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8일 ‘일간 베스트’ 사이트에 여친인증, 전여친인증 등의제목의 글과 함께 여자가 벗고 있는 사진, 모텔에서 자고 있는 사진, 성관계를 하고 있는 사진 등등이 여러 개 올라왔습니다. 댓글에 성희롱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리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로 퍼가는 2차가해 행위도 엄중히 처벌해 주세요. 당장 피해자들도 자신들의 사진이 그곳에 올려져 퍼지고 있는 것, 성희롱당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이제 여자들도 참을 만큼 참았습니다. 몰래 사진 찍어서 올리는 행위 처벌 강화시켜주세요 제발요.” 

지난 19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경찰은 ‘일베 여친, 전여친 몰카사건’을 철저히 수사해서 범죄자들 처벌하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원 글의 일부다. 이 청원은 22일 오후 2시 현재 15만 명이 참여했다. 

이에 응답하듯, 22일 경찰이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를 압수수색했다는 소식이다. 이날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촬영) 위반 혐의로 일베 서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일베에서 회원 정보와 접속기록 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캡쳐 화면. <사진제공=뉴시스>

경찰은 게시물이 상당수 삭제된 상태지만 미리 채증해 놓은 자료와 서버 기록을 비교·분석, 불법 촬영물로 추정되는 사진을 올린 게시자들의 IP 추적에 나설 예정이다. 애초 청와대 청원을 조롱하는 듯한 글을 게시하고, 처벌을 피하는 법을 공유한 일베 사용자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경찰이 신속하게 형사 처벌을 위한 수사에 나선 셈이다. 

그렇다면 이들 게시자들에 대한 실제 처벌은 가능할까. 앞선 21일 방송된 <뉴스룸> ‘팩트체크’는 이에 대한 꼼꼼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었다. 마치 불법 촬영물을 게시한 일베 사용자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뉴스룸>의 속 시원한 팩트체크

“이것을 인터넷에서 내가 퍼온 것이다, 내가 찍은 사진이 아니다라고 말하면 처벌되지 않는다.”

틀렸다. 성폭력처벌법은 촬영자와 유포자를 구분 없이 처벌한다. <뉴스룸>은 “법에 정해진 촬영자와 유포자의 처벌 상한선도 같습니다”며 “자신이 안 찍었다고 책임이 없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비슷한 사안에 대해 2016년 대법원이 벌금 300만 원과 성폭력교육 24시간 이수를 선고한 판례를 예로 들었다. 

▲ <사진출처=JTBC 화면캡처>

“올렸던 게시물을 삭제했다면 법적인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주장 역시, 틀렸다. <뉴스룸>은 “삭제했더라도 법적 책임이 사라지지 않는다”며 “촬영을 하거나 인터넷에 게시하는 순간에 범죄 혐의가 성립된다”고 못 박았다. “불법촬영은 친고죄다”고 주장하며 안심 중인 일베 사용자들에게도 철퇴를 내렸다. 애초 이 법 조항 자체가 친고죄에 해당되지도 않고, 반의사불벌죄와도 무관하다는 설명이었다. 

“휴대전화를 없애면 증거가 없기 때문에 처벌할 수가 없다.”

이 주장 또한, 오답이다. <뉴스룸>은 경찰의 설명을 들어, “서버와 IP를 통해서 최초 게시자는 물론이고 유포자까지 추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오히려 없애는 행위가 더 나쁘다. “증거인멸(구속 사유, 양형 판단 등)이 추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렇게 이날 ‘팩트 체크’는 이렇게 불법촬영물을 게시하는 ‘일베’ 사용자들이 필히 보고 듣고 숙지해야 할 법률 지식을 알려주고 있었다. 마치 일베 사용자들은 물론 불법촬영물을 찍고 게시하는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려는 것 마냥. 

▲ <사진출처=JTBC 화면캡처>

양형기준 포함한 변화의 시작 

“실제로 양형이라는 것은 누군가의 전과가 되고 또 그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거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을 하지만 실제로 이 행위만 보면. 예를 들면 카메라 찍는 행위, 클릭을 해서 유포하는 행위. 이런 행위만 보면 사실 그게 중하다. 이렇게 생각 못 할 수도 있으나 그것이 가져다주는 피해에 대한 심각성. 심지어는 생을 포기하는 이런 상황들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습니다.”

22일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불법 촬영물 범죄의 양형 기준에 대한 수정·변경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불법 촬영물 피해자들이 받는 고통에 비해 양형 기준이 너무 낮다는 데 검경과 법원, 방심위와 방통위, 여가부 등 정부가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는 부연이었다. 

진 장관은 “그 부분들과 관련해서 저희가 관계 부처들을 다 만나고 있다”며 “여가부가 컨트롤 타워가 돼서 범부처 지금 협의체를 지속적으로 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해자와 잠재적 피해자들의 “불안감과 공포감을 해소시켜 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분명히 인정합니다”라고도 했다. 적어도 현실 인식 면에서는 작금의 경악할 만한 상황을 십분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일 경찰은 ‘웹하드 카르텔’과 불법촬영(몰카) 등 사이버성폭력에 대해 특별수사와 집중 단속을 벌인 결과, 지난 100일 동안 3천 600여명을 검거했고, 이중 13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검거자 수치만 놓고 보면 어마어마한 수치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알고 있다. 그간 불법촬영 관련 범죄 피의자들에게 처해진 솜방망이 처벌을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일베 사용자들이 마치 이벤트를 벌이듯, 경찰의 집중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버젓이 ‘여친인증’, ‘전여친인증’ 사진들을 게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쩌면 일베 사용자들은 물론이요 우리 사회 전체가 불법촬영물과 그 피해자들의 고통에 그만큼 둔감했다는 반증일 수 있을 것이다. 

양진호 회장의 구속은 웹하드 카르텔과 불법촬영물의 심각성을 전 국민에게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변화는 이제부터다. 진 장관이 약속한 대로, 양형기준을 포함해 관련 범죄를 대하는 실질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뉴스룸>의 팩트체크는 기본이요, 처벌 강화 등 경각심을 키울 수 있는 현실적인 조건들 말이다. 그래야만 피해자들의 고통을 공감하고, 범죄 피해의 심각성을 공유하는,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시작될 수 있지 않겠는가. 

하성태 기자