습니다. 어이가 없습니다. 경향신문이 오늘(19일) 사설에서 지적했듯이 “한국의 올해 방위비 분담금은 9602억원”입니다. 2005년 6804억원에서 13년 동안 41.1% 증가했습니다. 1991년 이래 인상폭은 2.5~25.7%였고, 2014년에 합의된 종전 분담금도 전년 대비 5.8% 증액한 수준입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13년치 인상분보다 더 많은 액수를 한꺼번에 내라”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상의 갑질이죠. 그런데 중앙선데이는 ‘평화를 위해 돈을 더 내야 하나’라는 식의 이상한 표현을 사용하며 그냥 넘어갑니다. 

더 어이가 없는 건 다음 대목입니다. 중앙선데이는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한국의 발언권 강화를 위해선 트럼프 대통령의 수천억원 증액 요구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도 했습니다. 

터무니없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를 수용하면 발언권이 높아진다는 ‘근거’는 대체 어디에서 나왔는지 궁금합니다. 오히려 자신들에게 유리한 협상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 ‘북미 비핵화 협상’을 압박용 카드로 활용하고 있는 게 정확한 게 아닐까요. 

   
▲ <이미지 출처=중앙선데이 홈페이지 캡처>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점을 제대로 짚지 않는 이상한 언론

사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문제를 다루는 한국 언론의 태도는 이상하리만치 침착(?)합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와 미국의 입장을 공정(?)하게 전달하면서 객관(?)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를 테면 이런 식입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 연내 타결 불투명> (조선일보 12월14일) 
<韓美방위비분담금 합의 불발… 내달 재협상 들어갈 듯> (문화일보 12월14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연내 타결 무산…“총액 입장차 커”> (KBS 12월14일)
<방위비 분담 협상 타결 불발…분담금 총액 입장차 커> (MBC 12월14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연내 타결 사실상 불발> (동아일보 12월15일)

YTN이 지적한 내용이지만 미국이 분담금 인상은 명분이 없습니다. 저는 미국의 인상 요구가 ‘상습적’이라고 봅니다. 특히 집행하지 않은 돈이 쌓여 있어 증액을 요구할 명분이 없는데도 분담금을 2배로 올려달라는 건 아무리 봐도 지나칩니다. 

또 불법으로 전용하는 등 애초 사용 목적과는 다르게 쓰여 투명성 문제가 제기돼 왔습니다. 이외에도 건설비와 인건비, 각종 세제 혜택 등 모든 직간접인 지원액까지 합하면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으로 연간 총 5조 원 넘게 부담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 데도 미국은 50% 증액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한국 언론’ 전체가 미국의 요구가 지나치다는 여론을 형성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하지만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극히 일부 언론만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가 얼마나 부당한지 ‘분석’하는 기사 정도는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하지만 그런 기사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김경래의 최강시사] 정욱식 “2배 인상? 현재 방위비 분담금도 수천억 원 다 못써”>(12월12일 KBS라디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한국은 왜, 얼마나 내나?>(YTN 12월13일) <해 넘기는 한·미 방위비 협상… 美, 평화 무드에도 50% 증액 고집>(서울신문 12월17일) 정도 뿐입니다. 

언론이 이런 문제를 적극적으로 보도하면,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 여론이 좋지 않다’는 걸 우리 정부가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웬일인가요? 한국 언론은 마치 ‘남의 나라 일’처럼 침묵하거나 ‘드라이 한 보도’를 찔끔 내놓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만 ‘좋은 일’ 시키고 있는 셈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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