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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조문’으로 고초 겪은 예비역 대령 사례로 본 ‘이재수 조문’ 논란[하성태의 와이드뷰] 한 예비역 대령, 딸에게 “이 나라에 노무현이 수천명 더 필요하다” 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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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 기자  |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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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17  17:47:32
수정 2018.12.17  18: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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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지난 7일 투신 사망한 故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빈소 위치가 안내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죄 짓고 자살 하면 영웅 되고 훈장도 주는 정권입니다. 죄 없는 사람 압박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하면 그건 무슨 죄로 물어야 합니까? 자유당 말기 현상과 꼭 같습니다. 악업을 치를 때가 올 겁니다.”

지난 8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는 이런 글을 게시했다. 앞선 7일 세월호 유가족 동향 조사를 지시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 투신한 고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의 죽음을 향한 글이었다.

이와 관련, 자유한국당 인사들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인 바 있다. 지난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이 전 사령관의 빈소를 찾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정부 들어 압수수색 건수가 20% 정도 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뭐든지 시스템을 바로 잡아 문제를 해결해야지, 이렇게 검찰을 동원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신 적폐를 양산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김성태 전 원내대표 역시 “과거사나 지난 일을 가지고 이렇게 한없이 정치보복 식으로 하는 정치적 행위에 대해 온당하다고 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1년 6개월 동안 마녀사냥식 적폐 수사가 비극적인 선택으로 이어진 것만 벌써 네 번째”라며 “문재인 정부는 과도한 적폐청산의 칼춤을 지금이라도 중단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 전 기무사령관 죽음을 둘러싸고 진영 논리에 입각한 해석과 뒷말, 심지어 가짜뉴스까지 나돌고 있는 와중에 만난 김 모 예비역 대령(육사 41기)의 편지는 보수 정치권의 대응에 일침을 가하는 ‘사이다’ 같은 글이었다. 그의 글은 지난 주말 소셜미디어 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이미지출처=경향신문 12월16일자 온라인판 캡쳐>

노무현 조문 이후 현역 연대장이 겪어야 했던 고초와 불이익

“○○야. 이 나라에는 노무현이 수천명 더 필요하다.”

16일 이 편지를 공개한 <경향신문>에 따르면(관련기사 : 한 예비역 대령의 편지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조문 논란을 보면서”), 김 모 대령은 지난 2009년 연대장으로 재임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유일하게 조문해 고초를 겪었던 인물이라고 한다. 그는 당시 본인의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위와 같은 문장으로 끝맺었다. 그럴 만 했다. <경향신문>은 편지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10월 말 전역한 김 전 대령은 이 전 사령관 빈소에 현역 군인이 조문하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일부 예비역들에 대해 질타했다. 보수·우익 정권시절 자신들이 현역 시절 했던 모습을 되새겨보라는 취지였다.

김 전 대령은 야전부대 연대장으로 근무하면서 2009년 5월 29일 군 통수권자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문했던 일로 인해 많은 고초를 겪었다고 밝혔다. 특히 이재수 전 사령관의 조문과 관련해 군인의 의리 등을 말하는 보수언론 기사를 보고 기무부대와 많은 악연을 가졌던 당사자로서 자신이 겪은 일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딸에게 보냈던 편지를 소개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김 전 대령은 2009년 평소 존경했던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국민장이 치러진 그해 5월 29일, TV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운구 차량이 봉하마을로 출발하는 모습을 시청한 김 전 대령은 연대장실에서 개인적으로 조문하겠다고 결정, 그 뜻을 관철시켰다. 홀로 참배를 하고 추모하는 시간을 가진 이후, 부대 당번실 옆에 조그만 빈방에서 다른 사람들도 참배하고 조문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후 고초와 불이익이 이어졌다. 일주일 뒤인 6월 5일, 김 전 대령을 호출한 사단장은 “정치적 행위를 하려거든 군복을 벗고 하라”고 호통을 쳤다. 김 전 대령의 조문 행위는 “육해공을 통틀어서 단 한군데만 일어난 일이며 청와대에도 보고” 됐다고 한다. 이후 김 전 대령은 지난 10월 말 전역하기까지 순탄하게 군 생활을 이어갈 수 없었다. <경향신문>은 이를 이렇게 요약했다.

“김 전 대령은 노 전 대통령 조문 이후 군 생활은 불이익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특전사령부에도 근무했고, 미 중부사령부 파견근무도 했던 그는 해외파병 부대장 지원에서는 명백한 이유도 없이 탈락했다.

이후 보직도 받지 못하고 대기근무만 1년 가량 하다가 급기야 부대 회식자리에서 육사 후배이기도 한 기무부대장(중령)으로부터 ‘넌 사상이 불순하다’며 폭행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상관 폭행에다 군기문란에 해당하는 중대 사안이었다. 그는 문제를 일으킨 기무부대장을 군 수사기관에 고발했고, 이를 취하하는 조건으로 간신히 보직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 故노무현 대통령의 국민장 영결식이 엄수된 2009년 5월 29일 오후, 추모객들로 둘러싸인 운구행렬이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노제를 마치고 태평로를 지나 서울역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딸아, 이 나라에는 노무현이 수천명 더 필요하다.”

김 전 대령이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공개한 이유는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조문을 둘러싸고 군 일각에서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한 사람도 빈소에 조문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돼서라고 했다. 이른바 ‘정치 군인’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문하고 불이익을 당했던 당사자가 그 소회를 털어 놓고 과거 자신이 겪은 일을 용기 있게 공개한 셈이다. 김 전 대령은 당시 딸에게 쓴 편지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의와 진리를 들고 세상에 나아갔다. 아빠가 경험하고 깨달은 것은 이 나라에서는 힘이 센 세력과 한 편이 되어야 좀 편하게 살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역사가 그렇고, 최근의 현대사도 이와 다르지 않다.

누가 옳으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힘이 센가, 누가 권력자의 편에 서 있는가? 이것이 판단의 기준이며, 힘이 센 자들이 힘없는 자들을 무시하고 힘없는 편에 서 있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힘 든 것인가를 깨닫게 만드는 일이 다반사로 진행된다.

왜, 모든 부모들이 자식들을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할 준비를 갖추게 되었는가? 자식들을 힘 센 자의 편에 세워야만 그 자식들이 밥 먹고 할 말을 하고 살게 된다는 것을 수백 년간 역사에서 보았고 수십 년간 몸소 경험했기 때문이다. 노무현은 이 뻔한 상식과 경험에 문제를 제기하였고, 그 스스로 그 문제해결의 최고 책임자가 되었다.”

김 전 대령은 편지에서 육사 출신 군인들이 장악한 현대사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그 육사 출신 대통령 중 한 명은 죽었고(박정희), 두 명은 감옥에 간(전두환, 노태우) 현실을 보면서 군인들이 자극과 반성을 가져야 한다고 적었다. 그 대척점에 섰던, 자주국방을 주창했던 노 전 대통령의 죽음과 군의 반발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더 설득력을 지닌다.

“노무현의 존재를 보고서, 이제껏 힘센자들이 느낀 심정은 이질감이면서 불편함이고, 심지어는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는 모욕이었다. 군의 장군들이 전역하여 만드는 성우회는 집단적으로 노무현을 무시하고 대들었지만, 국가 안보를 위해 당신들이 고작 했던 일이 남의 나라의 지휘를 받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라는 것이냐며 ‘부끄러운 줄 알라’는 호통을 들었다.

실상, 우리 역사에서 국방비를 가장 많이 투입한 시기는 노무현 대통령 재임시절이다. 그가 국방비를 줄이면서, 자주 국방을 주장했다면 안보의 속성을 무시한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허나, 그는 독립국가의 안보에는 감당해야 할 부담이 명확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 방향으로 군인들이 책임감을 가질 것을 명령한 군 통수권자였으며 국가 예산으로 이를 뒷받침했다. 그런 그를 존경하는 아빠는 그가 죽은 순간, 그를 애도하고 그에게 미안하고 그가 짊어졌던 그 무게를 덜어주지 못한 것 때문에 울었다.”

2009년 김 전 대령이 딸에게 보냈던 편지가 여전히 울림을 주는 것은 이재수 전 사령관의 죽음을 둘러싼 논란과 무관할 수 없다. 김 전 대령의 회고야말로 과연 군인으로서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했던 이 전 사령관의 행위가 적절했는지는 물론 지난 정권에서 철저하게 정권의 이익에 복무했던 ‘정치군인’들의 과오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자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전 사령관의 죽음이야말로 그러한 정치군인들의 말로를 보여주는 동시에 군을 자신들의 권력 놀음을 위해 마음껏 이용하고 휘둘렀던 지난 정권의 핵심 인사들과 보수 정치인들이 납작 엎드려 반성해야 할 안타까운 계기가 돼야 하지 않을까.

하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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